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이호기자] 지적장애인 언니와 함께 기초생활 수급자로 근근이 살아온 20대 여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난 24일 오전 10쯤 대구 수성구의 한 식당에 주차된 승용차에서 류모(28·여)씨는 번개탄을 피워놓고 싸늘한 시신이 되어 발견되었다. 류씨는 장애인 차량으로 등록되어 있는 자신 소유의 승용차에서 번개탄을 피워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가 남긴 유서에는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 '내가 죽더라도 언니는 좋은 시설보호소에 보내주세요. 장기는 다 기증하고 월세 보증금도 사회에 환원하길 바란다'고 적혀 있었다.

 

자살한 류씨는 어린 시절 아버지를 일찍 여의고 어머니는 유아기 때 재가하여 연락이 끊긴 상태로 할머니와 지체 장애자인 언니와 함께 살았다. 그러다 할머니가 지난해 세상을 떠나자 장애자인 언니를 혼자서 돌봐야만 했다.

류씨 가족은 기초생활 수급가정으로 류씨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유지하며 지적장애 1급인 언니를 거의 한평생 돌봐야 했다. 잠깐 삼촌댁에 몸을 맡기기도 했지만, 대구로 돌아가고 싶다는 언니 때문에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또한 생계가 막막해 언니를 시설보호소에 보낸 적도 있었지만 언니가 함께 살고 싶다며 돌아오자 같이 생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류씨는 지적장애를 가진 언니를 부양해야 하는 모진 생활에 비관하여 동반자살을 수차례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류씨의 언니가 경찰조사에서 "동생이 높은 곳에서 같이 뛰어내리자고 했지만 죽기 싫어서 하지 않았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류씨 언니가 평소 양손을 떨지만 동반자살을 거부하는 의사표현을 확실히 하자 류씨가 차마 같이 죽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경찰의 조사결과에서 살고 싶어 하는 언니에 대한 사랑 때문에 동반자살은 포기했던 동생의 심정이 주위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통스런 삶에 지쳐 죽음으로 평안을 바란 와중에도 언니에 대한 걱정과 월세 보증금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뜻을 보인 류씨. 피 부양가족이 장애인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문제와 더불어 자신의 인생도 살지 못하는 지옥같은 삶. 이런 삶의 끝에서 나온 '할 만큼 했는데 지쳐서 그런다'라는 유서의 구절이 너무나도 아픈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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