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를 조작하는 ‘게리맨더링’, 자기 당에 유리한 조건만 적용 [지식용어]
선거구를 조작하는 ‘게리맨더링’, 자기 당에 유리한 조건만 적용 [지식용어]
  • 보도본부 | 조재휘 기자
  • 승인 2020.03.14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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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4·15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선거관리위원회는 ‘게리맨더링’ 우려가 있다며 읍·면·동을 분할해 선거구를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그리고 선거구 획정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어 여전히 ‘게리맨더링’에 대한 논란은 이번 총선에서도 이어질 전망이다.

‘게리맨더링’은 자기 정당에게 유리하도록 부당하게 선거구를 책정하는 일을 말한다. 선거구의 구분을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실행하는 것이 어렵고 인원수가 적을수록 불공평한 구분을 하기 쉽다. 예를 들어 유권자가 20명이라고 할 때 보수 유권자 10명, 진보 유권자 10명을 4개의 소선거구에 편성했다고 가정한다. 이때 보수 후보자가 3개의 선거구에서 3:2로 당선되고 나머지 1개의 선거구에서는 1:4로 패하게 되면 보수 정당의 득표율은 50%이지만 의석율은 75%가 된다. 이렇게 자기와 다른 당의 지지자를 하나의 선거구에 집중시켜 자신의 후보자가 의석을 확실하게 획득하도록 배분하는 것이다.

또 그동안의 형태나 관습, 문화 등을 무시하고 자기가 속한 당에 유리한 조건만을 적용해 선거구를 획정하다보니 구의 형태도 이상하게 될 수 있어 비난이 나오는 것이다.

이 용어가 쓰이게 된 것은 1812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지사였던 엘브리지 게리(Elbridge Gerry)가 자기 정당에 유리하도록 선거구를 분할한 데서 시작했다. 그가 분할한 선거구의 모양은 마치 전설 속의 괴물 샐러맨더와 유사했고 이후 상대편의 당에서 샐러 대신 게리의 이름을 붙여 게리맨더링이라고 비난한 데서 유래했다.

국내에서는 호남과 영남의 경우 의석수를 늘리기 위한 게리맨더링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20대 총선 이후 21대 총선에 이르기까지 호남지역이 인구 대비 3석을 많이 뽑는 것에 대한 비판 여론이다.

호남과 영남 일부 지역 인구는 빨리 줄어들지만 수도권의 인구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선거구는 인구 현황을 정확히 반영하지 않고 호남과 영남에 적정의석보다 많은 의석을 주고 있다.

또 선거구 획정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통폐합 대상이 되는 국회의원들이 선거구를 만든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총선의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부산 남구가 선거구획정위원회에서는 통합 대상으로 발표가 났지만 정작 남구 갑 국회의원이 최종 결정 권한을 가진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으로 들어갔다. 결국 확정된 제19대 총선의 선거구 중에는 일반구와 선거구의 구역이 일치하지 않는 곳이 생기고 말았다.

과거에도 게리맨더링을 위해 행정구역 자체를 뒤바꾸는 일이 심심찮게 일어났다. 제4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당시 도시 지역에서 여당인 자유당의 인기가 떨어지자 정부는 당시 행정구역을 변경해 대구시나 광주시 주변의 여당 지지세가 강한 농촌 지역을 대거 포함시키기도 했다.

유신 이후부터 1985년 12대 총선 때까지 중선거구제를 시행하면서도 유신정우회 의원을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도록 정하게 하거나 전국구 의석의 2/3가량을 원내 1당에게 몰아주기 식으로 법으로 정했던 것도 일종의 게리맨더링이라 할 수 있겠다.

현재 지역 주민들은 게리맨더링에 대해 지역 대표성이 심각하게 훼손됨은 물론 문화와 정서, 생활권을 무시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을 뽑는 선거가 부디 밥그릇 싸움으로만 번지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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