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추석 대목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때늦은 장맛비에 수확을 앞둔 채소·과수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고랭지 배추’ 농가는 올여름 잦은 비로 수확량이 적었는데도 산지 가격은 오히려 떨어져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고랭지 배추’는 저위도에 위치하고 표고가 600m 이상으로 높고 한랭한 곳에서 심어 가꾸는 배추를 말한다. 태백은 전국에서 가장 많이 고랭지 배추를 생산하는 지역으로 고랭지 배추 재배 면적이 축구장 면적(0.714㏊)의 630배인 450㏊에 이른다.

고랭지는 표고가 높아 고지기후의 특성을 보이는 지역으로 여름에 서늘해서 채소 농사를 짓기에 아주 좋다. 기후 특성을 이용하여 고랭지채소재배, 채소의 억제재배, 풍부한 자외선을 이용한 화훼재배 등이 이루어진다. 매년 7월 중순부터 출하되는 태백 고랭지 배추는 추석 전인 9월 중순까지 국민 식탁을 책임진다. 그런데 올해는 배춧속이 본격적으로 들기 시작하는 7월 중순부터 태백 전역에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잦은 비는 무름병, 반쪽시들병, 뿌리혹병, 바이러스 등 병해충의 급격한 확산으로 이어졌고 태백시는 고랭지 배추밭의 20%인 91㏊에서 병해충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다 여문 고랭지 무도 갈라지거나 윗부분이 검게 변해 상품성이 크게 떨어졌고 한 농가는 판로가 가로막히자 고심 끝에 무밭을 갈아엎기도 했다.

이한진 태백농협 농산물유통가공사업소 소장은 잦은 강수에 따라 낮 기온도 떨어지면서 배추가 제대로 여물지 못했다고 말하며 품질 하락으로 제값을 받지 못한 배추까지 포함하면 피해 규모가 전체의 최대 40%에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 소장은 병해충 확산·소비 감소·가격 하락의 삼중고에 시달리는 태백 고랭지 배추 재배 농가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말미암은 소상공인 이상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장에서 몸으로 느끼는 피해 규모의 심각성을 설명했다.

수확량이 적으면 가격이 오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올해는 도매가격이 예년의 60~70%에 그치고 있다. 이는 코로나19로 식당이나 학교 급식이 차질을 빚으면서 배추 소비도 크게 위축됐기 때문이다.

전북 전주의 대표적 과수작목인 배도 병충해로 인한 피해로 한숨이 깊어진다. 올해 전주 지역 배 생산량은 평년 4,035t에 못 미치는 3,762t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 당도도 10∼11브릭스(Brix)로 예년보다 10%가량 낮고, 과실 크기도 전반적으로 작은 상태다.

일부 과실에는 엷은 흑색의 얼룩무늬가 생기는 흑성병이 번졌는데 습한 날씨에 주로 발생하는 흑성병은 과실 생육을 방해하고 심하면 썩게 한다. 올해는 4∼5월에 많은 비가 내린데다, 장마가 이어져 전국 과수농가에 병이 퍼졌다. 현재까지 가을철 과일인 사과, 배, 포도 작황에 문제는 없지만, 가을장마가 앞으로도 이어지면 품질과 수확량에 악영향이 예상된다.

‘고랭지 배추’를 포함해 잦은 비로 상품성을 잃은 채소와 과일을 보며 한숨이 늘어가는 우리 농가. 거리두기가 연장되면서 소비가 회복될 기미도 보이지 않아 추석을 앞둔 농가의 시름이 깊어만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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