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김동운] 과거 ‘고객이 왕’이라는 인식과 달리 최근에는 직원과 고객이 서로 배려하며 존중하는 매너를 지켜야 한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막무가내 행동으로 대접받고 싶어 하는 소비자 갑질이 심해지면서 개선하기 위해 생겨났다.

따라서 소비자는 직원에게 예의를 지키고 직원도 고객에게 친절히 응대해 양자간 매너의 균형을 도모한다는 ‘워커밸’이란 말이 등장했다. 이는 영어로 직원(worker)과 고객(customer) 사이의 균형(balance)을 이르는 신조어다.

이렇게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워커밸’이 등장했지만 알바생들은 여전히 고객의 무례한 언행에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이 지난해 알바생 95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알바 근무 중 고객의 비매너 행동으로 인해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90.2%에 달했다.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감정 노동자들이 갑질 고객으로부터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알바 도중 상처받았던 순간으로는 반말하는 고객을 대할 때(51.5%)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깎아달라', '서비스 달라' 등 알바생 권한 밖의 일을 요구할 때(27.5%), 그리고 돈이나 카드를 던지거나 뿌리듯이 줄 때(26.9%) 등이 뒤를 이었다.

워커밸이 가장 필요한 곳은 근로자가 고객을 직접 응대하는 유통·서비스직이 꼽힌다. 2016년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콜센터 근무자 11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콜센터 근무환경에 대한 설문조사’에서는 근무자의 약 93%가 ‘근무 도중 언어폭력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무례한 갑질 고객으로 불리는 블랙 컨슈머가 등장한 배경에 인터넷의 발달과 현대인의 개인주의적 성향을 꼽았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발달로 인해 타인이 제공받은 서비스와 본인이 겪은 서비스를 쉽게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의 기대가 점점 높아진 것이다.

또 사회 내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해지면서 과거에 비해 자신이 지불한 돈에 대한 가치와 인식이 달라진 것도 악성 소비자가 등장하게 된 원인으로 꼽힌다. 지속되는 블랙 컨슈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들과 점주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한 기업에서는 상담원의 전화 연결음에 가족 음성을 넣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가게 출입문에 ‘공정 서비스 권리 안내문’을 붙여놓는 음식점이나 카페도 나타났다. 그리고 정부에서는 지난 2018년 ‘감정노동자 보호법’이란 산업안전보건법을 개정해 소비자 갑질로 인해 처벌받을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시했다.

앞으로 워커밸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기업, 노동자, 공공기관, 소비자 등 사회적으로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근로자와 소비자 사이의 갈등을 법적으로만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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