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사자들이 직접 소송을 하는 경우 요즘도 법정에서 재판장을 향해 “하늘도 알고, 땅도 안다.”라는 말씀을 간혹 하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하늘이 알고, 땅이 알아도, 그 사건의 재판부가 모르면 그 재판은 패소(敗訴)입니다.

차를 타고 법원 앞을 지나다 보면, 피켓을 들고 사법부에 억울함을 토로하시는 분들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 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사건을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 진실여부를 떠나 증거가 부족하여 사건에서 패소한 분들입니다.

또한 많은 분들이 상대방과의 대화를 녹음한 후, “이 것 하나면 재판에서 이길 수 있다.” 라고 생각하시는 것 같은데, 뒤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녹취록의 증명력은 여러분이 생각하는 것보다 강하지 않습니다.

예컨대, 갑(甲)이 을(乙)에게 돈을 빌려줬는데, 둘이 있을 때 차용증 같은 것 없이 현금으로 빌려준 것이라 달리 입증할 길이 없다고 가정해봅시다.
이 때, 갑(甲)이 생각한 것이 녹음이었습니다.

 
그래서 갑(甲)은 을(乙)과 전화내용을 녹음합니다. “갑(甲) : 을(乙)아, 돈 빌려갔는데 왜 안갚는거야……. 을(乙) : 뭐라고……. 갑(甲) : 아니, 네가 언제 내 돈 빌려갔잖아, 을(乙) : 응……. 갑(甲) : 빌려간 것 맞지, 을(乙) : 응…….근데 바빠서 이만 끊는다.”

갑(甲)은 을(乙)이 모든 것을 인정 했으니 이제 됐다고 생각한 후, 소송을 제기합니다. 그리고 녹취록을 제출한 후, 무조건 이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무조건 이길 수 있을까요.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아래 글을 읽어보시고 각자 판단해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당사자의 생각과 달리 재판부에서 녹취록의 증명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는 이유를 생각해볼까요.

그 이유는 입장을 바꿔서 여러분들이 녹취의 대상이 되었다고 생각해보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우선 자신도 모르게 대화가 녹음된 사실이 기분 나쁘시겠죠. 그리고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뭐라고 막 이야기를 해서 자세한 내용을 듣지도 않고 귀찮아서 ‘그래’라고 말했을 뿐인데, ‘그래’라는 한마디를 가지고 모든 것을 인정했다고 법원에서 판단을 해버린다면 정말 황당하시겠죠.

법원에서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기 때문에 녹취록의 신빙성을 크게 보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이해가 되시죠.

그렇다면, 어떻게 녹취를 해야 증거로서 신빙성을 가지게 될까요.

소(형사고소 포함)를 제기하려고 마음을 먹었다면 혹은 상대방의 약속이 의심스러워서 녹음을 통해서라도 이를 확인해두고 싶다면, 우선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대방이 대화시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지 않도록 해야합니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고 녹취에도 시기가 있습니다. 상대가 경계하는 마음을 가지게 된 후부터는 녹취 자체가 되지 않습니다. 예컨대, 사기사건의 경우 상대방이 당사자가 자신을 믿고 있다고 생각하는 동안에는 원하는 답변을 쉽게 녹음할 수 있습니다만, 당사자가 상대방을 의심하여 추궁하는 순간부터는 원하는 답변을 절대 들을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의심이 드는 순간 상대방을 추궁하기 보다는 곧바로 법률상담을 받으신 후, 이에 관한 대비를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되, 상대방으로 하여금 본인이 듣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질문을 하여야 합니다.

쉽게 말하면, 어떠한 질문을 던지면 상대방이 그것에 관해 변명을 하면서 구체적이고 길게 대답을 할 것인지에 관하여 깊이 연구하고, 질문 사항을 미리 준비한 후, 만남을 가지거나 전화를 해서 대화를 시작해야 합니다.

(녹취사실을 알리고 녹음을 하면 가장 좋겠지만 녹음사실을 알리는 경우 십중팔구 제대로 된 답변을 듣기는 곤란하니까 이 부분은 패스합니다.)

이제 어떻게 녹취를 하면 될지 대충 감은 잡히시죠.

뜬금없이 녹취에 대해 글을 적은 것은 추후 연재하게 될 사안에서 녹취록이 간간히 준비물로 등장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그럼 오늘도 즐거운 하루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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