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 기자]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의 차갑게 식은 발을 보고 기꺼이 자신의 양말과 신발을 벗어 신겨 주어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준 최현주 순경(26)의 일화가 훈훈하다.

이에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진안경찰서를 친히 방문해 ‘맨발 여경’ 최현주 순경에게 ‘즉상’을 수여했는데, ‘즉상’은 지방청장이 경찰서를 직접 찾아가 수여하는 상으로 일선 경찰에게는 매우 영예로운 상이 아닐 수 없다.

▲ 즉상을 받고 있는 최현주 순경(출처/전북지방경찰청)

이렇듯 한 행동으로 세간의 사랑과 존경, 칭찬을 받는 경찰이 있는가 하면 같은 일선인데도 국민들의 질타와 욕을 먹는 경찰도 있다. 바로 전·의경이다.

전·의경은 시민들에게 대부분 시위를 진압하는 ‘진압경찰’로 인식되어 있다. 보통 군복무를 대체하여 경찰업무를 하는데, 지원을 해서 가게 되면 의무경찰(의경), 육군으로 가서 차출되면 전투경찰(전경)으로 분류된다.

시위 진압 업무는 의경이나 전경의 공통 업무로, 의경은 시위 진압을 가지 않는 날에는 방범순찰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시위 진압의 이미지가 강렬해 의경이나 전경은 모두 시위를 막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실 시위를 막는 경찰의 주된 업무는 어느 한 쪽을 진압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다. 이해관계가 있는 단체들의 무력 충돌을 그 가운데서 차단하는 것이 1차적 목표이지만 그 대부분의 이해관계가 정부 또는 기관들과의 마찰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억울하고 할 말이 많은 시위대 쪽이 과격하게 되고, 때문에 전·의경들과 마찰을 겪는 경우가 많다.

전·의경은 신분이 군인이라 나이가 대부분 20대 초반으로 어리다. 전·의경의 나이를 보고 “어린놈의 자식들이”라며 꾸짖거나 욕하고 때리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군인은 명령에 의해 움직이는 것일 뿐이고 케빈베이컨의 법칙처럼 한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친인척일 수 있으며 이는 곧 나의 아들, 형, 동생일 수 있기 때문에 철천지원수처럼 대할 필요는 없다.

그럼 왜 이렇게 미움을 받게 되는 것일까? 그것은 마치 시위대들의 요구가 경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모양이 외견상 나타나기 때문이다. 경찰은 가운데서 막기만 할 뿐 요구를 차단시키는 행위는 할 수 없다. 오히려 경찰이 뚫려 버린다면 정부나 기관들에 막대한 소요사태가 일어나 국가의 기능이 정지될 수 도 있다.

간혹 시위가 긴 시간동안 격렬할 때에는 전·의경도 사람이고 나이가 어려 힘들고 지친 상태에서 ‘진압’을 하라는 명령이 내려지면 그 짜증과 흥분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엄청난 사회 문제로 대두되기도 하는데, 이 시기에는 전·의경에게도 군중심리가 발동해 자신만이 하는 행동이 아닌 경찰 전체의 행동이라 여겨 양심의 가책을 상대적으로 덜 느껴 더욱 과격해 지는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폭력이 폭력을 부른다는 얘기와 같다고 할 수 있으며 의경과 시위대의 충돌은 어느 한 쪽만이 잘 했다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서로 넘어선 안 될 선을 넘기 때문에 다치고 상처받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들의 모양새가 사회적인 약자에 있는 시위대의 처지와 공권력으로 대표되는 경찰의 대치에 의해 강자가 약자를 탄압한다는 이미지가 생길 뿐, 근본적으로 보면 모두 다 같은 국민이며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경찰이고 내 아들이며 형·동생이라 할 수 있다.

▲ 사실 이들도 다 같은 국민이며 누군가의 아들이고 형·동생이다

추워하는 치매 할머니에게 기꺼이 양말과 신발을 벗어주는 경찰에 표창은 할 수 있을지언정 그 순경을 다른 모든 경찰의 표본이라고 말 할 수 없다. 역설적으로 이례적인 상황이기 때문에 표창을 하게 된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과잉 진압을 하는 경찰을 두고 모든 경찰이 그렇다고 판단할 필요도 없다.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인한 해당 경찰의 폭력성을 모든 경찰로 확대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두 서로의 입장이 있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마찰이 되는 것이고 이 때문에 충돌이 생기는 것이다. 같은 국민으로서 화가 나고 힘든 것은 모두 공감하고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서로에 대한 처지를 조금 씩 더 행동하기 전에 생각해 본다면 미운경찰, 착한경찰로 나뉘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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