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유래한 비공식 자문위원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 [지식용어]
미국에서 유래한 비공식 자문위원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 [지식용어]
  • 보도본부 | 김아련 기자
  • 승인 2020.04.19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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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김아련 / 디자인 최지민]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탄핵심판 답변서에 비선실세 최순실을 키친 캐비닛으로 규정해 논란이 일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민들이 잘 알아들을 수 있도록 주변의 의견을 청취한 것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었다.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란 비공식 자문위원을 의미하는데, 미국에서 유래한 정치용어다. 이는 대통령의 식사에 초청받아 담소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격의 없는 지인들을 말한다.

키친 캐비닛은 미국의 7대 대통령 앤드루 잭슨이 지인들을 식사에 초대해 국정을 논의한 것에서 비롯됐다. 그는 미국 최초로 평민 출신의 민주당 소속으로 대통령직에 올라 대립 관계인 공식 참모진을 무더기로 해임하고 측근들과 국정을 논의했다.

미국에서는 부엌에 손님을 들이는 것에 남다른 의미가 있다. 보통 손님은 응접실까지만 들이지만 예외적으로 각별한 친분이 있는 경우 부엌까지도 개방한다. 이렇게 부엌과 정부 내각(cabinet)을 합쳐 비공식 측근조직을 키친 캐비닛(Kitchen Cabinet)이라 통칭하게 됐다.

과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인증서까지 주며 키친 캐비닛 명단을 밝혔다. 명단에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은퇴한 수학교사 살라미, 재미동포 이홍범 박사 등이 위촉되어 있었다.

그 중 이홍범 박사는 LA한인타운의 올드타이머로 민주당 정치 활동에 활발히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오바마와 사적인 친분은 없었지만 한·미 친선협회장을 역임했고 저서 <아시아 이상주의>가 미국에서 영향력을 미치면서 아시아의 대표성을 고려해 선임되었다.

명단에 오른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은 관련 분야의 입장을 대변하고 국정운영에 대해 조언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키친 캐비닛을 일반 국민 여론을 수렴하기 위해 여러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알리고 홍보 수단으로도 이용했다.

키친 캐비닛이 대통령과 어떠한 사적 이해나 정치 관계로 얽혀 있지 않아도 국민 여론을 전달하는 통로 역할을 한다는 점은 행정부 안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국회의원들과 구분된다.

이들은 모임 안에서 직위가 아니라 서로를 퍼스트 네임으로 부르고 대화나 토의 방식도 수평적인 관계에서 이뤄진다. 따라서 대통령은 이들에게 비판적인 국민여론이나 자신의 국정운영 스타일에 대한 충고도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의 키친 캐비닛은 비공식적이지만 비공개 조직은 아니다. 키친 캐비닛 역할의 장점은 대통령이 측근들에만 둘러싸여 자신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바로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단 이들은 비선일 뿐 실제 행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실세는 아니며, 미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자산의 일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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