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30일 앞으로 다가왔다. 후보들로서는 매우 짧은 시간이라는 느낌을 갖겠지만, 유권자들에게는 충분히 긴 시간이다. 지금은 그동안의 캠페인을 냉철히 평가하고 승리 방정식을 다시 가다듬을 수 있는 마지막 시점인 것이다. 필자는 이 시점에서 각 후보들이 반드시 명심해야 할 다섯 가지 명제를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자 한다.

   첫째, 당선의 당위성을 명확히 하라. 키케로(M. T. Cicero)는 “불멸의 희망이 없이는 아무도 조국을 위해 스스로 목숨을 바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왜 자신이 제18대 대한민국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스스로 확신에 차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운동원들이 열성적으로 캠페인을 전개할 수 있고, 유권자들 역시 호응할 수가 있을 것이다.
박근혜 후보는 “조국과 결혼했다.”는 말을 통해 강한 애국심을 토로한 바 있다. 또 아버지인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산업화 성공 경험에 강한 매력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박 후보만의 독특한 비전은 지명도에 비해 미약한 편이다. 남은 기간 동안 이를 극대화하지 않으면 당선을 장담할 수가 없다. 주특기 없는 ‘여성 대통령’론은 고육지책일 따름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서의 특성이 뚜렷하지 않다. 그래서 문 후보 하면 ‘친노 인사’가 먼저 연상된다. 또 ‘대통령 문재인’보다는 ‘정권 교체’라는 말이 더 강하게 떠오른다. 개인기와 브랜드파워의 측면에서는 박근혜 후보와 안철수 후보에 밀린다는 뜻이다. ‘왜 문재인인가?’를 설득력 있게 전파하지 못하면 상당한 고전이 예상된다.
안철수 후보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염원에 힘입어 급부상한 인물이다. 그것만으로도 명분이 확실하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기업 경영에서 보여준 미래지향적인 리더십, 늘 도전적이고 창의적인 기질 등은 역할 모델이 되기에 모자람이 없다. 하지만 안 후보가 대통령으로서의 요건을 어느 정도 갖추고 있는지는 더 철저히 검증되어야 한다.

   둘째, 민심에 순응하라. 중국 고대의 『관자(管子)』에는 “대세를 내다보는 자는 민심을 얻고, 잔꾀를 부리는 자는 민심을 잃는다.”라는 말이 나온다. 이 당위성이 실제 선거에서는 자주 망각된다. 후보의 아집이 강하거나 자기 정당 혹은 진영 논리에 깊이 빠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기 관성에 젖어 국민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을 만한 언행도 서슴지 않는다.
박근혜 후보는 금년 들어서만 해도 몇 차례나 민심에 역행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렀다. 어쩌면 충분히 이길 수도 있는 이번 대선에서 민심에 반하는 태도를 취함으로써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에서 무엇으로 민심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인지 숙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던지는 필사즉생의 각오가 아니면 민심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크게 모난 성격이 아니어서 민심을 화나게 만들 일이 별로 없다. 다만, 자신에게 쏠리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정리하고 넘어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노무현 정권의 잘잘못을 분간하는 일이다. 친노 그룹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올바르게 정리해야 당선에 유리하고, 대통령이 되어서도 좀 더 나은 국정 운영을 할 수가 있다.
안철수 후보는 세 후보 중에서 민심에 가장 근접해 있다. 다만, 당초의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을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2012년의 대한민국 민심을 한마디로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대체로 말해서 통합, 공평, 행복, 희망에 대한 갈구라 할 수 있다. 안 후보가 이런 국민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하기 위해서는 좀 더 분발해야 한다.

   셋째,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하라. 미셸 몽테뉴(Michel E. de Montaigne)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하면 내가 진정 나다워질 수 있는가를 아는 것이다.”라고 했다. 아무리 좋은 말이라도 자신의 정체성에 맞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물론, 정체성을 확고히 하라고 해서 극단으로 가라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극단은 필패의 길이다.
박근혜 후보는 5년 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 ‘줄·푸·세’를 대표 공약으로 삼았다. 전형적인 우파 노선이었다. 지금은 ‘경제 민주화’의 노선으로 전환해 있다. 요즘 들어서는 우파 일각의 비판을 의식해서인지 우경화 모드이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점에서는 바람직한 일면이 있지만, 시장만능주의로 회귀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는 정체성이 확고한 편이다. 언필칭 ‘정통 민주·개혁 정당’인 민주당 소속인 데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대표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교적 때가 묻지 않고 참신한 면모를 갖고 있는 문 후보의 이미지와 여러 가지 정치적 폐단을 안고 있는 민주당 사이의 모순이다. 이를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이다.
안철수 후보는 그 스스로 말한 대로 ‘경제는 진보, 안보는 보수’라는 식으로 합리적 중도 노선을 견지하고 있었다. 이것이 국민의 정서와도 대체로 맞아 떨어진다. 하지만 야권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는 바람에 이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야권 핵심 지지자들의 정서를 지나치게 의식하고 있는 것이다. 4대강(江)의 보(洑)를 철거하겠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일탈이다.

