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고대부터 다른 민족·국가의 영토를 침략하여 국가의 지배권을 확대시키려는 제국주의가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식민지가 구성되기도 하고 산업이 발달하기도 했다. 다른 나라의 주권을 침탈한다는 점이 비판의 대상이 되어 고전적인 제국주의는 사실상 설 자리를 잃었지만 현대에는 문화적으로 정복하려는 ‘문화제국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문화제국주의’는 군사·경제적으로 지배적인 위치에 있는 나라가 다른 나라에 대해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정치·경제·사회·문화적 통제를 확대·강화해간다는 제국주의의 한 형태이다. 특히 문화적 지배와 종속에 초점을 두고 있다.

[사진/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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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선진국의 문화가 후진국의 문화에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문화 식민지를 확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과거에는 종교의 문화적 지배가 있었지만 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더욱 노골화되었고 정보력이 막강한 경제 대국들이 자신의 문화를 다른 나라에 침투시키는데 힘을 쏟고 있다.

문화적인 침략은 전통적인 제국주의에서 볼 수 있는 물리적 침략을 직접 수반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물질적 토대의 역학구조 위에서 이루어지며 영속적인 지배-종속관계를 낳게 된다.

예를 들어 근대적인 학교 교육의 전 세계적 팽창은 일차적으로 서구중심의 제국주의 역사 속에서 이루어졌다. 식민지 상태를 벗어난 이후에도 제3세계 학교 교육의 목적, 내용, 방법, 운영 등은 이전의 종주국이나 새로이 패권을 획득한 세계열강의 교육체제에 따라 알게 모르게 식민화되어 있다.

문화제국주의는 강력한 미디어를 장악해 경제적 이익을 얻고 이차적으로 그 나라의 고유문화를 사장시켜 문화적 지배-종속의 질서를 영구화하려 한다. 대중매체를 통해 신제국주의 국가의 소비, 가치, 생활 등을 호의적으로 묘사하고 전통사회구조의 해체와 전통적 가치지향에 대한 혼란을 촉진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의 핵심에는 약소국에 대한 강대국의 문화적 지배가 보편적으로 존재한다. 문화적 중심부와 주변부의 지배-종속관계는 국가들 간의 국제 질서 속에서뿐만 아니라 한 국가 내에서도 인종, 계급, 성, 지역 등에 따른 불평등구조의 형태로 광범위하게 발견된다.

문화를 상품으로 팔기 시작하면서 다국적 기업이 세계적으로 문화적 영향력을 독점하는 것 또한 문화제국주의로 볼 수 있다. 할리우드 영화가 모든 나라의 영화산업을 지배한다든가,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세계인의 입맛을 바꾸는 것 등이 그 예에 속한다.

문화제국주의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화를 생산한다는 데 의미가 있지만, 약소국의 문화가 강대국의 문화에 의해 침탈되고 훼손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각 사회집단의 특수한 사회문화적 변동과정을 경험적으로 이해하는 데 많은 한계를 노출하기도 한다.

문화가 지배적인 영향을 미쳐 문화적인 식민지로 만드는 ‘문화제국주의’. 일각에서는 한류의 성공이 한국도 문화제국주의 국가냐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문화제국주의도 분명 긍정적인 요소가 있는 만큼 그 양날을 잘 살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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