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한성현] 이번 이지강 작가 인터뷰 2편에서는 시나리오작가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에 대해 알아봅니다.

▶ 한성현 PD : 이제 작가님 얘기를 해볼게요. 어떻게 시나리오작가를 하시게 됐나요?

▷ 이지강 작가 : 대학교를 신문방송학과를 나왔어요. 4학년 2학기 때 ‘졸업을 하고 어떤 일을 할까’라고 생각하다가 제가 영화를 정말 좋아해서 ‘시나리오를 써보자’ 했어요. 그리고 때마침 씨네21에서 하는 시나리오 작법 강의가 있어서 수업을 들었죠. 그리고 시나리오를 가르쳐주신 선생님이 영화 시나리오 개발을 하는 곳을 소개해주셔서 바로 현장으로 뛰어들었던 거죠.

▲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본인이 좋아하는 글을 써온 이지강 작가

▶ 한성현 PD : 좋아하시는 일을 하자고 생각을 하셨군요. 그만큼 일에 대한 자부심이 크실 것 같아요.

▷ 이지강 작가 : 제가 2004년도에 시나리오 작법 강의를 들었고, 타짜2가 2014년 9월에 개봉했으니까 시간으로 따지면 10년 만에 데뷔를 한 거예요. 따지고 보면 10년 동안 제가 써온 시나리오나 글이 얼마나 많겠어요. 거기에 대한 자부심은 크죠. (하하하)

▶ 한성현 PD : 만 10년 만에 데뷔라고 하니까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하하하) 10년 동안 데뷔하기 위해 많은 일들이 있었을 텐데요?

▷ 이지강 작가 : 약간 사회에서 버린 받은 느낌을 많이 받았었죠. 나는 분명히 글을 쓰는 작가인데 크레딧을 올리지 못하면 정식으로 시나리오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하잖아요. 그리고 1년에 영화계에 몇 백 편의 시나리오가 돌아다니는데 정작 개봉 수는 백 편 남짓이라는 거죠. 그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게 그만큼 어렵다 보니까 그 부분에서 힘든 점이 많았죠.(생각 중) 시나리오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지 못하더라도 사회에서 인정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분명 이 직업이 없으면 좋은 영화들이 나올 수가 없는데 너무 등한시하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그게 좀 힘들어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글을 쓴다는 거로 계속하는 거죠.

▶ 한성현 PD : 얘기를 들어보니까 상당히 치열하군요...

▷ 이지강 작가 : 약간 무협지 생각하시면 돼요.(하하하) 공력과...(하하하)

▶ 한성현 PD : 하지만 일을 하면서 뿌듯했던 적도 있었을 텐데요?

▷ 이지강 작가 : (고민 중) 마감했을 때? (하하하) 마감했을 때가 가장 뿌듯해요. 글을 썼다 어떻게든 하나 썼다. 그다음에는 제작사나 감독의 피드백이 있고 수정 작업을 거치거든요. 시나리오라는 게. 끝까지 수정을 하는데 어쨌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을 했다’ 그 때 뿌듯하죠. 그리고 입금됐을 때. (하하하)

▲ 이지강 작가의 책상과 벽면에는 현재 쓰고 있는 글과 시나리오가 펼쳐져 있다.

▶ 한성현 PD : 입금은 누구나 일을 하면서 기대를 하고 뿌듯해하는 거죠. 공감이 되는 말이네요. (하하하) 글을 쓸 때 아이디어는 어디서 얻으시나요?

▷ 이지강 작가 :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이 곧 아이디어가 돼요. 그리고 저 같은 경우는 만화책 읽거나 산책을 하면서 아이디어를 얻는 편이에요. (하하하) 글이 정말 안 써질 때 밖에 나가서 한 바퀴 돌면서 생각하고 그럴 때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거죠. 생각이 매몰되어있으면 그걸 뚫으려고 그래요. (하하하)

▶ 한성현 PD : 인터뷰를 하다 보니까 상당히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계신 것 같아요. 그런 긍정적인 생각이 작가에게 필요한 ‘마인드’일까요?

▷ 이지강 작가 : 네. 낙관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영화가 잘 안 된 게 작가 탓이 아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운칠기삼(運七氣三 - 운이 7할이고 기가 3할이다. 운이 기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거든요. 만약에 본인이 쓴 글이 엎어졌을 때 자기 비관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들어오려고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그런 비관에 빠지지 않을 수 있으면 해라. 그리고 진짜 긍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 일을 해서 1년 안에 크레딧을 얻고 2년 안에 억대 작가가 되고 3년 안에 고급차 끌고 다녀야지 이런 생각을 하고 오시면 큰 오산이거든요. 거의 대부분 작가들이 한 길면 15년 걸려서 첫 타이틀 다시는 분들도 계세요. 그리고 15년, 20년 되도 못 얻으시는 분들이 계세요. 굉장한 각오를 하고 오셔야 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낙관적으로 영화를 좋아하고 견뎌낼 수 있어야 하는 분이면 좋죠.

▶ 한성현 PD : 역시 긍정적인 생각이 모든 걸 이겨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시나리오작가로서 ‘이 영화는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있을까요?

▷ 이지강 작가 : 왕의 남자 시나리오가 있어요. 그것은 한번 꼭 읽어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네요. 스토리 면에서 완벽하다고 생각하거든요. Plot(구성)이 굉장히 정교하게 짜여있고, 인물들의 관계나 갈등이나 개인적인 욕망이 잘 살아 있는 작품이에요. 그리고 이건 너무 가업 비밀인데(하하하) 타짜 1편 시나리오를 보면 어떤 시나리오를 써야 하는지 알 수 있어요. 더 이상 얘기하는 건 안 될 것 같고요. 기회가 되시면 꼭 한 번 보라고 추천하고 싶습니다.

▶ 한성현 PD : 네. 저도 꼭 한번 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인데요. 타짜2를 끝내시고 준비하고 계신 영화가 있으신가요?

▷ 이지강 작가 : 지금 아는 감독님의 데뷔작을 준비 중에 있고, 프랑스 원작의 로맨틱 코메디를 작업 중에 있습니다. 그리고 작업을 끝낸 두 작품 있어요. 그 작품들은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캐스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꼭 개봉했으면 좋겠네요.

▶ 한성현 PD : 내년에도 좋은 영화를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지강 작가 : 네. 좋은 작품으로 내년에 꼭 찾아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 한성현 PD :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지강 작가 : 영화의 시작은 시나리오잖아요. 시나리오가 없으면 영화가 시작되지 않으니까요. 그 작업을 함에 있어서 시나리오작가가 있다는 걸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이 작품을 어떻게 기획하고 개발하고 만들어내는 작가들이 있고 그 작가들이 열심히 글을 쓰고 있으니까 좋은 영화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거고요. 그리고 한국 영화를 지금도 많이 보시는데 지금처럼만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판도 관심이거든요. 좋은 작품 있을 때 많이 보셨으면 좋겠어요.

‘10년’, 시나리오작가라는 타이틀을 얻는 데 걸린 시간이다.
어느 누구에게는 짧은 시간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사람에게는 힘겹게 흘러온 시간일 수도 있다. 그 10년이란 시간 동안 좌절하지 않고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마음으로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한 이지강 작가. 그가 그렇게 달려왔기 때문에 ‘타짜2’ 공동각본을 하고 400만 관객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었을 것이다.

내년에도 즐거움과 감동을 주는 좋은 작품으로 관객들과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지식교양 전문채널 - 시선뉴스
www.sisunnews.co.kr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