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전국 초중고교가 2일 일제히 새학기를 시작한 가운데 '9시 등교'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9월 경기도교육청이 처음 시행한 이후 9시 등교는 서울과 인천, 강원, 세종, 충남 등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대구와 경북, 울산 등 일부 시·도 교육청들은 기존의 등교시간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고, 대전과 경남 등 교육청은 학교 자율에 맡기는 등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게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이재정 경기도교육감이 권고한 ‘9시 등교’는 학생들에게 충분한 수면시간을 보장하고 과도한 학습 부담을 덜어주어 교육의 정상화를 꾀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학생들을 위한 훌륭한 취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모든 학교에서 일제히 시행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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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9시 등교’를 찬성하는 입장에서는 등교시간이 늦춰지는 만큼 더 충분한 수면을 취할 수 있고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장점을 주장한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기 때문에 수업 중에 조는 일이 줄어들어 학습효율도 향상될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9시 등교’는 입시만을 위해 공부하는 현재의 교육과정에서 벗어나 창의적이고 건강한 마음을 가진 학생을 장기적으로 육성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부정적인 입장도 있다. 우선 등교가 늦어지는 만큼 하교도 늦어진다. 이런 저런 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하교시간이 늦어진 만큼 ‘학원’의 등교시간이 촉박해 져서 아침은 먹을 수 있는데, 저녁을 못 먹게 된다. 또한 학원도 학교에 맞춰 등교시간을 늦추면 학원이 끝나는 시간이 늦어 늦게 자기 때문에 어차피 수면 부족은 똑같다고 주장한다.

또, 시간상으로 출근시간과 겹치기 때문에 더 심해질 교통체증 문제와 더불어 맞벌이 부부들이 아이들을 먼저 등교시킬 수 없는 문제로 반대하기도 한다. 그리고 입시를 앞둔 고등학생들은 오전 8시 10분에 시행하는 수능시험에 생체리듬을 맞춰 준비하는 것을 원하는 학생들도 많으며 이 정책이 전국적으로 강제시행하는 것이 아닌 만큼 먼저 공부를 시작하는 타 지역 학생들 보다 공부량이 부족할까봐 반대하는 경우도 있다.

하루는 24시간으로 정해져 있다. 현재 학생들이 수면부족을 느끼는 이유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해서가 아니라 학원 등 사교육으로 인해 하루 24시간 중 잠을 잘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2013년 한국청소년 정책연구원 연구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평균 수면시간은 5시간 27분으로 집계됐다. 미국 국립수면재단이 하루 8~9시간을 자는 것을 권한 것에 비하면 약 60%밖에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

미국 미네소타대학은 등교시간을 늦춘 후 아이들에게 일어난 변화에 대해 지각이 없어지고, 수업시간에 자는 애들이 없어졌고, 스트레스가 줄었으며 학교 폭력이 줄어 행복지수가 올랐다는 평을 했다. 하지만 이는 사교육이 심하지 않은 미국의 사례일 뿐이다.

‘9시 등교’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학교 수업 시간을 줄이든가 사교육에 셧다운 제도를 적용해서 학생들이 쉴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9시 등교’는 시간의 축만을 조금 돌려 학생들과 학부모들에게 혼동만 주는 별 의미가 없는 정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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