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1-05-07 청원마감 2021-06-06)
- 택배사는 갑질 아파트 택배 요금 인상, 노동부는 저탑차량 운행중지 명령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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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안전/환경

청원내용 전문
* 갑질아파트 안전 배송을 위해 택배사가 추가 요금을 책정하도록 정부의 입장을 명확히 밝혀주십시오.
* 특히 노동부는 택배 기사의 건강권 보호를 위해 저상탑차운행 중지 명령을 즉시 내려주십시오.

안녕하십니까, 저는 위례신도시에서 택배일을 하고 있으며 택배일을 한 지 6년이 된 택배 기사입니다. 위례신도시는 2018년 다산신도시 택배 대란보다 더 먼저 지상출입을 금지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위례의 아파트에서는 저탑차량이 아니면 아예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배송업무를 하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그전까지 운행했던 택배차량을 팔고 저탑차량을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현재는 지하 주차장을 통해 배송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저탑차량으로 운행하면서 달라진 점은 물건을 싣기 위해 터미널에 하루에 한 번씩 더 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높이가 1.8m인 그전 차량은 어떻게든 짐을 욱여넣을 수 있었는데, 1.27m인 저탑차량에는 아무리 애를 써도 한 번에 짐을 다 실을 수가 없습니다. 1년 중 택배 물량이 가장 적은 2월에서 5월까지는 비수기라 하루에 2번씩 배송하면 되는데, 7월 이후부터는 3번, 4번씩 터미널을 들락거리기 일쑤입니다. 명절이 다가오면 벌써 한숨부터 나오게 되는 게 현실입니다.

사람들은 “저탑차량도 옆에 슬라이딩 도어가 있어서 일하는 데 불편할 것이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계신데, 택배 일은 일반 화물 운송과 성격이 좀 달라서, 3~400개의 택배 상자를 상차하기 위해 탑 안에 들어가야만 합니다. 상차 시간이 아무리 짧게 잡아도 한 번에 30분 정도인데, 하루에 3, 4번씩 30분 동안 허리를 90도로 굽히고 상자를 정리하는 걸 상상해보신다면 허리가 남아나지 않을 거라는 걸 어렵지 않게 짐작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일을 하는 중에도 하루에 몇 번씩 탑 안에 들어가서 물건을 정리하고 배송할 물건을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어서, 6개월만 지나도 목과 등허리, 무릎이 아프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공원형 아파트 문제가 다산과 고덕 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적잖게 벌어지고 있고, 또 앞으로도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는 뉴스 보도를 보았습니다. 공원형 아파트에서 배송하고 있는 택배 기사의 입장에서 볼 때 ‘지상 출입제한에 따른 저상 탑차 지하 배송’은 근본적인 해결책도 아닐뿐더러, 지속 가능한 방식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다산 신도시 택배 대란 이후, 정부의 섣부른 중재 노력이 세금 낭비 논란으로 이어지며 유야무야 되었고, 지금은 아무런 해결책이 나오지 않은 채 택배 기사들은 여전히 카트로 배송을 하거나, 저상 탑차로 지하 배송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너무 힘들다고,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좀 살려달라고.” 애원하고, 분노하고, 이를 행동에 옮겼던 택배 기사들에게 남은 것은 무관심과 냉대 그리고 골병뿐인 것 같습니다.

근래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오른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택배 갑질 사태를 보면서 다산 신도시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아 벌써부터 우려가 됩니다. 고덕동 사태가 마치 ‘택배 기사에 대한 특정 아파트 주민들의 갑질 논란’이 전부인 것처럼 비치고 있지만, 저는 ‘공원형 아파트 문제의 본질이 갑질 논란에 묻힌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이라고 생각합니다.

