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경제로 하나로 묶인 지구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각국 경제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물가가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코로나19와 맞물린 공급망 교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인플레이션이 연준의 목표치인 2%를 훨씬 초과하는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먼저 국제유가가 직격탄을 맞았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 원유 수출국으로 세계 공급의 12%를 차지하며 최대 천연가스 수출국이기 때문. 대(對)러 제재 차원에서 미국이 최근 러시아산 원유 금수 조치를 내리면서 국제 유가가 상승했고, 이어 유럽연합(EU)에서도 관련 논의가 진행되면서 국제 경유 가격까지 치솟았다. 특히 유럽의 경유 수입량에서 러시아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해 경유 가격이 급등했다. 

국내 주유소의 경유 가격은 2008년 이후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일부 주유소에서는 경유 가격이 휘발유 가격을 역전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경유 차를 주로 이용하는 화물·물류업계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식용류 가격도 상승하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곡물 수출의 약 3분의 1, 해바라기유 수출의 52%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최근 팜유를 비롯한 식용유 부족 현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악화하기 시작했다. 세계 2번째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에서 만성적인 노동력 부족으로 인해 팜유 생산이 급감했고, 가뭄으로 캐나다에서 카놀라유 생산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에서는 대두 생산이 각각 타격을 받았다.

이에 식용유 수요가 해바라기유로 쏠렸는데, 전 세계 해바라기유 수출의 약 75%를 담당하고 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것이다. 전쟁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팜유, 대두유, 카놀라유, 해바라기유 등 주요 4대 식용유 가격이 급등했고, 그 여파가 캔디와 초콜릿 등 소비재로 번지기 시작했다.

빵 등 식량에 두루 쓰이는 곡물도 부족 현상이 빚어지며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 곡물 시장에서는 1973년 소련의 흉작 이후 가장 큰 혼란이 벌어졌다고 평가했다. 다행히 곡물류 가격이 급등하자 공급도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인도가 2022∼2023년 밀 1천200만t을 세계 시장에 내놓을 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고, 미국도 밀 부족 해소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연어 가격도 오르고 있다. 노르웨이산 연어는 주로 러시아 상공을 경유하는 항공편으로 들여오는데 러시아 영공 폐쇄로 우회 항로를 이용하다 보니 운임비가 증가하면서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는 것.

노르웨이산 연어 수입업체 관계자는 "이번 사태 이전 kg당 12∼13달러였던 연어 가격이 현재 19∼20달러까지 오른 상황"이라면서 "항공 운임비도 많게는 3배 가까이 늘었다"고 전했다. 실제 대형마트업계에 따르면 A대형마트는 지난 10일부터 횟감용 연어필렛(100g) 가격을 3천880원에서 4천480원으로 15.5% 인상했다.

그 외 러시아 수입 비중이 90% 이상인 킹크랩도 가격이 오르고 있고, 러시아산 명태도 한 달 전보다 10%가량 오르는 등 러시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무역 제재 조치가 강화되면서 러시아산 수입 의존도가 높은 수산물 가격이 상승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명태는 통상 연초에 수입량과 함께 원양어선의 생산량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에 이번 대(對)러시아 제재와 맞물리며 가격이 더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탓에 원자재 가격이 지속해서 상승했고, 그 영향으로 지난달 생산자물가가 2개월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국제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공산품 물가가 상승한 것. 하루 빨리 전쟁이 멈춰, 안타까운 인명피해와 물가 상승 및 경제적 타격이 멈추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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