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남들과는 다르게 기발한 연구로 세상을 놀라게 한 사람들이 많다.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면 어떤 변화가 생길까 하는 생각은 다소 엉뚱하게 보일지 몰라도 이런 호기심을 바탕으로 코뿔소를 거꾸로 매달아 헬리콥터로 수송하는 방법을 개발한 연구진이 올해 ‘이그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그 노벨상’은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상으로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과학잡지인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이 과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1991년에 제정한 상이다. 현재에도 이르고 있으며 기발한 연구나 업적을 대상으로 매년 10월경 노벨상 발표에 앞서 수여 된다.

이 상의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하여 만들어졌다. 주최 측은 농담 차원에서 노벨상의 창시자 알프레드 노벨의 친척인 이그나시우스 노벨에서 이름을 땄다고 밝혔다. 

이그 노벨상은 반복할 수 없거나 반복해선 안 되는 업적에 수여 되며 하버드 대학의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도 다수 참석하여 시상에 참여하며, 논문 심사와 시상을 맡고 있다.

시상은 평화, 사회학, 물리학, 문학, 생물학, 의학, 수학, 환경보호, 위생, 그리고 여러 학문 분야와 관계가 있는 연구 등 10개 분야에 주어진다. 그렇다면 코뿔소를 거꾸로 매다는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어떻게 올해 이그 노벨상을 받게 된 것일까.

아프리카에서는 멸종 위기에 놓인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종종 다른 서식지로 옮기곤 한다. 그런데 코뿔소와 같은 큰 동물은 차로 운반하기 어려워 헬기에 매달아 이동한다. 연구진은 옆으로 누운 자세와 거꾸로 매단 자세가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들었고 실험을 시작했다.

로빈 래드클리프 코넬대 교수 연구팀은 나미비아 환경산림과학부의 도움을 받아 2015년부터 나미비아에서 12마리의 검은코뿔소를 크레인에 매달고 심장과 폐 기능을 분석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거꾸로 매달리는 자세가 코뿔소의 건강에 더 도움이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거꾸로 매달릴 때가 옆으로 누운 자세보다 심장이나 폐 기능에 더 좋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이는 사람 물구나무를 설 때처럼 혈액 순환이 좋아진다는 것과 유사한 논리이다. 오히려 코뿔소들은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옆으로 누운 자세일 때 근육에 손상이 왔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이 밖에도 고양이와 인간의 의사소통 방식을 분석한 연구로 스웨덴 연구진은 생물학상을, 디클로르보스계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 잠수함 내 바퀴벌레를 보다 효율적으로 퇴치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낸 미 해군 연구진은 곤충학상을 받았다.

노벨상을 패러디하여 만들어진 ‘이그 노벨상’. 누군가는 웃을 수 있는 엉뚱함에서 출발한 이들의 연구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무엇보다 궁금증 해결을 위해 진심으로 연구하는 이들의 태도가 여러 분야의 발전을 하루라도 더 빨리 가져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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