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기자ㅣ2023년 새해. 대통령 연하장을 받아본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를 맞아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이 칠곡에 거주하는 권안자 할머니의 글씨체로 적혔기 때문이다. 권 할머니는 시골 할머니 5명의 손글씨로 만든 ‘칠곡할매글꼴’ 중 권안자체의 원작자다. 윤 대통령의 연하장에는 새해 인사와 함께 ‘위 서체는 76세 늦은 나이에 경북 칠곡군 한글교실에서 글씨를 배우신 권안자 어르신의 서체로 제작되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칠곡할매글꼴은 경상북도 칠곡군에서 ‘성인문해교육’을 통해 한글을 배운 할머니들의 필체로 만든 폰트다. 

종류는 총 5가지로 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 등으로 분류된다. 해당 폰트는 칠곡군 공식홈페이지에서 무료로 횟수 제한 없이 다운로드가 가능하며 지식재산권은 칠곡군에 있다.

칠곡할매글꼴은 지난 2020년 12월 제작됐다. 당시 칠곡군은 성인문해교실에서 공부한 할머니들의 글씨 400개 중 5개를 뽑았는데, 이때 선정된 사람이 권 할머니와 김영분(77)·이원순(86)·이종희(81)·추유을 할머니(89)다. 각 할머니 이름이 글꼴명이 됐다.

열 살이 되던 해에 부모를 잃었다는 권 할머니는 초등학교도 다닐 수 없었다고 했다. 남의 집을 돌아다니며 식모살이를 한 탓에 글을 배운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는 “어릴 때 아버지가 많이 아프셨는데, 철없이 학교를 보내달라고 조르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이어 “글을 몰라 남들에게 무시도 많이 당했다”면서 “그럴 때마다 서러웠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할머니들의 글꼴은 지난해(2022년) 한컴오피스와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정식 탑재됐다. 경주 황리단길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대형 글판을 내걸었고, 국내 최초의 한글 전용 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로 제작한 표구를 상설 전시하고 있으며, 국립한글박물관은 칠곡할매글꼴을 휴대용 저장장치(USB)에 담아 유물로 영구 보존했다.

할머니들은 이 글꼴을 만들기 위해 4개월간 각각 2000장에 이르는 종이에 손수 글씨를 써가며 연습했다. 특히 알파벳이 할머니들에게 익숙하지 않아 강사들의 손을 잡고 그림 그리듯 글자를 그려내면서 작업했다고 한다. 알파벳 하나를 쓰는 데 A4용지 10장을 빼곡하게 채웠고, 획의 굵기를 일정하게 하려 네임펜을 썼는데 7~8개씩 펜을 다 쓸 정도로 연습량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한편 칠곡할매글꼴 5종(칠곡할매 김영분체, 칠곡할매 권안자체, 칠곡할매 이원순체, 칠곡할매 이종희체, 칠곡할매 추유을체)은 개인 및 기업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되는 글꼴이며, 칠곡할매글꼴의 지식재산권은 칠곡군에 있습니다. 칠곡할매글꼴 5종은 유료로 양도하거나 판매할 수 없으며, 배포되는 형태 그대로 (원본 글씨 형태의 변형 없이)사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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