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김동운 수습] 스페인 남부 히브랄타르(지브롤터)만에서 가장 큰 항구도시인 ‘알헤시라스’. 이곳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에서 컨테이너, 화물, 환적화물 물량이 많은 항구 중 한 곳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로 여겨져 왔다. 따라서 알헤시라스에는 고대 로마시대 이전부터 도시가 있었으며 이 도시를 두고 이슬람,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여러 국가가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항구도시로서는 상당한 의미를 지닌 알헤시라스가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컨테이너 선박의 이름이 되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3일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에서 세계 최대 컨테이너 선박 ‘HMM 알헤시라스호(이하 알헤시라스호)’의 명명식을 개최하였다. 참고로 알헤시라스는 ‘초록빛 섬’을 뜻하는 아랍어 ‘알자리라 알카드라(al-Jazirah al-Khadra)’에서 유래했다.

알헤시라스호는 컨테이너 박스 2만 3,964개를 한 번에 운반할 수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이다. 선박의 길이는 약 400m, 폭은 61m, 높이는 33.2m에 달하며, 최대속력은 22.5kts(41.7㎞/h)이며, 선장을 포함하여 총 23명이 탑승할 수 있다. 축구장 4배 크기에 선박을 수직으로 세웠을 때 아파트 133층 높이에 해당한다고 하니 알헤시라스호의 그 엄청난 크기를 체감할 수 있다.

크기만큼 선박 건조 비용도 상당하다. 척당 1,725억 원(155백만 달러), 총 2조 7백억 원(1,861백만 달러)에 달하는 건조 비용 조달 과정에는 민간 금융기관 외에도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참여하였다.

알헤시라스호 선박 건조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국내 조선사들이 맡았다. 알헤시라스호와 동일한 크기(23,964TEU)의 선박 7척은 대우조선해양에서, 그 외의 23,820TEU 선박 5척은 삼성중공업에서 각각 건조 중이다. 12척의 초대형선은 오는 9월까지 순차적으로 HMM에 인도될 예정이다. HMM은 25일 알헤시라스호를 시작으로 올해 안에 12척 모두를 아시아~북유럽 항로에 투입하여 주간 서비스를 시작한다. 알헤시라스호를 비롯해 선박의 이름은 유럽항로 투입을 기념하는 의미에서 유럽의 주요 12개 항만 이름을 따서 지어진다.

24,000TEU급 초대형선은 우리 기술로 만든 친환경·고효율 선박으로서, HMM을 비롯한 국내 해운선사의 경쟁력을 크게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초대형선으로 운항할 경우, 현재 유럽항로 평균 선형인 15,000TEU급 선박에 비해 약 15%의 운항 비용이 절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초대형선 12척에 친환경 설비인 스크러버(scrubber, 황산화물 저감장치)를 장착하여 세계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LNG 연료탱커를 탑재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향후 LNG 추진 선박으로 교체도 가능하다.

HMM은 이처럼 경쟁력을 갖춘 초대형선을 다수 확보함에 따라 지난 2019년 6월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에 가입할 수 있었다. 또한, 올해 4월 1일부터 얼라이언스 협력이 개시되어 서비스 항로 확대, 비용 개선을 통해 HMM의 경영 실적도 대폭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외에 24,000TEU급 12척 외에도 현대중공업에서 건조 중인 16,000TEU급 컨테이너선 8척까지 인도가 완료되는 2021년 말에는 HMM이 선복량(87만TEU) 보유기준으로 현재 세계 9위 수준에서 세계 8위 선사로 도약하게 될 전망이다.

알헤시라스호 등 최대 규모의 컨테이너 선박 건조는 해운산업 재건 노력이 첫 결실을 맺는 것이자 전 세계에 대한민국 해운의 경쟁력을 알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앞으로도 적극적인 선박 확충과 체질 개선을 통해 우리나라가 전 세계적으로 5위 안에 손꼽히는 해운강국으로 도약하고, 우리 국민들이 해운산업의 확실한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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