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시 토익을 폐지한다고 밝혔지만 대다수 기업에서는 여전히 토익점수를 중요시하고 있다.
[시선뉴스 박진아기자] 취업난이 심각한 요즘 토익성적은 취업의 가장 중요한 스펙중 하나임을 넘어 '너무 당연한' 필수 자격요건이 되어 버렸다.

지난 10월 삼성을 비롯한 몇몇 대기업이 신입사원 채용시 토익을 폐지한다고 밝히며 토익 성적의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는 듯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토익 응시자가 연간 200만 명을 웃돌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수험생들이 시험을 치른 뒤 가장 많이 하는 공부로 나타난 것을 보면, 여전히 토익은 우리 사회에 중요한 요소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이렇듯 대기업에선 입사 자격 요건에선 토익을 폐지했다고 하지만, 대다수 기업에선 토익점수를 중요시하고 있어 "대기업에 지원을 하지않은 이상 그 실효성은 전혀 없다"해도 무방한 현실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에 토익 응시자들은 1점이라도 더 얻기 위해 일명 '족집게 학원'이라는 곳을 찾아다닌다. 그런데 아이러니 한 것은 ‘족집게 학원’이라 칭하는 곳은 영어를 잘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토익 시험에 어떤 문제가 나왔는지를 '더 많이 알려주는 곳'이라는 뜻인 것이다.

2012년 2월 토익 시험의 유형과 경향을 알려주기 위해 시험문제를 일부 변형해 교재로 활용하고 토익 학원업계 1위로 올라선 해커스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는 일이 발생한 사건은 바로 토익시험에 목매고 있는 한국사회의 단면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사건 중 하나였다.

ETS의 저작권법과 학생들의 알권리 사이에서 끊이지 않은 잡음이 발생하고 시험 접수비 등의 문제를 낳으며 ‘유명무실’한 토익시험이 됐지만,  여전히 한국사회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로 존재하고 있다. 

대체 어떤 문제가 틀렸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는가?

지난 2월 토익(TOEIC) 시험문제를 불법 유출한 혐의(저작권법 위반 및 업무방해)로 해커스그룹 회장이 불구속 기소되자 미국 교육평가원(ETS)에 대한 한국네티즌들의 성토가 쏟아졌다.

 
실제로 토익 시험장에서 ETS는 토익 시험지와 OMR카드 그리고 시험장의 안내방송을 통해 시험지 유출 금지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 대해 업계 관련 전문가들과 학생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시험 응시비용인 4만2,000원은 시험지 값을 포함한 금액인데 시험의 문제는커녕 정답도 알 수 없고, 심지어 본인이 어떤 문제를 맞고 틀렸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것이 실정이기 때문이다.

즉 , 연간 200만명이 정기접수 가격인 3만9,000원의 가격을 주고 시험에 응시한다면 연간 ETS의 총 매출만해도 780억원이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적어도 문제 중 무엇이 왜 틀렸는지 알아야 다음 시험을 대비할 수 있는 응시자가, 틀린문제에 정확히 대비조차 하지 못한채 또다시 다음달 시험에 응시하며 그 돈은 고스란히 ETS로 흘러들어가는 꼴'이 되는 것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 역시 영어시험 기출문제에 대한 시험출제기관의 정보 독점을 정당화함으로써 수많은 수험생의 알권리를 침해하고 있으며, 이는 곧 매달 학습자들의 시간과 비용을 낭비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응시료가 2002년에 비해 2배나 올랐지만 그동안 ETS가 응시생들에게 비용에 대한 서비스를 제대로 못해주고 있다는 것을 넘어 우롱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크다. 실제 2006년 국회교육위 국감자료에 따르면 2003∼2005년 3년간 토익·토플에 응시한 사람은 총 564만8,227명으로 총 응시료는 무려 2,237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수험생들은 “한 달에 4만2,000원 이라는 돈이 적은 돈도 아닌데 왜 시험지 공개를 안 하는건지 정말 이해가 안 간다. 시험지 값을 낸 것 아닌가. ETS만 좋은 일시키는 것이다”라며 국내 응시자에게 어떠한 혜택도 없이 미국으로 흘러간 400억 정도로 추산되는 로열티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돈 없으면 시험도 못 보는 세상…토익은 '잘' 봐도 '못' 봐도 돈이다

토익 시험 접수는 ‘정기 접수’와 ‘특별 추가 접수’기간으로 나뉘어 접수를 받는다. 따라서 수험생들은 두 가지 중 한 가지 선택을 한다.

