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지난해 이탈리아에서 100명에 가까운 여성이 남편이나 남자친구 등에 의해 죽임을 당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인 지난해 11월 ANSA 통신 등 현지 언론에 공개된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1월부터 10월 말까지 집계된 ‘페미사이드’ 건수는 91건에 달했으며 이는 대략 사흘마다 여성 한 명이 살해된 셈이다.

‘페미사이드(Femicide)’는 여성(Female)과 살해(Homicide)를 합성한 말로 범행 동기나 가해자와 상관없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현상을 말한다. 좁게는 여성에 대한 증오범죄부터 넓게는 일반적인 여성 살해를 포괄하는 광의의 개념이며 문화적 맥락에 따라 다르게 사용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완력과 사회·경제적 지위가 달리는 여성들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연애·동거·혼인 상대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가리켜 ‘페미사이드’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한 1976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제1차 여성대상범죄 국제재판에서 여성학자 다이애나 러셀은 페미사이드에 대해 ‘여성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남성에게 살해당하는 것’으로 이 용어를 공식적으로 정의한 바 있다.

이 용어의 사용은 멕시코의 시우다드후아레스 연쇄살인사건과 과테말라의 과테말라시티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등의 여성 대상 연쇄 살인 사건에서 해당 국가 국가적 차원에서 범죄 조사에 매우 비협조적으로 나온 데서 기인한다. 

많은 여성이 성폭행 후 살해되었고 일부 여성은 고문, 수족 절단 등의 잔혹 행위를 당했다. 2004년부터 2005년 사이에 과테말라에서 희생된 여성 500명 중 약 20%는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했다. 

캐나다에서는 원주민 여성의 실종이 페미사이드와 연관이 있으리라 여겨지고 있으며 당국에 보고된 500명 이상의 원주민 여성의 실종은 백인 여성과 비교했을 때,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치였다. 당수의 실종 여성은 성매매 여성이었고 이들의 범죄 피해는 국가의 정당한 관심과 조사를 받지 못한 채, 실종으로 남았다. 

동아시아 국가에서는 전통적인 남아선호사상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에 따라 태아 성감별이 이루어지고 있다. 감별 결과 상당수 여성으로 감별된 태아가 낙태 수술로 제거(살해)되고 있어 남녀 성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지난해 이탈리아 상황을 살펴보면 2019년 같은 기간 99명과 비교했을 때는 다소 줄었지만 의미를 둘만한 감소폭으로 보긴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가족 구성원에 의해 살해당한 여성 수가 8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 가운데 56명은 남자친구에게 희생되었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봉쇄령이 가정 폭력에 의한 페미사이드를 촉진한 측면이 있다고 보고서는 짚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살해당하는 ‘페미사이드’. 우리 사회가 많이 변했다 한들 여전히 세계에서는 여성이 모욕과 학대, 성폭력에 희생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여성 개개인의 존엄을 위해 우리 모두가 힘을 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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