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개천절 불법집회 단속 및 봉쇄와 관련해 광화문 일대에 차벽을 만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야권에서는 광화문광장 봉쇄를 두고 ‘재인산성’이라 칭하며 집회의 자유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하는 반면 여권에서는 정당한 방역이었고 ‘명박산성’과는 다르다며 반박했다.

‘재인산성’은 지난 10월 3일 개천절, 광화문의 모든 도로 갓길에 경찰청 대형 버스로 차벽을 설치해 도로와 인도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게 한 것을 빗댄 말이다. 법원이 이날 시민단체들의 옥외 집회는 모두 불허하고 소규모 차량집회만 조건부 허가하자 경찰이 집회를 봉쇄한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사진=연합뉴스 제공)

집시법에 해당되지 않는 1인 시위를 비롯해 시위 목적이 아니더라도 광화문광장 진입을 금지시켰으며 시청역, 경복궁역, 광화문역을 폐쇄하고 90여곳에서 불심검문을 실시하여 광장 주변에 집합하지 못하게 했다.

이와 비교되는 ‘명박산성’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가 격화되던 때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한복판에 경찰이 설치했던 컨테이너 바리케이드 구조물을 일컫는 말이다. 이번 재인산성은 코로나19의 창궐로 인해 애초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것을 막는 목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명박산성과 동치시키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더불어민주당 신영대 대변인은 지난 4일 논평에서 보수단체의 개천절 불법집회를 완벽하게 봉쇄해 코로나19 재확산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덜어준 경찰의 노고에 감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보수단체들은 한글날 4천여명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며 눈물겹게 일상의 회복을 기다리는 국민을 위해 대규모 불법 집회는 철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장경태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경찰이 집회를 막기 위해 광화문광장을 버스로 둘러싼 광경을 과거 명박산성에 빗대는 비판이 나오는 데 대해 시민불통의 벽인 컨테이너벽과 시민방역의 벽인 경찰차벽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옹호했다.

반면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광화문 광장을 경찰 버스로 겹겹이 쌓은 재인산성이 국민을 슬프게 했다며 사실상 코로나19 계엄령을 선포했던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어 헌법이 보장하고 법원이 인정한 집회 시위의 자유까지 사실상 방해하고 금지하는 공권력을 행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도 5일 비대위 회의에서 정부가 광화문 거리에 새로운 산성을 쌓는 모습이라며 국민이 뭐가 두려워서 막대한 경찰력과 버스를 동원해 도시 한복판을 요새화했는지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여야 공방이 뜨겁게 진행 중인 가운데 경찰은 오는 9일 한글날에도 불법 집회에 대해 강경 대응하겠다는 계획이다. 경찰청장은 불법집회가 버젓이 이뤄지도록 경찰을 방치할 수 없다며 개천절과 같은 조치가 필요하다면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명박산성과 최근의 재인산성은 모두 집회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분명 공권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부당하거나 인권침해의 요소가 있어서는 안 될 것이지만 한글날을 앞두고 여야의 공방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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