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일러스트 임하은 수습] 좋은 집, 고가의 자동차, 명품 가방과 시계...과거부터 자기만족과 함께 남들의 이목을 사로잡고 부러움을 사기 위한 고가의 소비는 이어져왔다. 그런데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남들의 시선보다는 나만의 소소한 만족과 감성을 충족시키기 위한 ‘소확행’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소비와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며 ‘노멀 크러시(normal crush)’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노멀 크러시’는 ‘평범다하’는 뜻의 노멀(normal)과 ‘반하다’는 뜻의 크러시(crush)로 이루어진 합성어다. 직역하면 ‘평범한 것에 반하다’ 정도로 해석되는데, 화려한 것 보다는 내가 편한 ‘평범’한 것을 추구하고 소비한다는 의미로 사용된다. 유사한 용어로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줄여 부르는 ‘소확행’이 있다. 

1950년 역사의 비극인 한국 전쟁이 발발하고 황폐해진 국토 위에서 우리나라는 반백년 만에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다. 그래서일까, 허리띠를 졸라매며 ‘절약’을 삶의 모토로 살아온 세대를 중심으로, 나를 나타내기 위한 수단으로 화려함을 추구하며 거기에서 오는 만족감을 느끼고 ‘잘 살아 왔다’라는 자긍심을 느껴왔다.

그렇게 우리의 경제는 상승 가도를 달리며 화려함과 넉넉함을 추구하는 추세가 이어져 왔고 이는 곧 ‘물질만능주의’를 불러왔다. 그렇게 비교적 넉넉하고 화려한 상황 속에서 탄생한 세대들은 기존 세대에 비해 부족함과는 거리가 멀게 자라왔고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졌다. 하지만 이들은 이러한 것에 점차 질리기 시작했고, 특히나 남들에게 보이기 위한 ‘SNS 허세’에 불편함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에 대해 회의감을 느끼기 시작한 부류를 중심으로, 나만의 평범함을 즐기는 ‘노멀 크러시’ 형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취업난과 집값 상승 등의 경제적 불안 속에서 성인기를 맞은 세대들은 삼포세대, 오포세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며 자연스럽게 기존 세대가 추구했던 그것들과는 멀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반항 심리로 오히려 고가의 소비가 젊은 세대 속에 자리하고 있지만, 반대로 나의 소소한 만족을 추구하는 ‘노멀 크러시’도 생겨나게 된 것이다. 

노멀 크러시는 과거 세대가 좇았던 돈, 명예, 권력 등 소위 성공한 자들의 것에 눈을 돌려, 사회의 기준이 아닌 나만의 기준으로 만족을 찾아간다. 동네의 소소한 맛 집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하거나, 서점에서 취향에 꼭 맞는 책을 사 읽어나, 관심 있어 하던 작가의 전시회를 보러 가기도 하며 누가 알아주길 바라는 것이 아닌 나만의 만족을 찾아 소비를 즐긴다. 꼭 소비가 없어도 노멀 크러시는 추구할 수 있다. 멍 때리기, 지극히 평범한 일상을 보여주는 유튜브 채널 감상하기, 자연의 소리 ASMR 듣기 등 노멀 크러시의 형태는 개인적이기 때문에 정말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처럼 소소한 곳에서 자신만의 확실한 행복을 찾는다는 ‘소확행’이 삶의 모토로 자리하는 ‘노멀 크러시’. 어떻게 보면 허세를 거둬 내고 실리적인 행복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합리적인 삶의 방향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취업은 안 되고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는 등 경제의 악조건 속에서 젊은 세대의 ‘포기’가 되지 않도록 세심히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한다. 또한 노멀 크러시의 확산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소소한 행복, 보통의 행복 ‘노멀 크러시’가 대두되는 젊은 세대에 대한 응원과 함께 그들에 대한 세심한 관심도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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