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누군가의 절박함이 담긴 청원. 매일 수많은 청원이 올라오지만 그 중 공론화 되는 비율은 극히 드물다. 우리 사회의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지만 조명 받지 못한 소외된 청원을 개봉해 빛을 밝힌다.

청원(청원시작 2020-07-21 청원마감 2020-08-20)
- 편도수술 의료사고로 6살 아들을 보낸 아빠의 마지막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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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 정치개혁

청원내용 전문

안녕하세요, 저는 대구에 거주하는 39세 아빠 입니다.

저는 3년전 발병한 급성 백혈병 투병 중에 작년 의료사고로 하나뿐인 아들을 먼저 하늘에 보냈습니다. 암 투병 중인 못난 아빠라서 억울하게 죽은 제 아이 장례에도 가 보지 못했습니다. 저에게 허락된 짧은 삶의 시간 동안, 더 이상 의료사고로 억울하게 죽는 이가 없도록, 또 제 아이의 억울함을 풀어보고자 이렇게 청원을 올립니다.

사건의 정황은 다음과 같습니다.

2019년 10월 4일 15시경,

당시 5세였던 제 아들은 경남 Y시의 B대학 어린이병원에서 편도(아데노이드) 제거 수술을 받았습니다. 수술 예정시간은 1시간 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도 제 아이만 나오지 않아 아내가 확인요청 하였고, 지혈 중이라 더 기다려 달라고 간호사에게 얘기를 들었습니다.

2시간 13분 후, 아들이 나왔고 의사는 특이케이스로 환부에 출혈이 있었으나 수술, 지혈 다 잘 되었다고 얘기 했습니다.

10월 6일,

의사는 퇴원 하라고 하였으나, 아내는 아이가 음식은 물론이고 경구약도 복용이 되지 않으니 몇 일 더 입원해서 경과를 살피자고 하였지만, “편도 수술하면 원래 먹지 못 한다며 수액 치료는 저희 병원에서는 못 해드리니 가까운 병원에서 2, 3일 정도 수액 치료를 받으면 괜찮아 질 것이다.”라고 냉소적으로 퇴원을 강행 하였습니다. 의료 지식이 없는 보호자 입장에서는 담당 의사의 말을 전적으로 따를 수 밖에 없었고, 수액치료가 안 된다고 하여 그 상태로 퇴원을 하였습니다.

10월 7일,

수술 후 3일이 경과하였으나 아이가 거의 음식을 먹지 못해 집 근처 이비인후과에 방문하였습니다. 아이의 목을 살펴본 의사가 말하길 “너무 과하게 수술이 되었다, 아이가 많이 힘들어 보이니 앞서 대학병원에서 권유한대로 가까운 병원에 입원을 하는게 좋겠다” 하여 인근 종합병원에 입원시켜 수액 치료를 하였습니다.

10월 9일,

입원한 지 이틀째 되는 새벽녘, 아이가 갑자기 기침을 몇 번 하였는데, 엄청난 피를 분수처럼 토해내며 의식을 잃고 심정지가 왔습니다. 119가 3분만에 도착하였고, 수술을 받은 B대학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동하던 도중, 이유는 알 수 없었으나 B대학병원 측은 소아전문 응급의료센터를 갖추고 있는 권역응급의료센터임에도 불구하고 환자 이송을 거부하였습니다. 다른 병원을 찾느라 30분 가량 지체 후, 부산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이송은 하였으나 끝내 아이는 의식을 되찾지 못 했습니다.

결국 차디찬 중환자실에서 뇌사판정을 받았고,

5개월 간 긴 힘든 시간 끝에 2020년 3월 11일, 아이는 저희 곁을 영원히 떠났습니다.

너무나 큰 상실감 속에서도 지나칠 수 없는, 억울하며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재마취시 보호자 비동의, 그리고 수술기록지의 임의수정”

아이가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동안,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 수술을 한 B대학병원으로 가서 먼저 수술기록지를 확인해봤습니다. 분명 수술이 끝난 직후 출혈이 있다고 했었으나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는 ‘수술 중 이상 무’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술 중 보호자에게 알리지 않고 추가 재마취를 한 사실을 담당의사와의 면담 중 듣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추가 재마취를 한 사실 또한 최초 발급한 수술기록지에는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의사 면담 후 수술기록지를 재차 발급하였을 때는 수술 시 출혈 발생 및 재마취 사실이 수정되어 기록되어 있었습니다.

