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김동운 수습] 일본 여성들이 회사에서 안경 착용을 금지하고 하이힐을 신으라고 강요하는 규정을 비판하는 항의 시위에 나서며 논란이 일고 있다. 이런 일본 여성들의 온라인 시위는 여성 직원만 안경 착용이 금지된다는 사내 규정이 한 TV 프로그램에 보도되면서 촉발되었다.

내용이 전파를 타며 이에 공감한 여성들이 항의의 글을 올리기 시작했고 시대에 뒤떨어지는 규정이라고 비판했다. 안경 착용 금지뿐만 아니라 여성 직원에게 하이힐을 강요하는 일본 기업체의 규정 역시 논란이 되며 ‘구투’ 서명운동으로 번졌다.

‘구투’는 일본어로 각각 구두와 고통을 뜻하는 ‘구쓰(靴)’, ‘구쓰(苦痛)’의 첫 글자와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MeToo)’를 결합한 말로, 안경과 하이힐로 대표되는 직장에서의 꾸밈 노동을 여성들에게 강요하는 회사 내 규정에 반발하는 것이다.

이 용어는 배우 겸 작가인 이시카와 유미가 지난해 1월 트위터를 통해 “왜 발에 상처를 입어가면서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하이힐 착용 강요를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이 쏟아지며 #KuToo라는 해시태그가 생겨났다.

하이힐 강요 반대 청원에는 2만명이 넘게 서명을 했고 청원은 직장 내 하이힐을 신도록 강요하는 복장 규정을 성차별로 규정하며 이러한 복장 규정을 사원에게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을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구투 운동에 참여한 일본 여성들은 취업 과정에서 여성들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요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본의 한 각료가 구투 운동과 관련해 하이힐은 사회 통념상 필요하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지난해 6월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네모토 다쿠미 후생노동상은 중의원 후생노동위원회에 출석해 직장에서 여성들에게 하이힐 착용을 강제하는 데 대해 “사회 통념에 비춰 업무상 필요하고 적절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오츠지 카나코 의원이 여성들의 직장 내 하이힐 착용 의무 규정을 법적으로 제재해야 한다는 구투 운동에 공감한다며 여성들에게만 적용되는 그런 기업들의 복장 규정은 구식이라고 지적한 것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한편, 일본은 선진국으로 평가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성평등 지수에서 항상 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성평등 지수 보고서에서 149개국 중 110위에 그쳤다.

일본은 뷰티, 요리, 패션 등에서 실력을 평가해 여성스러움을 매기는 여자력이라는 단어가 있을 정도로 여성들에게 특정 모습을 기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다. 그렇기에 구투 운동은 성평등 수준이 낮은 일본에서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라밸 문화의 확산과 더불어 운동화로 출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그러나 세계 여러 나라에는 아직까지 없어지지 않은 성차별 문화가 존재한다. 다만 하이힐이 불편한 신발인 것이 분명한 만큼 새롭게 변화하는 문화의 바람에 ‘구투’ 운동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기대가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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