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박진아] 지난해 국내 아동학대는 3만905건. 전년도인 2019년(3만45건)에 비해 2.9% 늘어난 수치다. 아동학대 가해자는 부모가 가장 많았고, 아동학대로 목숨을 잃은 아동 3명 가운데 2명은 24개월 미만 영아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월 19일은 WWSF(여성세계정상기금)가 제정한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이다.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효과적인 예방과 근본적인 해결방안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한다. 

2021년 1월.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가정 안에서 자녀 체벌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법률을 개정했다. 하지만 국민 인식은 법 개정 취지에 훨씬 못 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사례 유형으로 신체와 정서학대 중복이 39%로 가장 높았고, 정서학대 28.3%, 신체학대 12.3% 순으로 나타났다. 

아동복지법 제3조에 따르면 아동학대는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앞서 살펴본 통계를 생각해 보면, 우리 사회 곳곳에는 여전히 ‘사랑의 매’라는 이름으로 아동 폭력이 자행되고 있는 것 같다. 여기서 우리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기념비적인 연설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스웨덴 작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연설>
그녀는 젊은 어머니였습니다. 그러나 어린 아들이 말썽을 저지른 어느 날, 이날만큼은 난생 처음 아이에게 매를 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녀는 아이에게 나가서 회초리를 구해오라고 말했습니다. 

어린 아들은 나가서 오랫동안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아이가 울면서 돌아와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회초리는 못찾았어요. 그치만 엄마가 저한테 던질 수 있는 돌멩이를 구해 왔어요.” 그 말을 듣고 엄마는 눈물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불현 듯 아이의 눈에서 모든 것이 보였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틀림없이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엄마는 나를 아프게 하고 싶어 해. 그렇다면 돌멩이도 괜찮을 거야.’ 엄마는 두 팔을 벌려 아이를 끌어안았습니다. 둘은 그렇게 함께 울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엄마는 아이가 가져온 돌멩이를 부엌 선반 위에 올려두었습니다. 돌멩이는 계속 그곳에 놓여 있으면서 엄마가 그 순간 스스로에게 한 약속을 영원히 일깨우게 되었습니다. 폭력은 절대 안 된다는 약속 말입니다.  <출처 :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이유진 옮김, 폭력에 반대합니다, 위고, 2021>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은 ‘세계평화를 위해서는 가정 안에서의 폭력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우리 삶을 위협하는 잔인함과 폭력, 억압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많다고 역설했다. 

폭력은 한 사람의 영혼을 파괴하는 행위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했거나 가정 안에서 부부간 폭력을 경험한 청소년일수록 자살을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사랑의 매’와 훈육(訓育)이라는 이름으로 자녀를 때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부엌 선반 위에 올려진 돌멩이’ 를 떠올려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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