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영화 ‘사도’ 속 영조(송강호)와 사도세자(유아인)의 갈등의 불씨가 되었던 ‘대리청정’. 실제 조선시대 왕권 속에서 지속적으로 거론되며 권력다툼의 요소가 되어 왔던 대리청정의 역사가 담긴 문화재가 복원을 앞두고 있다.

대리청정이란, 왕이 병이 들거나 나이가 들어 정사를 제대로 돌볼 수 없게 되었을 때에 세자나 세제가 왕 대신 정사를 돌보는 것을 말한다. 표면적으로는 이렇지만, 일부 왕의 경우 자신의 안위를 지키기 위하여 전략적으로 대리청정을 세우고 그 뒤에 숨어 권력을 남용하기도 했다. 그래서 왕의 무거운 짐만 진 채 시키는 대로만 해야 하는 대리청정을 두고 ‘허수아비’라 풍자하기도 하는데, 현재에도 정치권에서는 이와 유사한 상황이 발생하면 ‘대리청정’이라는 말이 비유처럼 사용되기도 합니다.

‘대리청정’과 혼동되는 말로 ‘수렴청정’ ‘섭정승’ 등이 있다. 수렴청정은 임금이 너무 어린 나이에 즉위해 정사를 돌보지 못할 때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나서서 정사를 도맡았던 것을 말한다. 또 섭정승은 임금이 어떤 연유로 직접 국정을 볼 수 없을 때 신하가 대신해 국정을 살피는 것을 뜻한다. 즉, 왕을 대신해 세자나 세제가 정사를 맡게 되었다면 ‘대리청정’, 왕대비나 대왕대비가 정사를 맡았다면 ‘수렴청정’, 신하가 정사를 맡았다면 ‘섭정승’ 으로 구분한다.

조선시대 ‘대리청정’을 경험한 왕들을 살펴보면 태종, 양녕대군, 문종, 광해군, 인종, 사도세자, 경종, 영조, 정조, 순종, 의친왕 등이 있다.

그 중 제5대 임금 문종이 부친 세종을 대신해 국정을 수행하고 신하들과 현안을 논한 대리청정 공간인 계조당이 일제강점기에 훼손된 지 100여년 만에 복원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에 따르면 경복궁 복원사업 일환으로 근정전 동쪽 세자 공간인 동궁(東宮) 정당(正堂) 계조당 복원 공사를 시작해 2022년 마무리된다.

계조당은 동궁 핵심 건물이자 조선왕조 권위와 후계 연속성을 상징하는 곳으로, 조선왕조실록 세종 26년(1444) 1월 21일 기사에서 볼 수 있듯 문종은 세자 시절 경복궁 계조당에서 많은 신하를 만났다.

이러한 계조당은 세조 25년(1443)에 처음 지어졌다. 하지만 철거와 중건을 거치다 1910년 일제의 야욕이 가득했던 조선총독부가 조선 왕실 권위를 지우고 식민통치의 정당성을 알리는 조선물산공진회 행사 공간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파괴되었다. 그렇게 오늘날까지 동궁에는 세자와 세자빈 거처인 자선당(資善堂)과 세자 집무실인 비현각(丕顯閣)만이 1999년 복원돼 존재했고, 계조당은 역사의 비극 속에서 빛을 볼 수 없었다.

그러던 계조당이 100여년 만에 복원을 앞두고 있다. 계조당 복원과 동궁 기본 궁제 정비에는 예산 총 82억원을 투입한다. 기와, 철물, 소나무 등은 전통 방식에 따라 손으로 가공하거나 제작하는 방식으로 오는 5월부터는 사전 신청자에게 공사 현장을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공사 완료 후 2023년 1월 이후 정식 개방될 것으로 보이는 계조당은 조선왕조 역사성을 보여주는 재현 전시 공간이자 문화교육 공간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문종의 대리청정의 역사가 담긴 계조당 이외에도 앞으로 정부는 조선 법궁인 경복궁 위상 회복과 복원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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