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시애틀의 신용카드 결제시스템회사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CEO 댄 프라이스는 5년 전 직원들의 임금 인상을 위해 자신의 월급을 깎아 화제를 모았는데 지난해 또 같은 약속을 내놓아 업계를 놀라게 했다. 성장보다는 사람을 외치며 회사를 키워가고 있는 댄 프라이스의 사업전략과 가치관을 살펴보자.

간편한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 ‘그래비티 페이먼츠’

1984년 미국 아이다호주에서 태어난 프라이스는 19살에 시애틀 퍼시픽 대학 기숙사에서 ‘그래비티 페이먼츠’를 창업했다. 그는 고등학교 시절 동네 커피숍에서 음료수를 사먹으면서 신용카드 결제 시스템이 매우 낙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결제 과정은 복잡했고 느렸다. 이후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작은 소매점들이 더 편하게 카드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지나치게 많은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도록 돕는 회사를 창업해야겠다고 결심했다.

[gravitypayments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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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수수료로 위기를 이겨내

댄 프라이스는 단순한 결제 시스템뿐만 아니라 고객의 유형과 취향을 분석해 매출을 더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컨설팅 사업도 함께 제공했다. 2008년 금융위기에 회사가 파산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저렴한 수수료를 바탕으로 1만 5000곳이 넘는 가맹사를 확보해 위기를 이겨냈다. 이후 10명이 채 되지 않았던 스타트업에서 100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보유하며 워싱턴주 지역의 강소기업으로 거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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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연봉을 줄여 직원들의 연봉 7만 달러로 통일

그런데 2011년 우연히 부하 직원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본 프라이스는 무슨 일이 있냐고 물었고 직원으로부터 회사가 자신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하소연을 듣게 됐다. 이후 프라이스는 정작 직원들의 불만과 불편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자책감이 엄습했고 엄청난 결심을 하게 됐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직원들의 연봉인상을 소홀히 했던 점을 떠올렸고 즉시 직원들의 연봉 인상에 나섰다. 2012년 이후 프라이스는 전 직원의 임금을 평균 20%씩 인상했다. 그래도 회사의 이익 성장률은 임금 상승률보다 높았다. 자신감을 얻은 프라이스는 2015년에 자신의 연봉 90%를 줄여 전직원의 연봉을 일괄적으로 7만 달러로 통일한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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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그래비티 페이먼츠

다소 충격적인 발표를 하자 대주주인 친형은 회사를 위험에 빠트렸다며 소송을 했고 일부 거래처들을 공포에 휩싸여 계약을 해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신 새로운 거래처들이 많이 생겼고 발표 6개월 후 회사 매출과 영업 이익은 2배정도 늘었다. 직원들은 근무태만을 보이지도 않았으며, 회사 인근의 땅값 비싼 곳으로 이사해 출퇴근 시간이 감소했고 이직률도 18% 감소했다. 업계에 좋은 소문이 난 그래비티 페이먼츠에는 우수한 인력이 몰려들었고 1주일 만에 4500통의 이력서가 배달되기도 했다.

또 경쟁사 고위직에서 일하던 타밀 크롤은 자신의 연봉을 80% 삭감해가며 입사했다. 프라이스는 자신의 경영 철학과 반대되는 아마존닷컴을 언급하며 “7,500억 달러 가치의 아마존은 55만 명의 직원이 있는데 그들의 중간 임금은 겨우 2만 8,000 달러”라며 “시장가치를 균등하게 나눠질 경우 근로자 개인은 각각 140만 달러를 가져가야 한다”고 트위터를 통해 비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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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kimedia 제공]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CEO’ 댄 프라이스

프라이스는 트위터 소개란에 자신을 “미국에서 가장 위험한 최고경영자”라고 소개했다. 최근 그는 전체 부의 80%가 상위 1%에게만 돌아가고 있다며 나머지 99%는 20%가 채 되지 않는 임금만 받고 있는 부의 배분 구조를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그래비티 페이먼츠의 성공요인에 직원들이 최고경영자가 자신들을 존중하고 있으며, 이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회사를 찾기 힘들다는 것을 깨닫고 생산성을 높였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이익이 줄자 구조조정에 들어간 다른 기업들과 달리 직원들은 각자 사정이 있는 만큼 개인 형편에 따라 자발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회사는 줄어든 임금에 대해 차후에 보전해주거나 주식으로 대체 지급하기로 했다. 이런 결정에 그래비티 페이먼츠는 40명을 해고해야 줄일 수 있는 비용으로 최대 1년간 해고 없이도 회사를 운영할 수 있게 됐다. 프라이스는 더불어 사는 회사의 모범이 되고 싶다고 전했고 매번 전직원과 함께 위기를 성공의 발판으로 만들어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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