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신승우] 사람은 첫인상이 중요하듯, 기업과 상품은 이름이 중요하다. 이름에 따라 첫인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오늘 아이디언 2편에서는 현대차 아슬란, 아이스크림 ‘백제신라고구마’의 네이밍을 진행했던 토탈 브랜드 컨설팅 회사 브랜드앤컴퍼니 김동찬 디렉터와 ‘네이미스트’의 전망과 미래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part. 1 우연히 떠오른 아이디어! 최고의 이름이 될 수 있다.

- 네이미스트로 활동하신지 7년,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가장 최근에 진행했던 ‘백제신라고구마’라는 아이스크림 브랜드 네임개발 플로젝트가 생각납니다.

사실 백제신라고구마는 그냥 동료하고 아이디어를 주고받다가 불쑥 나온 이름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다른 네임 후보안과 비교를 해보니 (제 생각에)‘백제신라고구마’보다 좋은 이름은 없는 거예요. 하지만 회사 내부 설문조사결과는 제 생각과 전혀 달랐죠. 말장난 같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어요. 그렇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계속 ‘백제신라고구마’의 네임이 성공할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 브랜드 네임은 단순히 이름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의미부여를 해 가치를 올려준다. (출처/브랜드앤컴퍼니)

-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의뢰받은 아이스크림을 연구해 봤어요. 다른 고구마 아이스크림보다 모양이 더 고구마에 가깝고, 맛이나 향도 진짜 고구마에 가깝게 구현됐다는 점이 특징이었죠.

그때 순간 떠오른 슬로건이 ‘고구마의 새 역사를 쓰자’였어요. 백제신라고구려에서 ‘고구려’를 ‘고구마’로 바꿀 수 있는 당위성이 부여된 거죠. 고구마의 새 역사를 쓰기 때문에 우리는 고구려를 고구마로 바꾸고, 한 번에 통과 됐죠 (웃음)

 

part.2 브랜드 네임의 3할, ‘창의적인 아이디어’는 어떻게 만들어 지나?

- 좋은 이름을 만들기 위해선 창의성이 중요한데요.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으시나요?

저는 항상 아이디어를 주우러 다닌다고 말합니다.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 활자 중독증이란 말이 있는데 바로 저한테 해당하죠. 저는 매 순간 글자로 된 표현들을 항상 봅니다. 꼭 브랜드와 관련되지 않더라도 예를 들어 영수증에 쓰인 글자들, 회사 메모지에 낙서해놓은 글자들 등을 계속 보다보면 언어에 대한 감수성들이 많이 풍부해지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같은 단어를 보더라도 영수증에 쓰인 단어, 약 봉투에 쓰인 단어, 패션 쇼핑백에 쓰인 단어들이 모두 다 다르게 느껴지거든요. 또 저는 좋은 단어들은 메모를 하거나 사진을 찍는 방법으로 자료를 수집합니다. 이렇게 모아둔 자료들은 네이밍 작업을 할 때 핵심 키워드로 활용되는 좋은 자료가 되기도 합니다.

▲ 브랜드 네임의 아이디어는 주변에서 쉽게 얻을 수 있다.(출처/브랜드앤컴퍼니)

- 네이미스트와 글자, 단어는 빼놓을 수 없는 관계네요. 어문계열이나 문학가출신들이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문계열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좋은 이름은 결국 소비자들에게 사랑받는 이름이라는 뜻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마케팅적인 감각이나 지식이 요구되기도 하죠. 실제로 저희 회사에도 언어 전공자들도 있지만 경영학, 광고, 심지어 공학을 전공한 사람도 있습니다.

 

part. 3 네이미스트가 되기 위한 발걸음.

- 네이미스트에게 필요한 자질은 무엇이 있을까요?

우선 네이미스트가 자기한테 맞는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모든 직업이 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는 것과 실제로 해보는 건 정말 다르거든요.

이론이나 지식은 나중에 배우더라도 요즘 소비자들이 어떤 분야를 좋아하고 카테고리별로 어떤 브랜드가 새로 나오는지 등에 대해서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왜 이 브랜드는 이 네임을 선택했을까?’,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이게 무슨 의미일까?’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던져야 합니다. 끝없는 관심이 가장 필요한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 네이미스트의 전망, 어떻다고 보시나요?

브랜드가 있는 한 네이미스트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을 것입니다.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는 네임이 필요하니까요. 다만 네임이라는 게 언어만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어서, 다른 직업 분야의 분들이 이쪽으로 영역을 많이 확장하죠.

따라서 네이미스트로서 높은 전문성을 갖추고 자기만의 차별화되는 부분들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즉, 현직에 종사자로서 봤을 때는 점점 더 네이미스트들 사이에 경쟁이 치열해진다는 거죠.

▲ 기업이 존재하는 한 네이미스트의 역할은 더 커질 것이다.(출처/브랜드앤컴퍼니)

- 네이미스트를 준비하거나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네이미스트는 이름을 통해서 타사의 존재를 규정 짓는 일을 하기 때문에, 책임감이나 도덕성이 필요합니다. 또한 서비스 정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은 필수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또한 단순히 네임만 잘 짓는다거나 창의적이라고 해서 반드시 잘 할 수 있는 길은 아니고요.

무엇보다 바른 인성을 가진 사람이 좋은 네이미스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인성은 스펙이나 커리어로 쌓을 수 없기 때문이죠. 정말 자신이 맡은 일에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네이미스트로도 충분히 좋은 성공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까지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누구나 들어봤을 김춘수 시인의 ‘꽃’의 한 구절이다.

하나의 몸짓에 불과했던 그의 존재를 나에게 인식시켜주는 건 다른 무엇도 아닌 ‘이름’이었다. 네이미스트는 브랜드 제품에 어울리는 이름을 지어, 진정으로 하나의 완성된 브랜드를 만들어주는 일을 한다. 보다 멋진 이름, 누구나 들으면 공감가고 부르기 쉬워 사랑받을 수 있는 좋은 이름이 많이 만들어지길 바라본다.

지식교양 전문채널 - 시선뉴스
www.sisunnews.co.kr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