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수육국밥 주문하려고요..." 지난 20일, 충남경찰청 112 치안종합상황실에 걸려 온 한 통의 전화, 장난 전화 같지만 자신의 위급한 상황을 알리는 구조 신호였다. 이 전화를 건 여성은 이별을 통보한 남자친구에게 폭행을 당하고 있었는데, 기지를 발휘해 국밥을 주문하는 척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것. 다행히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챈 112 접수 요원의 신속한 대처로 피해자는 무사히 구조될 수 있었다. 

이렇게 말로 신고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위급한 상황을 경찰에 알리는 기지를 발휘해 위기를 모면한 신고 사례는 이것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대구에서는 모르는 남성에게 추행을 당하던 여성이 “흰색 구두 신고 있어서 발이 아프다”며 친구에게 하듯이 112에 전화해 구조되기도 했다.

이런 사례들처럼 신고자의 기지가 발휘되고 전화를 받은 신고 요원도 순발력 있게 잘 대처하면 너무 다행이지만 신고자가 아예 말 자체를 할 수 없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고, 장난 전화와 신고 전화를 구분하기도 어려울 때도 많다. 그래서 경찰청은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어 112통화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 음성 대화 없이도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인 '똑똑'을 운영하고 있다.

‘똑똑’ 시스템은 대화가 곤란한 신고자가 112로 전화를 걸어 경찰관 안내에 따라 숫자 버튼을 똑똑 누르면 경찰관이 신고자 휴대전화로 '보이는 112' 링크를 발송하는 방식이다. 링크를 클릭하면 신고자 위치와 현장 상황 동영상 등이 112 상황실로 전송된다. 상황요원과 피해자 간 비밀 채팅도 가능하다.

지금까지 경찰은 112통화 연결 후 아무 말이 없는 신고를 '비정형 신고'로 정의하고 대응법을 매뉴얼에 반영해 상황실 요원들을 교육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러한 신고 유형을 위급상황 신고 방식의 하나로 공식화하고 새 시스템과 연계해 대응 속도와 효율성을 높일 방침이다.

경찰청은 이러한 '말 없는 신고' 사건에서 신속한 초동조치와 피해자 보호가 이뤄지도록 새로운 112시스템을 홍보하는 '똑똑' 캠페인을 제일기획과 함께 진행한다. 캠페인을 공동 진행하는 제일기획 측은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함께 있을 때 112의 문을 두드릴 방법을 고민하던 중 모스 부호 구조 신호에서 모티브를 얻어 똑똑 캠페인을 떠올리게 됐다"고 말했다.

경찰은 최근 전국 경찰관서 112 상황실장들을 대상으로 캠페인 취지를 설명하고 매뉴얼을 숙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캠페인 소개 영상을 만들어 각 부처 SNS와 오프라인 전광판 등을 활용해 '보이는 112' 시스템을 알릴 계획이다.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가 한 공간에 있어 112통화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경우 음성 대화 없이도 상황을 전달할 수 있게 하는 112시스템 ‘똑똑’. 똑똑은 위치추적이 어려운 알뜰폰으로도 가능한 신고 방법이라 알아두면 좋다. 똑똑 캠페인으로 위기에 처한 국민이 용기를 내 신고하고, 경찰관 누구나 상황을 빠르게 파악해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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