여성 피의자와 부적절한 성관계를 가진 혐의(뇌물수수)로 구속영장이 재청구된 로스쿨 출신 전모(30) 검사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29일 법원에서 다시 기각됐다. 지난 27일에 이어 두 번째 기각이다.

지난 29일 전 검사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한 박병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추가된 증거자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구속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대검 감찰본부는 전 검사의 성관계 행위에 대해 전 검사가 지위를 이용해 직무와 관련된 '향응'을 제공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검찰은 뇌물수수 혐의를 유지한 채 전 검사를 불구속 상태로 기소하거나 혐의를 변경해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형식상 가장 적합한 법조항인 위계에 의한 간음죄는 친고죄여서 당사자간 합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적용할 수 없고 형법상 직권남용도 법리적용이 어렵다.

따라서 검찰이 구속영장을 세 번째 청구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건은 검찰이 전 검사를 불구속 기소해 법정에서 유무죄를 다투는 것으로 종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 10일 늦은 오후 지방 지청 소속으로 실무수습을 위해 서울동부지검에 파견된 전 검사는 여성 피의자 B(43)씨를 검사실로 불러 조사하던 중 유사 성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지난 12일에는 퇴근 후 B씨를 다시 만나 자신의 차에 태워 유사 성행위를 하고 같은 날 서울 왕십리의 한 모텔로 데려가 성관계를 가진 혐의를 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전 검사에 대해 지난 25일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뇌물죄 성립 여부에 상당한 의문이 있어 피의자에 대한 윤리적 비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일반적으로 뇌물수수 혐의가 성립하려면 대가성이 전제돼야 하는데 법원은 검찰 수사기록만으로는 대가성을 담보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B씨가 일관되게 뇌물공여 의사가 없다고 주장하는 상황에서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자 검찰은 영장 기각 하루 만인 지난 27일 뇌물수수 혐의를 그대로 유지한 채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감찰본부는 녹취록 분석결과 전 검사가 검사실에서 절도사건 합의에 도움을 주려고 한 정황이 드러났고, 모텔에서 사건 처리에 대해 보다 직접적인 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B씨는 서울 강동구의 한 마트에서 16차례에 걸쳐 약 450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절도)로 검찰에 송치됐다.

조사결과 전 검사는 B씨와 마트 측 사이에 합의가 이뤄지도록 유도했으며, B씨는 전 검사에게 기소유예를 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B씨는 전 검사와 나눈 대화 내용을 휴대전화로 녹음한 파일 6개(4~5시간 분량)를 대검 감찰본부에 넘겼다.

한편 지난 22일 대검은 성추문 논란이 확산되자 광주지검 목포지청 소속이던 전 검사의 직무대리를 해제하고, 법무연수원 소속으로 전보 조치했다.

이 사건은 '수뢰 검사' 서울고검 김광준(51) 검사(부장급) 사건으로 위기를 맞은 검찰 조직에 큰 타격을 가했고,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은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 23일 전격 사퇴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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