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고유의 특성이다. 인간이 모여 사는 곳에는 그 공동체만의 기호체계를 바탕으로 서로 다른 형태의 언어가 발달한다. 이에 따라 개인은 자신이 속한 사회의 언어를 사용해 자기 생각과 감정을 표현한다. 즉, 언어는 개인이 사회 안에서 상호작용하고 구성원이 될 수 있도록 돕는 다리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언어발달은 동시에 인지발달, 정서발달, 사회성발달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다 보니 언어 활용에 어려움을 겪으면 이 문제가 다른 발달 분야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느린아동을 조기에 치료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이에 관하여 사회성그룹치료와 경계선지능아동들의 프로그램을 특성화시킨 부산 동래구에서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를 운영하는 이태영 원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부산 동래 온천동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의 이태영 원장(상단)과 이진선 부원장(하단)

Q.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의 설립 취지를 말씀해 주십시오. 
A.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취지로 설립했다. 나는 교육학을 전공하고 아이들을 가르쳐왔다. 그러다 봉사 중에 언어 치료학이라는 학문을 알게 됐다. 사명감을 가지고 불편한 이들을 돕는 직업이란 것에 매료되어 언어 치료학이라는 것이 궁금했다. 당시 빨리 센터를 오픈하려는 욕심이었다면 대학원부터 바로 진학을 했겠지만, 기본이 되는 학부부터 공부해야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부 공부가 끝나고 치료에 몸담기 시작하자, 현실적인 문제가 다가왔다. 서류에 파묻혀 수시로 밤을 새우고 타성에 젖어 기본에 충실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서서히 타성에 젖어가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이건 아니다 싶었다. 그러던 중 뜻이 있는 치료사들이 모여 장단기계획서를 세우고 공부, 회의하는 1인 언어치료 연합을 알게 되었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목마름을 채워 줄 수 있는 곳이었다. 당시 1인 언어치료 연합에 소속되어 있던 아이소통선생님과 뜻이 맞아 함께 센터를 설립할 수 있었다. 좀 더 많은 아이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지금 우리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의 이진선 부원장은 고등학교 시절 교통사고로 1년 6개월을 힘들게 학업생활을 하면서 재활이라는 학문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언어치료학과 청각학 모두 전공하게 되었다고 한다. 임상에서 혹시나 놓치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고민하면서 1인 언어치료연합을 만들었다하고 그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학문을 연구하게 되면서 서로 뜻이 맞아 함께 길을 걸어가기로 결심했다. 

Q.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의 서비스를 소개해 주십시오.
A. 본 연구소에서는 언어치료, 학습치료, 사회성 그룹치료를 하면서 취학전 아동과 학령기 아동을 만나고 있다. 예를 들면 언어발달이 느린 아동 중에는 ‘엄마’라고 표현해야 할 시기에 이 표현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이렇게 언어발달이 느린 아동, ‘바지’를 바디라고 발음하는 아동, 이 밖에 상호작용에 어려움을 보이는 아동들을 만나 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읽기발달에 어려움을 보이는 난독 아동, 수에 어려움을 보이는 난산 아동, 사회성과 화용언어에 어려움을 보이고 있는 아동들에게 함께 도움을 제공하고 있다. 

Q.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만의 특징을 말씀해 주십시오.
A. 언어치료 장단기계획서를 부모님에게 제공하고 이를 양육자가 가정 내 언어촉진방법으로 활용할 것을 권장하는 것이 특징이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아이와 살을 부대끼고 생활하는 양육자다. 하지만 학문적으로 발달단계를 잘 아는 사람은 치료사다. 이런 점에서 아동과 부모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치료사가 아동의 발달단계에서 필요한 목표들을 의논하여 장단기치료계획서를 작성하는 것이다. 

본 연구소의 또 다른 특징은 경계선지능으로 느린학습자라고 규정되는 아동들에 대한 특성화 프로그램이다. 느린 학습자는 2018년을 기준으로 전체아동의 13.59%에 달한다. 270만 만 명중 약 36만 명, 학급당 2~3명꼴이다. 이들은 학교입학 전에는 잘 드러나지 않다가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습부진, 혹은 공부못하는 아이로 불려진다. 이렇게 무엇이 문제인지를 모르고 다른 방향으로 아이를 노출하다보면 학습, 정서, 사회적 행동들이 서로 맞물려 악순환을 경험하게 된다. 반복되는 학습실패의 경험으로 아이들은 낮은 자존감을 갖게된다. 

본 연구소의 프로그램은 이러한 느린 학습자에게 도움이 된다. 후천적인 발달에 관한 통계를 토대로 학교생활에 꼭 필요한 읽기와 수에 관해 학습한다. 초등 전 단계에서 갖춰야 할 음운 인식부터 초등 단계의 읽기해독, 유창성, 이해를 다룬다. 또 연산과 사고력 수학을 위해 수의 기초를 다룬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이해하는 방법으로 접근해 이들의 작업기억을 확장하고 역량을 키우는 것이다. 그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고 전략적 사고의 폭을 키울 수 있다.

