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6개 부문 후보에 올라 작품상, 감독상, 국제영화상, 각본상 등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은 반지하 네 가족과 지하실 부부와의 투쟁을 담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모았다.

전문가들은 영화 ‘기생충’에서 대저택에 사는 박사장 부부에게 기생해서 사는 하층민간에 일어난 투쟁을 ‘수평적 투쟁’이라 평가했다. ‘수평적 투쟁’이란 계층 사회에서 하류 계층이 상류 계층으로부터 압박과 공격을 받아 쌓인 증오 감정을 같은 하류 계층에게 풀려는 현상을 의미한다.

갈등론적 입장에서 사회의 계층 및 집단은 항상 서로 갈등 관계를 갖게 되는데,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게 되면 증오와 배척의 감정이 쌓이게 된다. 하지만 하류 계층은 기득권이 없기 때문에 상류 계층에게 불만을 풀지 못하게 되고, 피해를 지속적으로 받게 된다. 하류 계층의 사람들이 불만의 감정들이 계속 쌓이게 되면 자신과 비슷한 하류 계층이나 더 낮은 계층에게 증오심을 돌려 희생양을 삼으려 하는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바로 ‘수평적 폭력’이라 한다.

역사적으로 수평적 폭력의 사례는 다양하게 나타난다. 같은 하류 계층을 상대로 한 묻지마 범죄도 이에 해당한다. 묻지마 범죄는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에 아무런 상관관계가 존재하지 않고 범죄 자체에 이유가 없이 불특정 대상을 상대로 행해지는 범죄다.

양극화와 기득권층의 부정부패로 불만과 증오심을 가진 범죄자가 같은 하류계층에게 무차별적인 폭력을 행하게 되면서 묻지마 범죄를 일으키게 된다. 또 국가의 실업 및 노동 환경의 악화를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돌리는 것도 수평적 폭력에 해당한다.

이러한 외국인 노동자 문제는 외부인이 유입되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혐오스러운 감정을 갖는 제노포비아 현상을 불러온다. 특히 정치, 경제적인 영역에서 박탈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제노포비아에 쉽게 동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중세와 근세시대에 많이 나타난 마녀사냥도 수평적 폭력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중세 말과 근대 초 유럽에서 일어난 전염병, 극심한 경제 위기, 전쟁, 농민 반란, 종교 개혁 속에서 당시 지식인들과 고위 성직자 등 지배 계층은 악마가 날뛰고 있다고 판단했다.

당시 지배 계층은 이러한 사회 현상의 원인을 가톨릭에서 마귀에게 세례를 받았다고 알려진 마녀들에게 돌렸다. 지배계층은 이런 잘못된 믿음을 일반 민중에게 전파시켰고 이로 인해 50세 이상의 늙고 가난한 과부나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사는 수많은 여성들이 처형당했다.

역사 속에서 알게 된 수평적 폭력은 계층 사회의 문제나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된 실패만 초래하게 된다. 무고한 사회 소수자에 대한 수평적 폭력을 해결하기 위해서 계층 간 충분한 소통과 이해가 절실히 필요한 이유다.

SNS 기사보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