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수많은 영상을 찍고 편집을 해온 PD로서 영화를 볼 때마다 ‘정말 잘 찍었다’라는 생각이 절로 날 때가 있다. 기본적으로 하드웨어(카메라, 기술)가 다르다고 하지만 한 장면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카메라 워킹과 구도를 보면 나 자신도 어느 순간 그 영상에 빠져들어 버리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아이디언 인터뷰에서는‘망원동 인공위성’ 연출하고 작년에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의 촬영을 지휘한 김형주 촬영 감독과 함께 영화 촬영이 무엇이고 그만의 촬영 철학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영화 촬영감독의 세계로 다 같이 빠져보자.

- 촬영감독은 국내에 몇 명 정도입니까?
(김형주 감독) 우선 CGK라고 (사)한국영화촬영감독협회가 있습니다. 저 또한 소속이 되어있는데요. 그 기준에 따르면 거기에 소속 되어 있는 분들은 100분이 채 안됩니다. 그분들이 한국 영화를 거의 다 찍고 있다는 것이죠.

▲ 영화 장르마다 중시하는 것에 대해 달라지지만 문학적인 소양이 뛰어나야 된다고 조언했다.

- 의외로 적은 인원이네요. 촬영 감독을 하면서 꼭 필요한 소양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김형주 감독) 각 영화 장르마다 무엇을 중시하냐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빛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감독도 있고, 시각적인 부분에 더 집중하는 감독, 기술적인 실험에 대해서 더 집중하는 분이 있기도 합니다. ‘누가 맞다’, ‘틀리다’라고 얘기할 수가 없는 부분이죠.

저 같은 경우는 서사(이야기)를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촬영 감독은 문학적인 소양이 뛰어나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자세히 얘기한다면 ‘글이 무엇을 의미하고 있는가?’,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가?’, 그리고 ‘글이 시각화가 된다고 했을 때 어떻게 만들 것인가?’ 그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거죠.

- 가장 기본적인 내용에 충실해야 한다는 의미인 것 같네요. 그렇다면 촬영하면서 희열을 느낄 때가 있나요?
(김형주 감독) 배우한테 희열을 느끼죠. 제일 예측이 안 되는 것은 사람이거든요. 영화 촬영의 핵심은 배우를 어떻게 찍느냐, 배우의 감정을 어떻게 찍어서 전달하느냐가 문제인데요. 사람은 정확하게 예측이 안 됩니다. 저는 이렇게 움직일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배우가 다르게 움직여요. 그때 나도 예측하지 못 했던 만큼 그 배우가 다른 느낌, 좋은 장면을 가져다주면 거기서 희열을 느끼죠. 그럴 때 정말 짜릿하죠.

- 힘든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김형주 감독) 힘든 점이라... (하하) 항상, 늘 많죠. 기본적으로 체력이 좋아야 하고요. 특히 모든 사람들과 소통이 잘 되어야 해요. 이 부분에 문제가 생기면, 힘든 거죠.

쉽게 말해 '앵글을 10cm만 올려주시고, 오른쪽으로 20cm 틀어주세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인물의 감정이 조금 더 느껴질 수 있도록 해주세요'라고 요구를 해요. 이걸 시각적으로 표현해야 하다 보니 상대방이 요구하는 의미가 잘 소통되고, 제대로 이해해야 하는 거죠.

한 예로, 연출자가 ‘여배우가 빨간색 옷을 입어야 한다’라고 얘기했을 때 ‘오 나도 좋아 그렇게 생각했어’라고 생각을 했지만 현장에 나갔을 때 연출자가 ‘내가 말한 색은 이런 빨간색이 아니야!’라고 얘기하는 순간 힘들어지는 거죠. 오히려 회의할 때 단어를 다르게 쓰다면 그건 서로 의견을 조율하면서 맞춰 가면 됩니다. 그런데 서로 같은 것을 얘기했다고 생각했는데 보이는 것이 틀리면, 문제가 되는 거죠.

