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무려 70년 가까운 세월 동안 국민과 함께 울고 웃었던 원조 '국민 MC' 송해가 대중의 가슴 속에 영원한 별이 되었다. 고인은 한국시간으로 8일 오전 서울 강남의 자택에서 향년 95세로 별세했고, 지난 10일 오전 4시 30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방송인 고(故) 송해의 영결식이 숙연한 분위기 속에서 엄수됐다. 유족과 지인, 연예계 후배들 80여명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고, 고인의 유해는 생전에 '제2고향'으로 여기던 대구 달성군의 송해공원에 안장된 부인 석옥이 씨 곁에 안치되었다.

전국노래자랑 '영원한 MC' 故 송해 [연합뉴스 제공]

국민의 희로애락과 함께한 그야말로 국민MC 故 송해의 소식에 대한민국에는 애도의 물결이 이어졌다. 국내 각 언론과 매체는 물론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유명 매체들 역시 그의 일대기를 소개하며 추모했다.

황해도에서 태어난 송해는 23살이던 1950년 한국전쟁이 터지자 피란길에 올랐다. 유엔군 상륙함을 얻어 타고 남하했지만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다. 망망대해 위에서 그는 본명 송복희를 버리고 바다 해(海)자를 따서 이름을 송해로 바꿨다.

전국노래자랑 '영원한 MC' 故 송해 [연합뉴스 제공]

송해는 이산 아픔 외에 또 다른 큰 아픔에 겪어야 했다. 자신의 분신과도 같던 아들이 1986년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숨을 거둔 것이다. 당시 송해는 TBC(동양방송) 라디오 교통 프로그램 '가로수를 누비며'를 진행하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하지만 아들의 죽음 이후 모든 방송 활동을 중단했다. 슬픔에 잠겨 있던 그에게 배우 안성기의 형인 안인기 KBS PD가 찾아왔다. "이럴 때 바람이나 쐬러 다니자"며 전국노래자랑 MC를 제안한 것. 1988년 맡은 ‘전국노래자랑’이라는 이 프로그램이 송해를 절망 속에서 일으켜 세우며, 전 국민의 웃음과 눈물을 함께하는 동반가 같은 MC의 길로 인도했다.

상실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이해했기에 전국노래자랑의 MC 송해는 우리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노인과 시골을 프로그램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그렇게 그의 익살스러운 미소와 서정적이고 서민적인 재치가 결합하면서 전국노래자랑은 그야말로 전 국민의 사랑을 받았고 일요일 오후가 되면 안방은 전국 흥 나들이 물결이 이어졌다. 그리고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95세라는 연로한 나이에도 송해는 대중들과 한 일요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

전국노래자랑 '영원한 MC' 故 송해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러한 고인의 업적은 대중들 모두가 공감하고 기록으로 남아야 마땅하다. 그렇게에 지난 4월 95세의 나이로 기네스북 '최고령 TV 음악 경연 프로그램 진행자' 부문에 이름을 올렸으며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대중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적을 기려 고인에게 금관문화훈장을 추서했다.

송해는 전국노래자랑을 약 35년간 진행하며 전국 팔도 안 다녀 본 곳이 없었다. 바다 건너 일본, 중국, 파라과이, 로스앤젤레스, 뉴욕까지 가봤지만 정작 그토록 그리워했던 고향 땅은 밟지 못했다. 2003년 8월엔 광복절 특집으로 북한 평양 편을 찍었지만 삼엄한 분위기 때문에 차마 고향에 데려가 달란 얘기를 입 밖에 내지 못했다. 이처럼 송해 특유의 친화력과 포용력 이면에는 전쟁과 분단, 망향의 아픔, 아들과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슬픔 등 굴곡진 그의 인생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사람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 때문일까? 세 살짜리 어린애부터 115세의 할머니까지, 촌부에서 대학교수까지 송해의 소통에는 아무런 벽이 없었다.

전국노래자랑 '영원한 MC' 故 송해 [연합뉴스 제공]

그러던 중 코로나19라는 전례 없던 전염병이 찾아와 전 세계를 잠식했고, 전국노래자랑의 시동마저 꺼버리고 말았다. 다큐멘터리 '송해 1927'을 통해 송해의 삶을 조명했던 윤재호 감독은 코로나19로 전국노래자랑 현장 녹화가 중단된 이후로 송해의 건강이 악화했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인생사를 주고받는 것이 어떤 면에선 그에게 삶의 원동력이었다"며 고인의 별세를 안타까워했다.

"선생님은 '전국노래자랑'에서 출연자와 그냥 대화만 하신 게 아닙니다. 선생님이 거친 그곳들은 재래시장이 되고, 무·배추밭이 되고, 화개장터가 됐습니다. 모두가 춤추고, 노래하고, 흥겹게 노는 자리를 깔아주신 우리 선생님은 할아버지·할머니를 청춘으로, 출연자를 스타로 만드는 마술사였습니다." 故 송해의 영결식에서 엄영수 방송코미디언협회장은 '전국노래자랑'으로 1천만명이 넘는 국민들을 만나온 그의 업적을 이렇게 기렸다.

전국노래자랑 '영원한 MC' 故 송해 [K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제는 가슴 속 별이 되어 대중과의 약속을 이어가며 잔잔한 위로로 남을 故 송해, 마지막까지 대중과 진심으로 소통했던 그의 업적을 진심으로 기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