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개념 주차’, ‘민폐 주차’로 인한 시비가 늘어나면서 이를 응징하기 위한 ‘보복 주차’ 또한 늘어나고 있다. 지난 24일에는 홧김에 일으킨 ‘보복 주차’가 재물손괴죄로 인정되는 판례가 생기면서 운전자들의 경각심이 요구된다.

지난 2018년 7월 서울 노원구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공터에서 기사 A 씨는 평소 본인이 굴삭기를 세우던 자리에 다른 승용차가 주차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에 격분한 A 씨는 승용차 앞뒤에 무거운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과 굴삭기 장착 부품을 붙여두는 ‘보복 주차’를 했다. 승용차 차주인 B 씨가 차를 빼려고 했지만 A 씨는 연락도 받지 않았고, 112신고로 출동한 경찰관의 도움을 받았지만 결국 차를 빼는데 실패했다. B 씨는 A 씨가 굴삭기 부품을 제거한 그 다음날 오전 7시까지 18시간 동안 차를 운행할 수 없었다.

<이미지= 법률사무소 에이엘 제공>

A 씨의 보복 주차에 대해 1심과 2심은 각기 다른 판결을 내렸다. 1심은 “승용차의 형태나 구조·기능은 모두 멀쩡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은 “승용차의 본래 용도인 ‘운행’을 못하게 만든 것은 ‘재물손괴죄’로 인정할 수 있다”며 유죄로 보았다. 대법원도 물리적으로 차를 훼손하지 않았어도 차를 쓸 수 없도록 만든 ‘보복 주차’는 재물손괴죄가 맞다며 A 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2심 판결을 확정했다.

남선미 대법원 공보판사는 “재물의 효용을 해했는지 여부는 각 개별 사건에서 재물의 본래 용도와 기능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해 사회 통념에 따라 판단한다”고 언급했다. 즉, 형법 상 재물손괴죄는 다름 사람의 물건을 쓸모없게 만들면 처벌받게 되어있으나, 이번 판결을 통해 반드시 손을 대 흠집을 내거나 망가뜨려야만 죄가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보복 주차 사건에 대해, 법률사무소 에이엘의 송민후 변호사는 “앞으로 보복 주차로 타인의 차량을 운행하지 못하게 하면 형사처벌을 받게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며 “보복 주차만 처벌할 것이 아니라 주차장의 효용을 해하는 민폐 주차, 무개념 주차부터 재물손괴죄로 처벌하는 판례가 나와야 주차 문화가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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