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사람은 ‘상실’, ‘절망’, ‘자괴감’에 사로잡힐 때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살고자하는 본능에 충실하기 때문, 자살 전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한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도움요청의 메시지를 모르고 넘긴다는 점이다.

오늘 아이디언 인터뷰에서는 ‘한국자살예방협회’(이하 협회)의 대외협력위원장인 김현정 교수와 함께 ‘자살 증후’가 보이면 어떻게 대처해야 되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본다.

part.1 자살을 생각하고 있는 사람이 당신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다.

- ‘자살’을 생각하고 시도하기 전까지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인가요?
아니요.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냥 흘려듣고 넘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모른다고 인지를 하는 것뿐이죠. 보통 ‘자살’을 생각한 사람은 대부분 시도하기 전까지 다른 사람에게 내가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다고 밝힙니다.

누군가에게 ‘죽고 싶다’, ‘살기 싫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죠. 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지 죽고 싶은 것은 인간의 본능이 아니에요. 본능을 거스를 정도로 생각을 해서 행동으로 옮길 정도의 단계까지 가면 그 사이에 수많은 도움 요청이 있습니다.

▲ 자살 증후가 보였을 때에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출처/한국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
- 도움을 요청을 하지만 왜 사전에 예방을 하지 못하는 것일까요?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살 증후’가 보이는 얘기를 들었을 때 많은 사람들이 당황해서 ‘나도 그래, 나도 죽고 싶어’, ‘너만 힘드냐, 나도 힘들어’라고 하면서 비난과 대화의 가능성을 차단해 버리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점점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고립되는 느낌을 더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는 행동지침이 있습니다.

- 어떤 ‘행동지침’ 인가요?
당황하지 말고, 비난하지 말고, 그 상황을 ‘절대’ 판단하지 말아야합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는지,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있는 것이 있는지, 아니면 생각만 하고 있는지, 누구한테 도움을 요청해봤는지 등을 물어봐야 합니다. 그리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함께 올바른 방향을 찾을 수 있게끔 옆에서 지지해준다’는 이야기로 이어나가야 합니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있는 사람의 말을 비난하지 않고, 옳다, 아니다라고 판단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압(심리적 불안감, 화 등)이 내려가기 때문에 ‘자살’에 대한 생각이 사라지게 됩니다.

▲ 자살 위험이 보이는 사람은 대화만으로도 자살 생각이 사라질 수 있다.(출처/한국자살예방협회 홈페이지)
- 어려운 방법이 아니군요.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도움의 뜻을 밝히면 되는 것인데 말이죠. 이런 행동지침을 알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모두가 경각심을 갖고 예방을 위해 같이 행동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인식이 없어서 그런 것 같지 않습니다. 심지어 겨울에 독감만 유행해도 독감 예방을 위해서 손발을 깨끗이 닦고 외출할 때 마스크를 쓰라고 뉴스에 나옵니다. 하지만 자살에 관해서는 ‘누가 죽었다, 자살했다’라는 것만 뉴스에 나오고, 어떻게 도움을 요청하고 자살 예방을 위해 어떤 교육이 있다는 뉴스는 나오지 않죠.

정부나 민간, 기업에서 예방에 관한 정보공유와 바로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체계적으로 알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part.2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란 불명예를 지우기 위해 필요한 노력.

- 자살률을 줄이려면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우선 법안부터 개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자살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나서 정부가 2011년 3월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을 만들었어요. 그리고 2012년 3월 31일부터 시행 되고 있습니다. 주된 내용은 예방정책과 자살예방 교육 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아쉬운 것은 어떤 의무나 강제성이 없다는 겁니다.

즉, 관심 있는 사람들만 찾아보고 관심 없는 사람들은 보지 않는 다는 것이죠.

