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터키의 최대 도시로 알려진 이스탄불에서는 지난 8월 수백 명의 여성들이 거리로 나와 정부에 이스탄불 협약을 유지하고 가정폭력을 근절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스탄불 협약’이란 2011년 5월 유럽의회에서 부부간 성폭력과 할례 등 전통과 문화, 종교 등을 이유로 여성에게 행사되는 폭력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는 협약 참여 국가에게 관련 규정을 마련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협약은 2014년 발효됐고 터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스페인, 덴마크, 프랑스, 스웨덴 등 40여개 회원국이 서명했다. 이는 성차별적 학대를 명백히 명시한 첫 국제협약이자 유럽 평의회 협약으로 비유럽 국가들도 가입이 가능하다.

터키는 2012년 세계 최초로 이스탄불 협약에 비준하며 여성을 폭력으로부터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난 7월 터키 대통령은 이스탄불 협약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협약내용이 가족 구조를 파괴한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하지만 터키에서는 아직까지도 이스탄불 협약이 잘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최근까지 터키에서 가정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여성은 205명이며, 작년에는 417명에 달했다. 그런데도 터키 정부는 여성을 가정폭력으로부터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스탄불 협약 탈퇴 문제는 비단 터키뿐만 아니라 폴란드,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헝가리 등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 협약은 위험한 젠더 이데올로기라는 것이다. 폴란드는 최근 이스탄불 협약 탈퇴 계획을 밝혔으며 슬로바키아도 이스탄불 협약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

또 헝가리 의회는 위험한 성 이념을 제시한다면서 이스탄불 협약을 비준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국제 인권단체들의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졸트 셰미엔 헝가리 부총리는 “헝가리 정부는 폭력을 철폐하려 하고, 이스탄불 협약은 가족을 철폐하려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 폴란드에서도 전통적 가치의 수호자를 자처한 보수 민족주의자 아네이 두다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가운데 폴란드 법무부가 지난 7월, 젠더 이데올로기는 폴란드 가치 체계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스탄불협약 탈퇴 절차에 돌입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최근 터키 여성들은 이스탄불 협약의 중요성을 소셜미디어에 알리기 시작했다. 폭력으로 살해되었던 여성들의 흑백사진을 닮은 자신의 흑백사진과 함께 ‘여성들이 여성들을 지지한다’는 글을 올려 폭력에 맞서 싸우겠다는 캠페인 벌이고 있다. 이스탄불 협약이 불의한 상황에서 여성의 인권을 지키려는 선한 의도로 만들어진 만큼, 그 취지가 변질되지 않고 지켜지길 기대해본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