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김동운] 북한이 16일 오후 판문점 선언의 결실인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전격 폭파하면서 남북관계가 파국의 위기로 치닫고 있다. 최근 다시 얼어붙은 남북관계는 올해 초부터 삐걱대기 시작했다.

북한은 지난 4월 통일부가 발간한 통일교육 교재에 대해 동족대결을 고취하는 반통일교재라고 비난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메아리는 '통일의 길을 가로막게 될 통일교재'라는 제목의 글에서 '흡수통일', '체제통일'을 골자로 하는 독일 통일 방식은 실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흡수통일론’이란 두 국가가 통일을 할 때 한 국가가 상대국가의 체제에 완전히 맞춰 통일을 이루는 방식을 말한다. 대표적인 사례로 독일의 통일 사례가 꼽힌다. 독일은 서독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체제를 기본으로 한 흡수 통일을 이뤘다.

그러나 해외에서는 서독이 동독을 흡수 통일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한다. 독일에서는 통일을 설명할 때 흡수가 아니라 ‘결합’이나 ‘가입’ 등의 개념을 적용한다. 독일 통일의 과정을 보면 동독은 흡수 통일의 대상이 아니라 통일의 주역이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베를린장벽의 붕괴는 국제 환경과 동독 정치 상황의 변화에 따라 동독 주민들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선택한 결과물이었고, 동독인들은 두려움을 극복하고 강력한 민중운동을 통해 억압자들에게서 승리한 평화혁명이라 설명한다.

그간 우리나라에서 주목해왔던 흡수통일론은 남한의 법률, 정치, 경제 체계를 그대로 유지한 채 북한을 흡수하는 방식을 말한다.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사회의 통일 담론은 흡수 통일로 모아졌다.

이에 대해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은 북한 주민을 투명인간 취급하는 정책이라며 북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교류 협력을 통해 남북관계 개선하고 통일의 길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선(先)평화, 후(後)통일을 강조해왔다.

지난해 통일부는 기존의 독일 통일 사례를 남북 관계에 적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고 EU 통합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는 취지로 유럽연합(EU)식 남북 국가연합 구상을 마련하는 데 착수했다. 통일부는 EU가 점진적 과정을 거치며 정치, 경제, 사회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연합을 형성하고 심화시켜온 가장 성공적인 국가 연합 사례라고 전했다.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국가로 남은 남과 북의 통일은 거역할 수 없는 역사적 사명이며 한반도의 과제로 남았다. 최근에는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흡수통일론보다는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통일을 이루어 나가야 한다는 기조 하에 상호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통일의 방식으로 논의되고 있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