▲ 자살 예방에 관련한 법안이 조금 더 확대 되어야 할 것이다.(출처/한국자살예방협회)
- 정책적으로도 많이 변화해야 한다는 건가요?
네. 정책적으로도 강화 되어야 하고 사회적으로도 변화해야 하는 것이죠. 현재 사회는 급변하고 있습니다. 그 변화에 우리나라 국민이 힘들다는 것과 정서적으로 안정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정신과적 상담이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 ‘자살률 1위’라는 수치입니다. 그만큼 극단적인 상황에 몰려있고, 내가 ‘쓸모없다’거나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들이 많아진다는 거죠. 불안정한 국민들을 위한 정책 변화가 필요한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살기도 어렵잖아요. 장애인 아이를 낳으면 대부분 이민을 가거든요. 환자들을 상담하다보면 정말 마음 아프고 안타까운 일들이 많습니다.

- 요즘은 기업에서 자살 예방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S기업 같은 경우는 대부분 사업장에 정신과 전문의들을 한명씩 배치를 해서 정신과 상담과 치료를 하게끔 자체적으로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 기업에서도 자살률이 굉장히 높아서 시작이 된 것으로 알고 있거든요. 기업의 직원이 자살을 하게 되는 경우 기업에도 엄청난 손실이기 때문이죠.

한참을 트레이닝을 시켜놓은 직원이 어떠한 이유에서 생을 마감하고 일을 진행할 수 없게 되는 것은 가족과 동료 직원들의 정서적인 것과 금전적으로도 모두의 손해거든요. 중소기업이나 다른 대기업에서도 주기적으로 단순히 건강검진 뿐만 아니라 자살에 대해서 관리를 하고 적절한 시기에 도움을 받게끔 해주더라도 자살 예방에 도움이 되겠죠.

part.3 정신과에 대한 편견, 감정도 뇌에서 일어나는 반응이다.

- 우울증, 심리불안이 자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본인 자신이 인지하면서도 치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정신과에 대한 편견 때문에 치료를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정신건강 의학을 전공하는 저로서는 정신과에 대해 편견을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는 것을 보면 놀라울 뿐예요.

기분도 다 뇌에서 일어나는 것이거든요. 내가 행복하지 않다는 것은 뇌도 행복하지 않다는 것이고 그로인해 신경쇠약이 오면 신체쇠약도 오게 됩니다. 이런 것들이 다 맞물려 있다는 것을 많은 분들이 기억해 줬으면 좋겠어요.

▲ 자살 예방을 위해 국가, 기업, 국민들이 모두 신경써야 한다.(출처/한국자살예방협회)
- 주변 사람들의 시선도 이유가 될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누가 정신과 진료를 받으러 갔다’라는 것에 대해 오지랖 넓게 판단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예를들어 제가 비만으로 내과에 가서 고지혈증 약을 먹는다고 해서 날 이상하게 판단하지 않잖아요. 똑같은 겁니다. 정신과에서는 뇌기능을 보는 거예요. 그냥 ‘저 사람 스트레스가 많은 것 같아’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 문제이지 ‘저 사람 미쳤나봐’는 아니라는 거죠.

- 자살 예방도 중요하지만 정신과 치료에 대한 편견도 빨리 없어져야겠군요.
그렇습니다. 편견은 모르기 때문에 생기는 겁니다. 정확히 알면 다 방법이 보이거든요.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알려고 한다면 누구나 조기에 자살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내가 행복해야하고 내 인생과 내 주변의 사람들과 행복하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것이 인간이 누려야 하는 권리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본인 스스로가 이것이 편하지 않다고 생각된다면 관련된 전문가하고 이야기를 좋겠습니다.

급변하는 상황 속 혼란스러움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살지 말길 바랍니다. 궁금하거나 어려운 것이 있으면 꼭 문을 두들기세요. 자살 예방에 대한 지식을 일반적으로 갖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됩니다. 자살 예방의 한명으로, 사회에 일조를 할 수 있는 시민으로서의 역할, 의식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도 피해자나 가해자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 그래서 방관자가 되고 만다. 눈 한 번 질끈 감으면 자신에게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그 수많은 방관자들 중에 한명만 눈을 떴다면 한 사람의 영혼이 파괴되는 일은 없었을 거다” 드라마 킬미힐미의 대사 중 한 부분입니다.

그렇습니다. 자살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갖지 않고 조금 더 관심을 갖는다면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낮아 질 수도 있습니다. ‘자살’에 대해 우리 모두 방관자가 되지 말길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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