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승차 공유 서비스로 시작해 동남아시아의 대표적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성장한 '그랩'(Grab). 그랩의 ‘밍 마’ 사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승차 공유 서비스가 감소하는 등 위기를 맞았지만, 증가하는 음식·물품·식료품 등의 배달에 집중하고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을 온라인으로 끌어들이는 디지털화를 강화함으로써 기회로 바꾸고 있다.

재무 및 투자 전문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전략가

그랩 '밍 마' 사장 [사진/ 그랩 제공]

밍 마 사장은 2016년 10월 그랩에 사장으로 취임했다. 미국과 아시아 전역에서 12년간 재무 및 투자 전문가로 경험을 쌓은 밍 마 사장은 무엇보다 투자의 귀재다. 그랩 영입 전, 소프트뱅크에서 차량공유 및 전자상거래 선두기업에 대한 투자를 총괄했고, 그랩으로 영입되어 싱가포르 본사에서 그랩의 전략적 파트너십 및 투자 등을 총괄 중이다.

최근에 밍 마 사장은 한국에서도 투자를 따내는데 성공했다. 지난 11일 한국의 사모펀드인 스틱인베스트먼트로부터 2억 달러(약 2천371억원)의 투자를 받은 것. 그는 요구가 다양화하는 동남아시아 고객들을 더 잘 지원할 수 있도록 빠르게 성장하는 배달 서비스는 물론 상업·금융 서비스 분야를 더 확장하는데 투자금을 사용할 계획이다. 이제까지 현대차·SK·미래에셋·네이버·롯데·삼성전자 등 굴지의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온 만큼 이번 투자를 계기로 한국과의 유대 관계가 더 강해질 것이라는 평이 나오고 있다.

승차 공유, 택시 업체와 파트너십 중요

한국에는 우버나 그랩과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가 없다. 기존 택시업계 등과의 갈등 때문이다. 그랩은 이러한 양극 대립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밍 마 사장은 무엇보다 그랩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의 택시 업체들과 파트너 관계를 맺는 것은 승차 공유 서비스 전략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언제나 택시업체와 밀접하게 일하려고 노력한다며 그래야만 그들이 우리 사업의 장기적 가치를 이해할 수 있다고 피력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밍 마 사장은 택시 업체와의 윈윈 전략을 추진한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에서 대부분의 택시 업체들과 제휴를 맺는 등 택시 업체 운전자들의 수익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 이를 바탕으로 밍 마 사장의 그랩은 동남아시아를 누비며 승차 공유 서비스를 뿌리 내리고 있다.

그랩이 선보이고 있는 다양한 서비스 [사진/ 그랩 SNS]

배달-헬스케어-보험 등 사업 영역 확대

그랩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넘어서 이제는 음식 배달, 헬스케어, 보험, 모바일 결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 광범위하게 타깃을 설정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 초점을 맞추는 '하이퍼로컬'(Hyperlocal)이 밍 마 사장 전략의 핵심이다. 다양한 언어와 문화 등을 가진 동남아와 같은 곳에서 특정 지역에 대한 이해는 고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가져올 수 있고 이는 곧 그랩의 실적으로 나타난다는 것.

예컨대 그랩은 국가마다 혹은 지역마다 다른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싱가포르에서는 고정된 금액으로 택시나 개인 차량을 이용할 수 있는 '저스트 그랩', 캄보디아나 필리핀에서는 '그랩 뚝뚝'과 '그랩 트라이크'라는 지역 현지 삼륜차를 이용한 서비스를,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도심의 극심한 교통 체증을 해결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이용한 '그랩 바이크' 서비스 등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시대, 어려움을 기회로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은 지금 이 순간, 모든 기업에 도전의 시간이고 이는 그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 어려움을 기회로 바꾸기 위해 밍 마 사장은 노력을 거듭하고 있다. 먼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봉쇄 조치로 승차 공유 서비스는 초기 타격을 받았지만, 이동의 제약은 소비자들이 집에서 온라인을 통해 생필품을 얻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밍 마 사장은 이를 포착했고 승차 공유 서비스에 배달 영역을 확장시켜 나갔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승차 공유를 이용한 배달 서비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용되었고 매출은 코로나 이전을 회복해 나갔다.  

또 하나는 디지털화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신선한 생선과 농산물을 파는 시장과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사업도 이제는 온라인으로 갈 수밖에 없게 됐다. 그랩의 밍 마 사장은 라마단 e-바자(전자 시장) 등 오프라인 업체들이 빠르고 효율적으로 디지털화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들을 시작했다. 또 6월 초에는 판매상들이 최소한의 비용으로 온라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그랩머천트' 플랫폼도 서비스를 시작해 호응을 이끌어 냈다.

다양한 배달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그랩' [사진/ 그랩 SNS]

경험에서 우러난 특유의 투자 감각과 변화를 읽을 줄 아는 본능으로 동남아에 승차 공유 서비스의 획기적 경영을 보여주고 있는 그랩의 밍 마 사장. 그의 영리한 경영은 그랩의 매출과 이미지 상승은 물론, 동남아시아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매출도 21%나 끌어올리는 효과를 발휘했다. 이러한 밍 마 사장을 두고 이제 전 세계를 무대로 진출하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밍 마 사장은 아직은 동남아시아에 집중할 때라고 못을 박는다. 아직 동남아시아의 무한한 가능성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발 빠른 투자와 경영으로 위기를 기회로 만들고 있는 밍 마 사장이 만들 동남아시아의 변화에 전 세계의 이목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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