“수술 후 상태 경과에 대한 부주의 및 조치 소홀”

이렇듯 수술 도중 특수한 상황들이 발생하였으나 기록지에 남기지 않은 채 다른 일반 수술환자들과 똑같이 처치하였고, 아이의 경과가 전혀 나아지지 않았음에도 다른 후속 조치 없이 퇴원을 강행시켰습니다. 만약 그 병원에서 입원한 채로 좀 더 경과를 보고 후속 조치를 할 수 있었다면, 그 날처럼 피를 분수처럼 쏟아내는 일이 발생하였더라도 대학병원 내에서 빠른 처치만 받을 수 있었다면, 저희 아이는 지금 저희 곁에 아직 살아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중증 수술도 아니고 이비인후과에서 가장 간단하다는 편도 제거 수술을 하고 어떻게 아이가 사망에 이르게 되었는지… 아직도 믿기지가 않습니다.

“의료과실로 인한 소송 중인 의료인의 제재 불가와 철면피한 책임회피”

제 아들은 의료진의 위와 같은 책임감 없는 처사와 부주의로 저희의 곁을 영원히 떠났는데, 정작 해당 의료진들은 의료 소송 중에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의료업에 종사할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그 주치의는 다른 병원으로 근무지를 옮겨 다른 소아환자들을 치료하고 수술하고 있습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이런 중과실의 의료사고를 내고도 뻔뻔한 의사들의 태도입니다. 도의적인 책임이라도 느껴야 하는데 고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의사는 신이 아닌 사람이라며, 수술에는 문제가 없었다고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저는 거대 병원 체제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자일 수 밖에 없음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유가족으로서 수술실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누가 수술을 했는지, 수술실 CCTV가 없기 때문에 알 수가 없습니다. 이번 상황을 접하며 철옹성 같은 의료 권력, 법적 책임 회피를 위한 의료 관계자들의 잔혹할 정도의 뻔뻔함, 현 사법체계의 한계에 좌절하고 절망했던 순간이 무수히 많았습니다.

저는 아들이 2살이었을 때부터 투병을 시작하여 제대로 된 추억 하나 만들어주지 못한 못난 아버지입니다. 제 아들은 가고 없지만 이 청원을 통해서 억울한 제 아들 죽음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주는 것이 제가 이 세상에서 아버지로서 할 수 있는 마지막 일 인 것 같습니다. 부디 저에게 주어진 시간동안 제 아이의 사건이 제대로 진상규명 되고, 의료진과 병원이 합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1)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2) 의료사고 소송 중인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 금지에 대한 신속한 의료법 개정,
(3) 24시간 내 의무기록지 작성 법제화,
(4) 의료사고 수사 전담부서 설치가 이루어지기를 촉구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청원 UNBOXING >> 보건복지부 제2차관 강도태

“술실이 설치된 의료기관 중 주출입구에는 약 60.8%, 수술실 내의 경우에는 약 14% 정도에 CCTV가 설치되어 있는 것을 확인...불행한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합리적 대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업무상 과실 여부에 따른 유죄 또는 무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의료인의 의료업 종사를 일률적으로 금지한다면 경우에 따라서 억울한 피해자가 생길 수 있고, 헌법상 원칙인 무죄추정의 원칙에도 반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의료행위가 종료된 이후 진료기록부를 작성해야 하는 시기에 관해서는 구체적 규정이 없으므로 이에 대한 기준은 판례와 해석에 맡겨져 있어...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진료기록부가 지체 없이 작성될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

“경찰 내 의료사고 수사 관련 부서는 서울, 부산을 비롯한 총 10개 지방청 73명(의료팀 1개, 의료안전팀 9개) 규모로 설치하여 운영 중...동일 혹은 유사한 사고의 재발 가능성을 낮추고 새로운 유형의 사고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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