- 정말 가슴에 와 닿네요. 편집을 할 때 ‘더 재밌게, 더 감동적’으로 촬영하고 편집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거든요. (하하) 지금까지 중에 애착이 가는 영화가 있을까요?
(김형주 감독) 애착이 간다는 것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최근에 찍은 ‘개를 훔치는 가장 완벽한 방법’이 기억에 남죠. 아역배우를 가까이서 바라보면서 찍은 경험이 많지 않고, 실제로 한국에서는 아역배우가 주인공인 영화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싫지 않은 경험이었고 애착이 가는 거죠. 그런데 지금 전체적인 배급 시스템 때문에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어서 안타깝기도 하죠.

▲ 촬영 중 배우의 예측 못한 상황을 담을 때, 그리고 그 장면이 좋은 장면일 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다는 김형주 감독.

- 촬영 감독으로서 추천하고 싶은 영화가 있다면?
(김형주 감독) 레볼루셔너리 로드(2008년 작)를 추천하고 싶어요. 최근에 ‘언브로큰’, ‘007 스카이폴’ 등 많은 영화를 촬영한 로저 디킨스가 촬영 감독인데요.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면 여자가 낙태를 하는 장면 중 치마에 피가 번지는 뒷모습을 찍은 장면이 있어요. 그리고 창문에서부터 햇살이 비쳐 내려오죠. 정말 인상적 이에요.

만약 이 장면이 한 장의 사진으로 갤러리에 전시된다고 해도 앞뒤 내용이 유추될 정보로 심오한 의미가 한 컷에 담겨 있어요. 이 여자의 복잡한 심리와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 비극적 내용들이 유추가 되는 거죠. 이 영화를 보면서 좋은 촬영이란 이처럼 ‘시나리오를 한 컷으로 다 보여줄 수 있는 것. 배우의 대사를 줄여주는 것. 그것이 좋은 촬영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 시나리오를 줄여 줄 수 있는 촬영이라면,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기에는 배우의 비중이 줄어들지 않을까요?
(김형주 감독) 아니요. 단순한 생각입니다. 배우의 연기를 더 돋보이게 하는 거죠. 안 좋은 촬영은 배우의 대사가 많아지고 말로 설명을 하게 됩니다.

-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영화인을 꿈꾸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김형주 감독) ‘영화’라는 것은 사회적으로 영향력을 줘야 하고, 줄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만든 영화가 불특정 다수에게 틀어지고 불특정 다수에게 영향을 주는데 책임감이 없다면 좋은 영화를 만들 수가 없죠. 영화를 만들게 되면 누군가에게 피해가 되거나, 상처를 깊이 줄 수도 있습니다. 혼자서 보고 혼자서 끝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그런 정도의 생각들, 책임감을 기본적으로 전제를 하고서 작업을 하면 좋죠.

모든 직업에 대해서는 공공적인 것이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음식을 팔더라도 ‘최소한 몸에 해롭지 않게 만들겠다’라는 것들이 여러 가지 공공적인 것이 있죠. 요즘은 찍혀진 영상이나 미디어들은 넘칩니다. ‘내가 만든 것이 공해가 될 수도 있다’라는 것을 항상 생각해야하는 거죠. 이것은 제가 망원동 인공위성 만들면서도 매일매일 생각했어요. 내가 만든 것이 극장에서 틀어질 가치가 있는 것인가 그거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해야 합니다.


사람은 소위 ‘먹고살기 위해’ 일을 하고 돈을 벌어 살아간다. 어느 순간 취업을 할 때의 직업에 대한 사명감과 책임감은 찾아보기 힘들 때가 많다. ‘내가 만든 것이 공해가 될 수도 있다’는 그의 말에 가슴 깊이 반성되는 이유다.

지금 이 순간. 회의감과 무기력함에 빠져 있다면, ‘공해’가 아닌 ‘맑은 공기’가 되기 위해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순간을 갖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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