그룹치료에서도 타 기관이나 병원 복지관과 차별화를 둔다. 일반적인 기관에서는 여러 영역의 치료 파트가 함께 들어가 공유한다. 반면 꿀나무의 언어 그룹치료는 화용에 초점을 두고 효율적인 의사소통과 사회성 향상을 돕는다. 나아가 재능기부 차원에서 정기적으로 무료 부모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아동과 많은 시간을 보내는 양육자가 아동과의 상호작용이나 언어촉진프로그램을 배우면 언어발달이 늦은 아이들이 빠르게 좋아지기 때문이다.

▲ 부산 동래구 온천동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 내부전경

Q.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 운영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보는 가치관과 철학은 무엇입니까?
A.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것이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일이든 ‘기본에 충실하자’라는 말이 있다. 기본이라는 것은 어떤 일의 뼈대를 말하는 것으로 이 뼈대가 튼튼하게 자리를 잡아야 집이 무너지지 않는다. 이렇듯 우리가 제공하는 치료분야도 기본이 중요하다. 주변에 치료실은 너무나 많지만 기본이 탄탄한 치료센터는 생각보다 적다. 

치료 활동에서 기본이 되는 것은 ‘장단기계획서’다. 근거기반에 의해 철저히 계획을 세워 접근하면 아이들이 어려워하는 부분에서 큰 결실을 볼 수 있다고 본다. 기본을 놓치지 않으면서 언어치료를 전문으로 연구하고 치료하는 기관으로 만들고 싶다. 아이들의 성장을 도와 눈부신 변화를 보이고, 이들이 멋지게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목표다.

Q. 꿀나무언어학습연구소를 운영하면서 가장 큰 보람을 느낀 사례가 있다면?
A. 아직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오랫동안 치료실을 다니시던 학부모님이 ‘아이에게 필요한 부분이 이것이었다’라며 만족해할 때 큰 보람을 느꼈다. 집단 안에서 문제행동을 보이던 아이에게 그룹치료를 시작하면서 매주 달라지는 모습을 본 경우도 그렇다. 그룹 안에서 규칙을 이해하고 공동주의집중과 자존감이 높아지면서 발달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 모습을 보고 부모님이 ‘변화하는 모습에 소름이 돋을 정도’라고 할 때 너무 뿌듯했다. 

처음으로 부모교육을 할 때는 무료 수업인 데다, 멀리서도 지원하셔서 결석이 많을 줄 알았다. 그런데 단 한 분도 결석하지 않으셨다. 교육을 쭉 듣고는 ‘우리 동네에 오픈하시지’, ‘부산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드린다’라고 말씀하셨다. 본 센터의 설립 취지를 인정받는 것 같아 가슴이 참으로 먹먹해져 왔다. 

Q. 현재의 사업장과 시스템을 만들 수 있었던 노하우(Know-how)를 말씀해 주십시오.
A. 10여 년 동안 아이들과 성인들의 언어치료를 제공하면서 남다르게 부지런히 움직이며 연구했다. 일요일 아침 9시마다 눈을 비비며 스터디를 해왔고, 그 준비를 위해 주중에는 책이며 논문이며 공부하며 일주일을 보냈다. 무엇보다 그 공부 자료를 찾기 위해 부모님이 원하는 바와 치료 분야에서의 사각지대를 고민해 왔다. 

그로 인해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 학습자에 대해 알게 되었다. 학급당 2~3명 정도인 느린 학습자라는 경계선지능 아이들에게 관심이 생겼고, 이들을 만나고 치료해오면서 프로그램을 만들고 연구해왔다. 그 분야에서 부원장과 뜻이 맞았기에 이 시스템이 완성된 것 같다.

Q. 앞으로의 전망과 목표를 말씀해 주십시오.
A. 사회성 그룹치료를 위한 센터와 교육의 사각지대에 놓인 느린 학습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을 개발하고 싶다. 이들은 선천적인 정신 능력인 주의집중 및 임시 저장과 같은 유동체계는 다소 낮게 갖고 태어난다. 그러나 후천적인 경험으로 획득한 지식이 축적되는 ‘결정’ 체계는 치료를 통해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이 사실은 국내외 많은 연구를 통해 증명되어왔다. 이 효과적인 시스템을 적용해 많은 경계선 아이들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고 싶다.

Q. 해당 인터뷰 기사를 접하게 될 독자에게 전하실 말씀이 있다면?
A. 꾸준히 연구하고 배우는 사람이 훌륭한 치료사로 거듭나듯이 어머님들의 부지런함도 아이들이 잘 성장할 기회가 된다. 때로는 눈에 보이는 하드웨어에 매료되어 소프트웨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 눈에 보이는 것들을 따라가기보다 내 아이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어떤 프로그램이 아이에게 맞을지를 고민해야 한다. 또한 그 프로그램을 통해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 부분에 얼마나 전문성을 가지고 노력하는지 확인해야 한다. 

이 부분을 잘 살펴보고 프로그램을 선택한다면 원하는 목표를 얻어갈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눈부시게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아이들이 본원을 통해 행복한 의사소통을 하기를 원한다. 그래서 가족 모두가 조금이라도 더 행복해질 수 있는 행복의 초석이 되고 싶다. 그 행복한 의사소통을 위해 오늘도 본원 선생님들과 부지런히 연구하고 달려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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