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로 세계 경제가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더해져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이미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치솟으면서 각국 경제의 시름이 커지고 있는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의 파급 효과로 한국 경제에 ‘슬로플레이션’이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슬로플레이션(Slowflation)’은 느리다는 뜻의 슬로우(Slow)와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 회복 속도가 더딘 가운데 소비자 물가가 치솟는 현상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인다. 경기가 좋으면 물가도 오르고 경기가 나쁘면 물가도 내려가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 반대가 되는 경우도 있다. 원유 등 원자재의 공급 불안과 국제유가 급등 등이 원인으로 작용하여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과 슬로플레이션 상태가 반대 되는 경우이다.

슬로플레이션은 통상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하강의 강도가 약할 때 사용된다. 슬로플레이션은 경제 불황 속에서 물가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상태인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 침체 강도가 덜 심각하지만 경제 전반에 상당한 충격이 뒤따른다.

석유파동 등으로 1970∼198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생산성 하락, 실업률 증가, 경기침체 등의 심각한 경제위기를 불러왔었다. 한편 스태그플레이션보다 경제 침체 강도가 덜한 슬로플레이션은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였던 2005년, 2007~2008년, 2010~2011년에 발생한 바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같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2021년 경기 흐름을 놓고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우려하며 1970년대 포착된 스태그플레이션보다는 경기침체 수위가 낮은 슬로플레이션 양상에 더 가깝다고 평가했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의 여파로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 슬로플레이션 가능성 점증’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래 경기 방향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7개월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연구원은 국내에서 고물가 현상이 지속하고 있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 2월 국내 소비자 물가는 축산물, 공업제품, 외식비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영향으로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또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 세계의 대러 제재 등 영향으로 글로벌 교역이 위축되고,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지속하리라 전망했다.

향후 한국 경제가 ‘슬로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연구원은 보고 있다. 국내 물가가 상승 압력을 강하게 받으면 소비·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내수시장이 침체할 우려가 있기에 이러한 경제 문제도 어떤 정책으로 풀어야 할지는 새 정부의 또 하나의 숙제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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