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우리나라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꿀벌’이 사라지거나 떼죽음을 당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양봉 종사자가 아니면 별개 이야기로 치부할 수 있지만, 꿀벌이 사라지는 현상은 바로 ‘나’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한국양봉협회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227만6593개 벌통 중 39만517통이 피해를 본 것으로 집계됐다.(2022년 3월 2일 기준)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보통 월동에 들어갈 때 즘 하나의 벌통 안에는 약 1만5000마리의 꿀벌이 산다. 이를 추산해보면 무려 약 60억 마리의 꿀벌이 사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적으로 발생한 꿀벌 증발 현상은 전남, 전북, 경북, 경남, 제주에서 특히 피해가 컸고 충남, 강원, 경기 등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양봉을 업으로 삼고 있는 전국의 양봉업자들은 이처럼 꿀벌이 대규모로 사라지는 사태는 생전 처음이라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많은 농가에 피해를 입힌 ‘꿀벌 실종’ 사태, 원인은 무엇일까? 그 원인으로 꿀벌응애(해충)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외에 농약 사용, 대기오염, 밀원수 감소 등이 꼽히고 있다.

응애류는 발육 번데기에 기생하고, 말벌류는 벌통 출입구에서 일벌을 포획해 막대한 피해를 준다. 또 지난해 9∼10월 저온 현상으로 꿀벌의 발육이 원활하지 못했고 11∼12월에는 고온
으로 꽃이 이른 시기에 개화하는 등 이상기후도 한 몫 했다. 이 중 당장에 할 수 있는 일은 병해충을 예방하기 위한 ‘꿀벌응애(해충)’ 방제 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올겨울에 이번과 같은 피해가 반복될 수 있기 때문. 이에 농촌진흥청은 꿀벌응애 친환경 방제기술과 무인기(드론) 이용을 통한 검은말벌 조기 방제 기술 등을 개발해 보급할 계획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꿀벌 실종’ 사태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2006년 꿀벌 집단이 갑자기 실종되는 현상이 처음 보고됐다. 그 외 미국과 유럽 등에서는 2010년대 들어 꿀벌의 30∼40%가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는데, 해충, 농약, 새로운 병원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내다보고 있다.

꿀벌이 사라지는 것은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더욱 우려가 크다. 우선 꿀벌은 단순한 곤충이 아니라 대표적인 ‘가축’ 중 하나이다. 따라서 양봉업은 축산업으로 분류되기에 꿀벌의 실종 현상은 농가에 큰 피해를 입힌다. 축산업에서 꿀벌의 가치는 소, 돼지에 이어 3위라는 전문가의 견해도 있다. 

또한 꿀벌은 많은 식물과 농작물의 번식 활동에 중대하게 관여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농작물의 75%가 꿀벌 등의 꽃가루 매개 활동에 의존한다고 알려졌을 정도. 그래서 꿀벌이 사라지면 세계의 농작물 생산이 현재의 29% 수준으로 감소한다고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꿀벌이 사라지면 자연스럽게 식물들의 번식과 서식지에 변화를 일으키고, 나아가서는 꿀벌을 먹이로 하는 새 등 동물들도 생존에 위협을 받는다. 이에 전체 생태계가 무너지고 그 피해는 결국 ‘식량문제’로 고스란히 인간에게로 돌아간다. 이와 관련해 새뮤얼 마이어 미국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교수 연구팀은 2015년 국제학술지 ‘랜싯’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량난과 영양실조로 한 해 142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으로 토종벌 65% 이상이 실종된 이후 두 번째로 불어 닥친 꿀벌 실종사태. 비단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는 중대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지구에서 꿀벌이 사라지면 인간도 4년 이내에 사라진다”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이렇게 주장했다. 복합적 원인이 겹친 꿀벌 실종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다방면의 노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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