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자신의 삶을 즐겨야 하는 황혼기 부모님들이 손주를 돌보는 황혼 육아가 증가하면서 이와 관련한 다양한 질환 이른바 ‘손주병’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최근 맞벌이 부부가 증가하면서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2015년 기준 전국의 맞벌이 부부 중 50% 정도가 부모에게 자녀의 양육을 맡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미 한 번 육아를 경험한 부모님이 다시 한 번 힘든 육아를 맡게 되는 셈. 하지만 손주의 육아를 담당할 부모님의 몸은 ‘나’를 기르던 당시와는 달리 많이 연로해졌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황혼육아를 하는 조부모의 경우 장시간 손주를 돌보면서 발생하는 척추 및 팔다리 통증은 물론 우울증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손주병을 호소하고 있어 잘 살펴야 한다.

먼저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황혼육아를 담당하는 조부모는 육아 과정에서 아이를 안고 눕히는 등 손목에 무리가 가는 행동을 반복하게 된다. 그 과정에서 손목 부위의 힘줄과 심경에 여러 자극이 가해져 통증이 발생하는 손목터널증후군이 생길 수 있다.

손목터널증후군 예방을 위해 가급적 손목 사용을 피해야 하지만, 육아과정에서 이는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에 수시로 손목을 손등 방향으로 꺾는 등 스트레칭을 하고 손목 보호대 등을 착용하는 등의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

무릎이나 고관절에 발생하는 퇴행성관절염도 주의해야 한다. 황혼기에 접어드는 조부모는 퇴행성관절염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여기에 아이를 안고 먹이고 업고 재우는 등 육아까지 담당하는 조부모는 관절을 이루고 있는 뼈와 인대에 손상이 일어나는 퇴행성관절염에 더 직접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특히 무릎에 오는 퇴행성관절염은 무릎을 접고 하중을 가하는 과정에서 악화 될 수 있으므로 아이를 안거나 업을 때는 아이 키정도로 몸을 나춘 다음 아이를 가슴에 밀착시켜 안는 등 관절에 부담이 덜 주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척추관협착증 등 디스크 손상에 유의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아이를 안고 업는 등 행동을 반복하는 조부모는 디스크 손상에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 특히 허리힘만으로 아이를 들어 올릴 경우 가해지는 압력이 상승해 허리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는 경우 척추에 부담이 가해져 척추관협착증으로 인한 통증을 수발할 수 있다.

척추관협착증 등 디스크 손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자세를 낮춰 허리와 무릎, 팔 등으로 힘을 분산시켜 아이를 안아야 하고, 30분 이상 안거나 업지 말아야 하며, 최대한 허리를 곧게 펴는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손주병은 신체적으로만 오는 것은 아니다. 고된 육아 과정에서 자신의 여가 생활이 없어지면서 발생하는 우울증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다. 아무리 예쁜 손주일지라도 하루 종일 한정된 공간에서 아이의 수발을 들다보면 조부모의 정신 건강에 무리를 줄 수 있다. 특히 쉬는 시간 없이 먹는 것 입는 것 정서적인 부분까지 아이를 하루종이 따라다니고 신경 써야 하는 조부모는 정신적인 소외감 또는 공허함, 식욕부진, 불면증 등 우울증을 호소할 수 있다.  

황혼육아로 인한 우울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주일 한 두 번 정도는 자신의 여가 시간을 충분히 가져야 하고, 고요한 공간을 유지하기보다 TV나 라디오를 살짝 틀어 정신적 고립감을 줄이는 것도 좋다. 또 아이와 함께 낮잠을 청해보는 것도 정신적 피로감을 덜어낼 수 있다.

사랑하는 내 자녀 그리고 손주를 위해 희생하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황혼육아. 사랑이 바탕이 되는 일일지라도 다양한 질환과 부작용이 따를 수 있다. 그런데 혹시 퇴근 후 아이만 찾거나, “TV를 너무 많이 보여줬어” “과자를 너무 많이 먹였어” 라는 등 감사해야 할 부모님께 핀잔만 늘어놓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오직 사랑과 희생으로 황혼육아를 감당하고 계신 부모님께 따뜻한 말 한마디, 그리고 적절한 육아 감사비용으로 반드시 보상해줘야 한다. 오늘 자녀와 손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황혼육아 중인 부모님의 손목과 무릎, 그리고 지친 표정을 한 번 들여다보고 ‘감사함’을 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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