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철수 "대통령의 임명직을 현재의 십분의 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과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이전 하겠다"

안철수의 정치적 비전은 이상적인 담론

 

 

 

 

안철수 후보가 지난 17일 밝힌 분야별 정책비전을 보니 기존의 정치와 차별화하려는 시도가 커서인지 이상적인 담론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 동안 그는 낡은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갇힌 한국의 정치문제를 진단하였기에 무엇인가 혁신적인 방안을 내 놓을까 기대했지만, 어제 정치 분야 정책비전을 보니 아직 정치적인 이해도가 다소 부족함을 느끼는 내용들이 다소 있어 보인다.

 

 


‘대통령의 임명직을 현재의 십분의 일로 축소하겠다는 공약과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이전 하겠다’는 생각은, 대한민국의 헌법이 보장한 대통령제의 취지를 아직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대국민 홍보성, 정치 선전성 위주의 공약이란 생각이 든다. 청와대를 국민 곁으로 이전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차라리 아침저녁으로 국민들의 소리를 더 진솔하게 듣는 메커니즘의 마련이라면 몰라도 일반인보다는 경호상의 의전과 업무상의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공간이 지금보다 어떤 형태로 어찌 옮겨진다는 것인지, 의아한 대목인 것이다.

 

 


그는 특히 토목공사보다 사람에 투자한다는 담론을 이야기하는데, 국가의 기간시설이 기본적으로 갖추어 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토목공사도 사람에 대한 투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인데, 이것을 단순한 흑백논리로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인지, 좀 더 구체적인 답변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는 정치논리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도 부정하면서 한국정치를 論하고 있는데, ‘공직 얻을 생각 가진 사람 선거지원 정중하게 사양 한다’는 대목은 민주주의 의회정치는 권력을 만든 집단이 책임정치를 통해서 집권자의 정치철학과 정책을 실현해 가는 과정이라는 아주 상식적인 전제마저도 부정하면서 매우 이상론적인 접근법으로 정치혁신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정치적인 의지와 적절한 훈련을 거친 정치적 인재들이 전문적인 관료집단과 조화를 이루면서 집권세력의 청사진을 실천해가는 정치논리를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정치학자로, 관료로, 현실 정치인으로 경험하고 분석하고 글을 쓰면서 한국정치를 느껴왔지만, 정치현상이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변수들로 이루어지고 이러한 변수들을 잘 조화시키는 기술이 단순한 기성정치에 대한 반감이나, 이상적인 언어선택에서 나오는 것이 아님을 실감하고 있음을 말하고 싶다. 객관적으로 현실에 기반해서 연구하고 고민한 흔적이 없어 보인다.

 

 

2012.10.8 박태우 교수(고려대학교 지속발전연구소, 푸른정치경제연구소장)

 

한국정치학회이사/한국의회학회 학술위원장 twitter@hanbatfor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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