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후보들에게 강점은 왜 중요한가?

 

 

 

세계적인 리서치 기관인 갤럽의 사장을 지낸 마커스 버킹엄(Marcus Buckingham)은 『위대한 나의 발견 강점 혁명』이란 책에서 “20여 년간 성공한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한 결과, 성공한 사람들은 모두 약점의 지배에서 벗어나 강점을 재발견하는 데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았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의 단점을 고치기 위해 시간과 노력을 20%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80%는 장점을 강화하는 데 사용한다고 말한다.”고 덧붙이고 있다.


대통령선거에서도 버킹엄의 지론을 적용할 수가 있을 것이다. 대통령 후보들은 누구나 약점들을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약점들은 대부분 단시일 안에 극복하기 어려운 것들이다. 그보다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강점을 통하여 크고 작은 약점들을 덮는 것이 승리의 지름길이다. 그리고 상대 진영의 네거티브 캠페인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가 있다. 그렇게 할 때 자신이 이슈를 주도할 수가 있다. 물론, 국민 대중들에 어필할 수 있는 뚜렷한 강점을 갖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대선 후보라면 그 정도의 조건을 갖고 있어야 승리를 기약할 수가 있지 않을까!


금년 대선 구도는 현재로서 팽팽한 3파전이다. 여론조사상의 등락은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제1당인 새누리당의 박근혜 후보와 제2당인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후보, 그리고 무소속의 안철수 후보가 솥발처럼 삼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무소속 후보가 3파전의 선전(善戰)을 펼치고 있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상황이다. 그만큼 제1당 후보와 제2당 후보에게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안철수 후보의 등장은, 우선 대한민국 정당 정치의 실패를 말해주고 있다. 기존 정치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실망감이 최고조에 도달해 있고, 거기에 제1당과 제2당의 책임이 큰 것으로 국민들은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안철수 후보의 급부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국민들의 불만이 임계점(臨界點)을 넘어서고 있는 시점이라 하더라도 제1당과 제2당 후보들의 개인적 경쟁력이 뛰어나다면 아무리 안철수 후보가 신선한 인물이라 하더라도 유력 후보로 떠오를 수는 없었을 터이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는 각각 당내 최대 계파의 수장으로서 당 경선에서 압도적인 지지율로 당선된 바 있다. 공교롭게도 박근혜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이고,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노무현 정권의 상징이다. 두 후보의 이런 특성이 제1당과 제2당의 후보로 이끈 원동력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 덕분으로 두 후보는 양 진영의 대표성을 확고하게 누리고 있다. 하지만 양대 정당에 호감을 갖지 못하거나 중립적인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없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박정희와 노무현의 아바타라는 이미지가 표의 확장성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에게 정치 지도자로서의 매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근혜 후보는 여성 특유의 섬세함 및 부드러움과 강한 카리스마를 겸비하고 있다. 문재인 후보는 겸손하고 합리적인 품격의 소유자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하면, 국민들에게 한 마디로 제시할 수 있는 브랜드가 보이지 않는 것은 근본적인 한계이다. 지지자들의 입장에서 마케팅을 할 때, 자신 있게 ‘이것이다’라고 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자기 진영이 집권해야 하는 이유, 상대 진영이 집권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홍보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박근혜 후보는 ‘원칙주의자’임을 내세울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나 그 주변 사람들이 법과 원칙에 어울릴 만한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최근만 하더라도 원칙주의와는 거리가 먼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박근혜 후보는 몇 년 전부터 ‘복지국가’와 ‘경제 민주화’를 주장해 왔는데, 이것은 상대 진영의 주장을 희석시키는 기능을 할 수는 있어도 자신만의 강점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런 개념과 박근혜 후보가 어울린다고 하기도 어렵다.


문재인 후보는 노무현 정부의 청와대 수석과 비서실장을 지낸 것 말고는 공직이나 정치권 경험이 없다. 그렇다고 이런 약점을 상쇄할 만한 뚜렷한 업적이나 강점이 거의 없다.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정평이 나 있지만, ‘좋은 지도자’로서의 자질을 검증 받은 바는 없다. 당내 대선 후보 경선이 문재인 후보의 비전과 지도력을 과시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는데, 그는 이 기회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패권주의라는 상대 후보들의 비판이 더 크게 부각되었다.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와 달리 안철수 후보는 오랜 시간 정보화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때마침 시대 흐름이 산업화와 민주화를 넘어서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안철수 후보가 작금의 정보화 시대에 적합한 지도자로 부상해 있는 것이다. 거기다 의사, IT 전문가, 경영자, 대학교수 등으로의 도전과 변신은 많은 젊은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역할 모델이 되기에 부족함이 없다. 나아가 ‘청춘 콘서트’ 등을 통하여 미래 세대의 고민들을 들어주고 그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은 이 시대에 필요한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리더십의 덕목에 들어맞는다.


물론, 안철수 후보에게도 약점은 있다. 정치권의 초년생에 불과하다는 점과 함께 그와 더불어 국가 경영을 함께 할 정치 세력의 부재는 근본적인 한계라 할 것이다. 정치 리더십을 제대로 검증받았다고 하기도 어렵다. 아무리 정당 정치가 위기에 처해 있다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경영이 무소속 대통령에 의해 순조롭게 이루어질 수 있을지 걱정하는 국민들이 많다. 그래도 안철수 후보의 강점이 워낙 선명하고 상대 후보들의 강점이 흐릿하기 때문에 무소속임에도 불구하고 다크호스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은 캠페인 기간 동안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자신만의 새로운 강점을 어떻게 선보일지, 안철수 후보는 자신의 강점을 어떻게 극대화시킬 것인지를 눈여겨 볼 일이다.

 

- 오피니언에 수록된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 시선뉴스의 공식적인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아님을 밝힙니다. -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