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은 건축 분야 최고 권위의 상이다. 건축계 분야 인사에게 최대의 영광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근현대 건축사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건축가들이 수상한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수상자가 없는 가운데 일본은 프리츠커상 최다 수상국이기도 하다. 이웃 나라 일본은 어떻게 권위 있는 프리츠커상을 휩쓸고 있는 것일까. 

첫 번째, 동서양을 접목해 공간을 재정의한 ‘디자인’

[사진/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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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일본인 건축가 ‘이소자키 아라타’가 선정됐다. 그는 혁신적인 디자인에 동서양을 접목한 공로로 수상했으며 일본의 8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수상자를 발표하는 하얏트 재단은 이소자키가 건축사와 이론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아방가르드의 포용으로 결코 현상을 모방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이소자키는 해외에 건축물을 세운 첫 일본 건축가 중 한 사람으로, 건축가로 50년간 활동하는 동안 단순하면서도 공간을 재정의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아왔다. 그는 2차 세계대전으로 폐허가 된 오이타에서 자랐으며 건축에 대한 첫 경험은 건축의 부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그들의 집과 도시를 재건할지 생각하는 데서 시작했다고 자신의 작품 세계를 설명했다.

두 번째, 서구를 적극 수용해 자신의 문화로 흡수한 ‘모더니즘’

[사진/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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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난 1979년 프리츠커상이 제정되고 ‘단게 겐조’가 1987년 수상 이후 그의 제자들이 꾸준히 수상하고 있다. 일본 건축 문화는 20세기 초부터 서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면서 자신들의 문화로 진화하는 작업을 체계화해 왔다. 단게는 전통적인 일본 스타일에 모더니즘 건축을 결합시켰고 5개의 대륙에 위치한 주요한 건축물들을 디자인했다. 

단게는 1960년대 들어 각종 건축 요소를 새롭게 조직해 역동적인 구조체를 형성하는 일종의 구조주의 건축을 모색했다. 그를 세계적인 모더니즘 건축가로 알린 건 1964년 도쿄 올림픽에 맞춰 건설된 요요기 국립경기장이다. 모더니즘 건축으로서는 이 당시 정점을 찍었다고 평가받고 있으며 1987년 프리츠커상 발표 때도 가장 두드러지게 언급된 사례가 올림픽 경기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세 번째, 사회에 대한 책임감과 함께 ‘환경에 대한 상호 작용성’

[사진/Fli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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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프리츠커상 수상자로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의 쉼터를 설계한 일본인 건축가 ‘이토 도요’가 선정됐다. 하얏트 재단은 이토가 건축이 가진 가능성을 추구해왔고 동일본 대지진 피해지역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그는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건축가의 길로 들어섰다.

이토는 ‘White U’, ‘실버햇’ 등 개인 주택을 중심으로 다루었고, 저렴하면서 금욕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 환경에 대한 상호 작용성에 대해서도 주목을 받았고 1990년대 들어서는 점차 구조에서도 실험적이고 관능적인 외관-내부 공간이 있는 작풍으로 옮겨갔다. 대표작으로는 2001년 미야기현에 건립된 도서관 '센다이 미디어텍'과 도쿄 소재 자코엔지 극장 등이 있으며, 2011년 대지진의 타격을 입은 이와테현의 피해자 쉼터 '모두의 집' 등이 그의 손을 거쳤다.

일본은 건축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상을 한 번도 받지 못한 것이 부끄러운 상황이기도 하다. 성냥갑 아파트가 넘쳐나고 공공건물 설계는 대부분 외국 건축가들에게 맡기는 우리 현실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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