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심재민 / 디자인 최지민] 화학의 알파벳이라 불리는 ‘주기율표’. 3월은 주기율표가 만들어진지 151년을 맞을 맞이하는 달이다. 1869년 3월 1일, 러시아의 화학자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당시까지 알려져 있던 화학 원소를 성질의 규칙성에 따라 체계적으로 분류해 정리한 표가 바로 주기율표다. 이를 토대로 원소의 체계적인 연구가 용이해 졌고, 이는 과학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주기율표를 구성하는 원소 이름에는 재미있는 작명법이 있다. 바로 원소를 가장 먼저 발견한 것으로 인정받는 나라에서 해당 원소의 이름을 직접 제안할 수 있는 것. 그래서 원소에는 발견한 기관이나 나라(지명), 기념하고픈 사람의 이름이 붙곤 한다.  

여러 원소들 중 나라 또는 지명에서 유래된 것들을 알아보도록 하자.

먼저 미국 지명을 딴 원소기호다. 95번 Am(아메리슘, americium) 아메리슘은 은색의 유연한 방사성 금속으로 1944년 미국의 맨해튼(Manhattan) 프로젝트의 한 과제로 시보그(Seaborg)가 이끄는 연구팀에 의해 최초로 발견되었다. 맨해튼 프로젝트를 진행한 미국(America)의 이름을 따서 아메리슘으로 명명되었다.

97번 Bk(버클륨, berkelium) 버클륨은 방사성 초우라늄원소로 1949년 12월 미국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에서 발견되었다. 이 원소를 최초로 발견한 로렌스 버클리 국립 연구소가 위치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버클리시의 이름을 따서 버클륨으로 명명되었다.

98번 Cf(캘리포늄,californium) 캘리포늄(칼리포르늄)은 방사성 금속 원소로써 1950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방사선 연구소에서 최초로 발견되었고, 캘리포니아주와 대학을 기념하여 캘리포늄이라 명명되었다.

다음은 유럽이다.

21번 Sc(스칸듐, scandium) 1879년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유래된 광물의 분광 분석 연구를 통해 최초로 발견되어, 스칸디나비아의 라틴어 이름인 ‘스칸디아(Scandia)’에서 이름을 따 ‘스칸듐’이라고 명명되었다. 알루미늄에 스칸듐을 첨가한 합금의 강도가 증가하는 현상이 발견된 후 합금제조에 주로 이용된다.

32번 Ge(게르마늄, Germanium) 독일 화학자 클레멘스 빙클러가 1886년 아기로다이트라고 부르는 광물에서 에카실리콘 자리에 들어갈 원소를 발견, 독일의 라틴어 명칭인 게르마니아를 따라 게르마늄이라고 명명되었다. 게르마늄은 광섬유, 산업용 촉매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고 있다.

63번 Eu(유로퓸, europium) 다양한 광물들에서 광범위하게 발견되긴 했지만 분리하는데 어려움이 있어, 유로퓸 원소에 대한 실질적인 확인은 프랑스의 화학자 드마르세이에 의해 1986년 이루어졌다. 그는 1901년에 이를 성공적으로 분리해낸 후 ‘유럽’ 이름을 따 유로퓸이라 명명했다.

84번 Po(폴로늄, polonium) 1898년 퀴리 부부가 우라늄 광석에서 추출하여 발견하였다. 폴로늄이라는 이름은 마리 퀴리의 조국인 폴란드의 이름을 따서 명명되었는데, 당시 폴란드는 독립국가가 아닌 러시아, 독일 등의 지배하에 있었기에 어떤 희망처럼 여겨졌다.

87번 Fr(프랑슘, francium) 본래 1870년대 화학자들은 87번 원소에 대한 존재를 예측하고 에카-세슘이라는 이름을 부여하였다. 그러나 1939년 프랑스의 물리학자 마그리트 페레가 본격적으로 세슘과 비슷한 성질을 가지는 입자가 있는 것을 발견, 이전의 보고는 모두 오류로 판명되었다. 당시 페레는 이 물질을 조국의 이름을 따서 프랑슘이라 명명하였다.

이렇게 원소를 발견한 국가 또는 지역명이 들어가기에, 그 자체로 명예이기도 한 원소이름. 때문에 많은 분쟁 끝에 이름이 붙여지는 경우도 있었다.

71번 Lu(루테튬) 루테튬은 프랑스의 라틴어 '루테시아(Lutetia)'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이 물질은 1907년 프랑스 과학자 우르뱅, 오스트리아 광물학자 벨스바흐, 미국 화학자 제임스에 의해 각각 독립적으로 발견되었다. 때문에 이를 어떻게 명명할지에 대한 논쟁이 이어졌고 1909년 프랑스의 우르뱅이 제안한 ‘루테튬’ 명칭이 국제원자량위원회의 중재로 채택되었다.

72번 Hf(하프늄, Hafnium)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라틴어 이름인 ‘Hafnia(항구)’을 따서 명명된 이름. 원래 프랑스의 우르뱅, 영국의 스콧 등이 발견하였다고 주장하며 다른 명칭으로 불렀으나 곧 철회되었다. 그 후 1923년 네덜란드의 코스터 등이 이를 발견하고 하프늄으로 명명하였다. 그러나 논쟁은 이후에도 지속되었고 심지어 1925년에 당시 위원장 ‘우르뱅’이 주재하는 화학 원소 위원회에서는 주기율표에서 제외되기도 했다가 1927년에 우여곡절 끝에 다시 포함되었다.

108번 Hs(하슘, Hassium) 독일 ‘헤센주’의 라틴어 이름인 ‘하시아스(Hassias)’를 따서 명명된 이름. 러시아의 플레노프 핵반응 연구소는 다양한 실험에서 새로운 원소를 발견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 그러다 가속기의 성능을 더욱 개선한 독일이 1993년에 75개의 하슘-265와 2개의 하슘-264 원자를, 1997년에 추가로 20개의 하슘-264를 확인하였다. 이후 독일은 중이온 연구소가 위치한 헤센 주의 이름을 딴 ‘하슘’을 제안, IUPAC은 1997년에 이를 채택하였다.

이외에 일본의 이름을 딴 ‘113번 니호늄(Nh)’, 러시아 모스코바를 딴 ‘118번 모스코늄(Mc)’, 미국 테네시주를 딴 ‘117번 테네신(Ts)’ 등 역시 국가 및 지역의 이름을 딴 원소기호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학자나 지명, 국가명을 딴 이름은 118개 원소 가운데 아직 없다. 우리나라가 새 원소를 찾아 멋진 이름을 전 세계 과학계에 인정받을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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