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박진아 | 적십자사가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최근 들어, 학술 연구 성과가 나오고, 관련 사료와 유물이 국립 박물관에 전시되면서 조금씩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 중심에 독립운동史 권위자인 박환 수원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있다. 

그를 서울 서대문에 있는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만났다.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는 헌법정신의 내용과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 2022년 3월 1일 문을 열었다. 기념관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갖는 역사적 가치를 담아내고 있으며, 임시정부 관련 자료 수집과 학술 연구 업무를 수행한다. 

박환 수원대 사학과 교수는 적십자사의 독립운동과 인도주의 운동에 주목해 2020년 ‘독립운동과 대한적십자(민속원)’를 저술했다. 책 1부는 대한적십자사의 탄생과 미국·러시아·멕시코·쿠바 등 해외에서의 활약을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책 2부는 대한적십자회가 1920년 상하이에서 간행한 3·1운동 영문 사진첩 'The Korean Independence Movement'(한국 독립운동), 러시아 대한적십자회의 조직과 주요 구성원에 대해 다룬다. 

 * 대한적십자회 : 1905년 설립한 대한적십자사는 1909년 일본적십자사로 흡수된다. 이후, 1919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대한적십자회를 설립해 부활한다. 해방과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다시 대한적십자사로 재조직된다. 

책에서 눈여겨볼 곳은 단연 대한적십자회가 발행한 사진첩이다. 이 사진첩은 당시 영문으로 발행해 당시 일본으로부터 부당한 핍박을 받은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데 기여했다. 

이 사진첩은 일본에서도 소장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 기록에 따르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일대까지 사진첩이 배포되었고, 다량의 사진첩이 압수되었다고 한다. 

한편, 박환 교수는 안중근 의사의 동생 안정근 지사가 적십자와 관련해서 많은 활동을 했다고 밝혔다. 안정근은 대한적십자회 회장 대리를 역임했고, 해방 후 중국에서 우리 동포들이 고국으로 귀환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안정근 지사는 안중근 의사의 ‘동양 평화론’을 계승·발전시켰고,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그의 업적에 대해서도 새롭게 조명해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박환 교수는 인도주의는 국경을 넘어 어려운 사람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미는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많은 나라의 적십자사가 그 나라 군대에 소속된 경우가 많다.”고 말하며 “국경을 초월하는 기본 정신에 더 충실해야 하는 시점에서 평화와 관련한 인도주의 정신이 시대정신으로 확산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박환 교수는 앞으로 적십자사가 통일 지향적인 관점에서 북한과 함께 인도주의 분야 학술 연구를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독립운동史에서 적십자사의 역할과 의미가 학계는 물론 다양한 영역에서 조명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또한,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인도주의가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음을 되새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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