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혈연이나 인연, 입양으로 연결된 집단을 가리키는 가족. 이 가족의 형태는 사회 구조적 요인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다. 혈연관계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전혀 혈연관계가 없는 사람들끼리도 입양 등을 통해 가족이 되는 것도 가능하다. 최근 여성가족부가 사실혼 및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뒤집으며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가운데 요즘 가족의 정의는 어떻게 변화되고 있을까.

가족은 크게 3가지 단계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서 농업시대는 ‘대가족’으로 가족은 하나의 생산 단위이자 사회조직의 기초 단위였다. 학교, 농장, 공장 등 사회가 필요로 하는 거의 대부분의 기능이 가족에 집중되어 있었다.

평균수명이 짧았을 시기, 부모가 일찍 사망하면 형이나 언니가 동생들을 부양하며 사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살면서 결혼하여 배우자와 자녀가 있는 형, 언니와 미혼의 동생들이 같이 사는 형태의 대가족이 많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근대화와 함께 이러한 가족의 기능은 차례차례 분리되면서 ‘핵가족’이 가족의 주요 유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농경 사회의 생산단위적 성격이 많이 희석되면서 가족의 의미는 사회 문화적 성격에 더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 핵가족은 자녀 없이 부부로만 이뤄진 가족이나, 부부와 그들의 독신 자녀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근대화 이전에는 한 집에 여러 식구가 사는 대가족이 일반적이었으나, 산업화가 되고 도시화가 증가하면서 핵가족이 보편화되었다. 또한 결혼 시기가 늦춰지고 출산율이 감소하면서 현재의 부모, 독신 자녀 1~2명의 핵가족이 많아지게 되었다. 

정보사회로 접어들면서는 구성원이 단 한 사람만 있는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가족이라는 개념은 또 다른 전환기를 맞이한다. 숙식 정도의 원시적인 기능만 건재하며 연령 분포도 청년층부터 노년층까지 넓은 편이라 특정 세대만의 이야기라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행 건강가정기본법은 결혼과 혈연, 입양에 의한 가족만 인정하고 있지만 사회가 급변하면서 가족 개념도 다양해지고 있다. 결혼을 하지 않은 연인이나 친구끼리 거주하는 비친족 가구와 위탁 가족, 동성 부부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들은 가족 개념이 협소하다보니 각종 보험이나 가족수당 등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있었다.

이에 여성계와 진보단체는 달라진 세태를 반영해 1인가구, 동거가족, 위탁가족, 동성부부 등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고, 관련법률에서도 차별적 조항을 폐지 또는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사실혼 및 동거 가구를 법적 가족으로 인정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던 여성가족부가 최근 가족의 법적 정의를 삭제하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에 대해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이 2020년 11월 발의한 해당 법안은 가족의 형태와 규모가 달라짐에 따라 ‘혼인·혈연·입양으로 이뤄진 단위’로 가족을 규정하는 조항을 삭제, 가족 정의를 확대하고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를 ‘가족’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골자다. 

여가부는 국가의 보호·지원 대상을 법에서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건강가정기본법의 ‘건강가정’이라는 용어도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건강가정’ 용어는 추구하고자 하는 정책적 목표를 나타내며 ‘가정’, ‘가족’ 용어가 실생활과 법률에서도 혼용되므로 현행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여가부는 사회적 합의 아래 다양한 가족 형태를 검토해 갈 예정이라고 해명했지만 입장이 뒤바뀌며 여성계를 중심으로 반발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심각한 인구 문제에 당면해 일각에서는 가족범위 확대가 필요하는 의견도 적지 않은 상황. 가족 형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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