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정동근] 건설회사(수급인)이 건물을 축조한 경우에 공사대금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그 건물의 인도를 거절하고 이를 유치할 권리를 가진다(민법 제320조). 유치권자는 그 건물에 관하여 가지는 채권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 그 채권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누구에 대해서든 건물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다.

그러나 타인의 건물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에 기초하여 인정되는 권리이므로, 점유의 상실에 의하여 소멸하며(민법 제328조), 추급효를 가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에 대하여도 등기를 요하지 않는 점에 그 특색이 있다. 이는 공평의 원칙에서 인정된 잠보물권으로서 당사자의 의사에 의하지 않고 법률상 당연히 발생하는 법정담보물권이라 할 수 있다.

정동근 법무법인 조율 변호사

건물의 신축공사를 한 건설회사(수급인)가 그 건물을 점유하고 있고 또 그 건물에 관하여 생긴 공사금채권이 있다면, 수급인은 그 채권을 변제받을 때까지 건물을 유치할 권리가 있는 것이지만, 이러한 유치권은 수급인이 점유를 상실하거나 피담보채무가 변제되는 등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소멸되지 않는다.

다만, 공사대금채권과 유치권 사이에 견련관계가 있어야하기 때문에 비록 도급인이 건축물에 대한 공사대금채권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 건축물의 부지에 대하여는 유치권을 행사할 수 없다. 하지만 상사유치권에 있어서는 피담보채권과 유치의 목적물 사이에 견련관계를 요구하지 않으므로 상사유치권이 인정될 경우에는 당해 건축물은 물론 그 부지에 대하여도 인도를 거절할 수 있게 된다.

유치권은 타인의 물건을 점유하는 자가 그 물건과 견련관계에 있는 채권을 가지는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수급인이 유치권을 주장하려면 당연히 건물의 점유가 필요하고 그 점유는 계속되어야 한다. 따라서 수급인이 건물의 점유를 잃으면 유치권은 소멸되며(민법 제328조), 유치권자로부터 목적물의 점유를 승계한 자가 있을 경우에 이미 유치권자는 그 점유를 상실하면서 유치권도 상실하였기 때문에 승계인은 이전 점유자를 대위하여 유치권을 주장할 수도 없다. 그러나 수급인이 일시적으로 점유를 침탈되었더라도 점유보호청구권(민법 제204조)에 기하여 침탈된 점유를 회복하면 그 점유가 소멸하지 아니한 것으로 간주되므로 유치권이 소멸하지 않는다.

실무에서 유치권의 성립요건으로서의 점유를 인정받는 것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현수막이나 컨테이너를 설치하였다고 해서 점유가 인정되지 않는다. 현실 점유는 쉽게 상실되거나 침탈될 수 있기 때문에 점유를 지키기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게 소요된다. 점유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사람이 건물을 지배해야 하는데, 교대로 직원을 배치하거나, 점유 용역업체와의 협업을 통해 인력을 상시 투입해야 한다.

최근 법원은 단순히 컨테이너 · 현수막 설치하면서 유치권을 주장한 사안에서 “원고가 설치한 컨테이너와 현수막은, 원고의 계속적 · 배타적 점유가 아닌 단지 원고가 일시적으로 이들 각 부동산을 점유하는 것과 같은 형식적 외관을 표시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된 것”에 불과하다는 이유로 유치권을 인정하지 않았다(전주지방법원 2019가합288).

다만 점유가 불법으로 인한 경우에 유치권은 성립되지 않는다. 따라서 점유는 불법행위로 취득한 것이 아니어야 한다(민법 제320조 제2항). 가령 도급인에게 우선 건물을 인도하기로 합의하여 인도한 후 도급인이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자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여 건물을 점유하였다면 유치권은 인정되지 않는다. 다만 점유가 불법행위로 인하여 개시되었다는 점에 대한 입증책임은 반환청구권자에게 있다(대법원 1996. 6. 7. 선고 66다600・601 판결).

그 외에도 유치권의 성립을 배제하는 특약도 유효하므로,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 유치권의 발생을 배제하는 특약이 있는 경우에 그 특약은 유효하다. 실무에서는 유치권(행사)포기각서를 미리 받아두거나, 유치권을 행사하지 아니한다는 특약을 공사도급계약서 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자가 임의경매를 실행하는 경우(또는 집행권원을 가진 채권자가 강제경매를 실행하는 경우)에 유치권의 존재에 관한 분쟁이 선결적으로 해결될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유치권자가 경락인에 대하여 그 피담보채권의 변제를 청구할 수는 없다 할 것이지만 유치권자는 여전히 자신의 피담보채권이 변제될 때까지 유치목적물인 부동산의 인도를 거절할 수 있어 부동산 경매절차의 입찰인들은 낙찰 후 유치권자로부터 경매목적물을 쉽게 인도받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입찰을 하게 되고 그에 따라 경매목적 부동산이 그만큼 낮은 가격에 낙찰될 우려가 있다고 할 것인바, 이와 같은 저가낙찰로 인해 원고의 배당액이 줄어들 위험은 경매절차에서 근저당권자인 원고의 법률상 지위를 불안정하게 하는 것이므로 위 불안을 제거하는 원고의 이익을 단순한 사실상・경제상의 이익으로 볼 수 없고, 피고가 이 사건 경매절차에서 민법 제367조에 기한 우선상환청구를 하고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증거가 없을 뿐 아니라, 만일 피고가 그러한 우선상환청구를 한다면 유치권자라는 피고가 매각대금에서 우선상환을 받을 수 있어 근저당권자인 원고는 그만큼 배당받을 금액이 줄어들어 원고에게는 이 사건 확인을 구할 법률상의 이익이 있다”고 판시하여 저당권자가 유치권을 주장하는 자를 상대로 하여 유치권부존재 확인의 소를 제기할 법률상 이익이 있다고 보고 있다(대법원 2004. 9. 23. 선고 2004다32848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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