▲ 출처 - 네이버 검색
첫 번째는 성적 발표를 확인 한 후 목표 점수가 되지 않을 경우 ‘특별 추가 접수’를 통해 다시 접수 하는 것이다. 하지만 추가 접수는 3만 9천원인 정기 접수에 비해 3,900원을 더 내고 접수를 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두 번째는 목표 점수가 불안한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내지 않기 위해 정기 접수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성적을 확인해 보니 목표 점수가 나왔고, 이에 접수를 취소할 경우 접수비의 절반인 1만 9,500원 밖에 환불 받지 못하게 된다.

이는 결국 성적 확인 발표 날에 따라 추가 접수하든 시험을 취소하든 돈을 지불해야하는 경우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토익 시험은 저작권법 상 학술 범위에 속하는 창작물로 시험지를 가지고 나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문항별 점수를 포함해 어떠한 내용도 공개 하지 않는다. 때문에 수험생들은 본인의 시험 점수를 미리 파악하고 접수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이러한 부당함을 겪고 있는 것이다.

▲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학술지에 포함된다고 할지라도, 시험 성적의 사용 목적이 특별한 경우에는 응시자가 지불한 금액의 기본적인 보상(시험지와 정답 공개)을 해줘야…
이에 YBM 시사닷컴의 관계자는 "한 회 토익 시험을 보는 인원이 20만 명이 넘기 때문에 예상 인원을 미리 파악하고 준비하기 위한 것이고, 특별 추가로 인해 고사장을 추가로 빌리는 등 시험 준비의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기접수나 특별추가접수나 준비하는 것은 똑같은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자세한 것은 말씀 드릴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수험생들과 관련 업계에 억울함만 남기고 있다.

한번만 볼 수도 없는 토익 시험

혹자는 비싼 응시료에 정답도 알 수 없고, 응시료에 대한 정당성에 불협화음이 빚고 있는 실정에 제대로 공부해서 시험을 한번만 보라고 한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그건 토익을 모르니까 하는 소리”라고 항변했다. 토익 시험에는 일명 ‘대박달’과 ‘쪽박달’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점수 산정방식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는 것도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는데 한 몫 하고 있다.

문항당 정확한 점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내가 어떤 문제를 맞히고 틀렸는지에 따라 운이 작용한다고 소문이 있다 보니 매번 ‘한번만 더’하는 심정으로 시험을 반복해서 보고 있고 이에 ‘대박달’과 ‘쪽박달’이라는 명칭이 나올 정도다.

심지어 듣기시험을 위해 음질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 방송스피커 상태가 좋다는 수험생들의 평을 참고해 시험장이 멀어도 일부러 '오디오 명당'을 선택해 오는 사람들도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2002년 2만8,000원이었던 토익 정기시험 응시료는 10년 사이 50%가 올라 현재는 3만9,000원에 이르고 있으며, 시험일 임박해서 이뤄지는 '특별추가접수'의 경우 이보다 10%나 더 높은 비용을 내야 한다.

또한 최근 기업체 입사시험에서 활용이 늘고 있는 토익스피킹 시험의 경우는 한번 응시 하는데 7만원이 넘고, 라이팅(쓰기) 시험까지 포함할 경우 무려 20만원에 육박하고 있어 일명 '황제 고시'라고도 불리고 있다.

'전국민의 영어시험'으로 불리는 토익(TOEIC)에 대한 여론 역시 곱지만은 않다. '해커스어학원'이 토익시험 문제를 유출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다는 소식에 되려 비난의 화살이 토익시험을 주관하는 '미국교육평가원(ETS)'을 향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로 삼성을 비롯한 대기업들이 토익 시험 폐지라는 공지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토익시험 점수를 반영하는 곳이 대부분이고, 수험자 입장에서 그나마 할 만하다고 평가하는 시험이 '토익'인 이상, 앞으로도 토익시험과 수험생들의 마찰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근본적으로는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영어 시험을 응시하는 응시생들의 진짜 실력을 제대로 평가 할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영어교육 프로그램이 하루 빨리 도입돼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너무' 당연한 필수 자격 요건이 되어버린 토익시험, 사실 아무런 대안책이 없어 보인다. 설사 토익 시험의 인기가 가라 앉는다고 할지라도 현실성이 떨어진 영어교육이 팽배한 이상 점수에 목맨 ‘제 2의 토익시험’이 나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작권법이 적용되는 학술지에 포함된다고 할지라도, 시험 성적의 사용 목적이 특별한 경우에는 응시자가 지불한 금액의 기본적인 보상(시험지와 정답 공개)을 해주는 제도적 마련이 필요할 듯 하다. 또한 부담스러운 비용에 응시생들이 편하게 응시 할 수 있도록 '반값 등록금'만 외칠 것이 아니라 '반값 시험응시비용'에 대한 제도역시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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