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이윤아Pro] 국내법상 안락사는 모두 불법이지만 이에 대한 찬반 논란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고통 없는 죽음을 중시하는 안락사와는 구분되게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존엄사가 있으며 지난달 국회에서는 일명 ‘조력존엄사법’이 발의되기도 했다.

‘조력존엄사법’은 극심한 고통을 겪는 말기 환자에게 의사가 약물 등을 제공해 환자 스스로 삶을 마감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을 말한다. 법안은 수용하기 어려운 고통을 겪고 회복 가능성이 없는 말기 환자가 본인 희망에 따라 담당 의사의 도움으로 삶을 마치는 것을 조력 존엄사로 규정했다.

조력존엄사법은 존엄사법과는 구분된다. ‘존엄사법’은 ‘연명의료결정법’이라고도 불리며 회생가능성이 없는 환자에게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환자는 담당 의사와 전문의에게 치료가능성이 없다는 의학적 진단을 받을 경우 연명치료 지속·중단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환자나 보호자의 동의가 있으면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달 발의된 조력존엄사법은 환자 본인이 직접 2차례 요청해야 한다. 발의된 법안에 따르면 조력 존엄사를 희망하는 환자는 보건복지부 장관을 비롯해 의료 및 윤리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조력존엄사심사위원회’에 신청해 심의를 받아야 한다. 임종을 앞둔 상태가 아니더라도 환자가 죽음의 시점·방법을 직접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조력존엄사를 도운 담당 의사는 형법에 따른 자살방조죄를 적용받지 않는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 국민 10명 중 8명은 조력존엄사 입법에 찬성했다. 더불어민주당 안규백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리서치가 지난 1∼4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2%가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찬성한다고 밝혔다.

연령별로는 60세 이상의 찬성 비율이 86%로 가장 높았으며, 30대는 반대 의견이 26%로 타 연령층과 비교해 높게 나타났다. 조력존엄사 입법화에 대해 찬성하는 이유로는 자기 결정권 보장(25%), 품위 있는 죽음에 대한 권리(23%), 가족 고통과 부담(20%) 등이 꼽혔다. 반면 입법화 반대에 대한 이유는 생명 존중(34%), 악용과 남용의 위험(27%), 자기 결정권 침해(15%) 등 순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네덜란드, 벨기에, 스위스 등을 비롯해 캐나다와 미국 일부 주에서도 조력 존엄사가 허용되고 있다. 그러나 영국은 이를 금지하고 있고 가톨릭 등 종교계가 반대하는 등 조력존엄사는 세계적으로도 논쟁적인 법안이다.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조력존엄사법에 관해 의사 조력을 통한 자살을 조력존엄사라는 용어로 순화시켜 자살을 합법화하는 것과 같다고 비판하며 현재 여건에서 조력존엄사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조력존엄사법’을 둘러싼 사회적 논의가 단순히 찬성과 반대에 얽매인 논쟁으로만 흘러 사회적 갈등만 커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찬반 논쟁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책, 제도 논의를 통해 외연이 확장된 품위 있는 죽음을 정착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