   넷째, 유연하라. 손자(孫子)는 “부드러운 것은 단단한 것을 이기고, 약한 것은 굳센 것을 능히 제어한다.”라고 했다. 유연해야 중립적인 유권자들에게 다가가기가 쉽고, 따라서 외연 확대에 크게 도움이 된다. 또한 선거에서는 예측 불가능한 일들이 자주 벌어지기 때문에 유연한 자세가 더 없이 요구된다. 이미 수립된 전략과 전술의 수정도 당연히 불가피하다.
박근혜 후보는 완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새누리당도 수직적이고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대선 캠페인 조직 역시 그렇다. 그래서 유연성이 가장 부족하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브레인스토밍이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지시만 있고 소통이 없는 조직이 승리를 거두기는 어려운데, 이를 단시일 내에 극복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유연한 캐릭터를 갖고 있다. 그러나 문 후보의 주력 부대인 친노 그룹은 배타적이고 경직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친노 그룹이 민주당을 접수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그룹 특유의 충성심과 응집력 덕분이지만, 그 배타성과 경직성이 앞으로 악재가 될 가능성이 다분하다. 문 후보도 서서히 친노 그룹의 부정적 특성을 닮아가고 있다.
안철수 후보는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의 중간쯤에 자리하고 있다. 겉으로는 유연한 스타일인데, 성공 신화를 써 왔기 때문에 자기 고집이 강한 편이다. 그래서 수평적인 의사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다. 더욱이 안 후보는 후보 개인의 카리스마에 의존해야 하는 무소속이다. 중심성과 유연성을 어떻게 잘 조화시킬 것인지가 중요한 과제인 것이다.

   다섯째, 포지티브 캠페인을 하라. 일본의 승려이자 작가인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는 “푸념이나 험담을 하면 일순간 쾌감을 느끼는 것 같지만, 사실 부정적인 말에는 분노라는 독소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 말하는 사람 스스로 불쾌한 감정과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충고했다. 이제는 네거티브 캠페인의 효과가 별로 없음을 깨달아야 한다.
박근혜 후보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중지해야 한다. 정치평론가는 그런 비판을 할 수 있겠지만, 선진당과 통합한 새누리당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요컨대 후보 단일화와 무분별한 이합집산은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후진적 사례로서 피장파장이다. 또 참모들에게 지나친 색깔 공세와 같은 험담을 자제하기를 요구해야 한다.
문재인 후보도 마찬가지다. 박정희 정권 때의 과거사를 공격함으로써 표를 얻겠다는 꼼수는 더 이상 없어야 한다. 박근혜 후보에게 그 입장을 물을 수는 있겠지만, 깎아내리기 위한 수단으로는 부적절하다. 또한 민주당은 지난 총선 때 ‘막말 파문’으로 곤욕을 치렀다. 최근에도 그런 일이 불거졌다. 따라서 모두 자중할 수 있도록 독려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안철수 후보는 세 후보 중에서 포지티브 캠페인을 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다만, 현존 정치권을 낡은 체제로 규정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새로운 정치가 무엇인지를 좀 더 명확하게 부각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내놓은 정치 혁신 공약을 보면, 별다른 내용이 없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다수가 공감하면서도 놀랄 만한 정치 비전을 내놓아야 한다.

   ‘대통령은 하늘이 내린다.’는 말이 있다. 필자는 이 말을 일종의 운명론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아무런 노력도 필요가 없다. 그보다는 ‘원칙과 대세(Mega Trend)와 민심을 따르는 자가 승리할 것’이라는 뜻으로 해석하고 싶다. 더욱이 이번 대선은 치열한 접전이다. 각 후보들이 필자가 앞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의 고언을 잘 새기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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