택배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다는 걸 모르고 이 일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지금도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면서 일을 하고 있으나, 하루에 2~300번씩 차에 오르락내리락하며 물건을 꺼내고 배송을 해야 하는 택배 일의 특성상 ‘저상 탑차’는 적어도 택배업에 적합한 차량은 아닙니다.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얼마나 힘든지, 왜 힘든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노동부가 이 사안에 대해 답을 해야만 하는 시점이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산업안전보건법 및 시행령에는 근골격계 유해요인에 대한 사측과 정부의 의무 사항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주민과 택배 기사가 갈등을 빚고 있고, 국민들이 해결책을 찾자고 온통 관심을 쏟고 있는데 정작 정부도 택배사도 나 몰라라 하고 있으니 문제가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공론화된 저상 탑차를 이용한 택배 배송이 근골격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노동부의 공식화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을 감히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그리고, 택배 기사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써의 저상택배차량에 대해 ‘운행 중지 명령’을 내려 주실 것을 또한 요청드립니다. (물론 이에 대한 택배 기사들의 피해는 무책임으로 일관해온 택배사가 책임져야만 할 것입니다.)

다산 신도시 사태를 겪으면서 건축법을 개정한 것도, 택배 노동자의 건강권을 지켜야 하는 것도 정부이고, 정부는 고덕동 택배 갑질 사태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 모든 사태의 1차적 책임은 ‘시종일관 수수방관하고 있는 재벌 택배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로 온 국민의 삶의 질이 낮아지고,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에도 택배사는 오히려 역대급 특수를 누리며 역대 최고의 당기 순이익을 얻었다는 소식을 뉴스를 통해 접한 바 있습니다. 그러나, 재벌 택배사의 순이익은 모든 비용과 책임을 택배 기사에게 전가하고 나 몰라라 하는 무책임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코로나로 특수를 맞고, 사회적 책임은 나몰라라 하면서, 모든 비용과 책임은 택배 기사에게 전가하고 안면 몰수’하는 몰염치한 재벌 택배사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정리가 있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벌 택배사는 이제는 전 사회적 문제가 된 ‘공원형 아파트 택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익자 부담의 원칙에 따라’ 해당 아파트 주민들에게 도서산간 지역에 준하는 택배 요금을 부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문 앞 배송 서비스는 택배사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택배사의 사업 전략으로, 택배 기사들의 안전과 건강권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차량 개조 비용도, 하루에 20,000보를 넘게 걸어서 배송하는 것도, 모두 택배 기사에게 전가된 부담일 뿐 재벌 택배사에게 전가된 부담은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입니다.

다산 신도시에서는 실버 택배 등을 활용한 ‘통합 배송 서비스’를 도입하려 하다가, 정부가 공적인 영역이 아닌 사적 영역에 세금을 낭비한다는 질타를 받고 철회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고덕동을 비롯한 공원형 아파트의 지속 가능한 택배 배송 서비스를 가능케 하려면, 택배사가 해당 지역을 ‘도서산간 지역에 준하는 특수 배송 지역으로 선정하여 택배 요금을 인상하는 것’과 택배사 또한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의미에서 일정 정도의 부담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확보된 금액으로 다산 신도시에서 실패했던 ‘통합 배송 시스템’을 이번 기회에 정착시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강동구 고덕동 아파트 택배 갑질 문제로부터 비롯된 ‘공원형 아파트 택배 배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입주민과 택배 기사들의 대화는 물론, 이제껏 방관해온 정부와 택배사의 적극적인 노력이 절실하다는 말씀을 끝으로 청원 글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청원 UNBOXING
취재결과 >> 택배 노조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총파업을 결정했다. 이들은 택배사에 차량 진입을 통제하는 아파트에는 추가요금을 부과 하는 등 대책 마련을 촉구”

“총파업 투쟁에 돌입할 수 있는 모든 절차는 마무리됐으며 이번 파업은 노동위원회 쟁의절차를 완료한 조합원 2000여명이 참여할 것”

“앞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를 산업안전보건법(산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

“파업의 수위와 참가인원을 최소화하고 전체 택배 물동량의 10% 남짓한 신선식품 위주로 배송을 거부할 예정”

취재결과 >> 정부 관계자
“고덕지역의 택배차량 13대 중 10대를 이미 주차장 출입이 가능한 저상차량으로 교체한 상태...택배사와 주민간의 협의가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택배노조의 파업은 일방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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