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구본영 수습] 요즘 현대인들은 눈을 뜨자마자 정보를 받아들이는 것으로 시작해 눈이 감길 때까지 정보를 받아들이고 있다. 그야말로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아가고 있으며, 그 안에는 좋은 정보가 많기도 하지만 잘못된 정보 역시 수없이 존재한다.

온라인을 통해 기사를 보면 각기 다른 언론사라고 하더라도 비슷한 기사가 많이 나올 뿐만 아니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내용의 기사가 쏟아져 나온다. 이처럼 비슷한 기사인 ‘처널리즘’ 기사가 대량으로 생산되고 있다.

‘처널리즘’은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낸다는 뜻의 ‘천 아웃(churn out)’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로 보도자료나 홍보자료를 그대로 옮겨 적는 언론의 보도 경향을 이르는 말이다.

기사 제공 매체가 지면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면서 언론사들의 속도 경쟁이 일어났고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대량의 기사를 생산해내야 하는 업무 환경에 놓이게 되었다. 이에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비판 없이 재구성해 빠르게 내놓는 것에만 집중하는 세태를 비판하고자 처널리즘이라는 말이 등장한 것이다.

처널리즘은 영국 탐사보도 언론인 닉 데이비스의 <편평한 지구 뉴스(2008)>를 통해 널리 퍼지게 되었다. 데이비스는 이 책에서 영국의 유수 언론에 실린 기사 중 상당수가 보도자료에 의존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09년 영국 언론계에서는 처널리즘이 유행어로 등극했을 만큼 논쟁과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보통 출입처가 있는 기자들의 경우는 보도자료를 배포 받게 되며 보도자료에서 단어를 살짝 바꾸고 내용을 조절하면서 기사를 쓰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는 보도자료를 토대로 썼기 때문에 다른 언론사라 하더라도 유사한 내용의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특성 때문에 보도자료에 오류가 있는 경우에는 잘못된 정보가 그대로 퍼져나간다는 문제점이 있다. 제대로 된 사실 확인 없이 특정한 생각을 전달할 수 있고, 홍보 기관에 유리하게 작성된 편향적인 정보가 기자의 취재에 의해 작성된 것처럼 보일 우려도 발생한다. 또한 기자들이 심층 취재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대량으로 기사를 내보내는 데 익숙해진다면 취재는 점점 단편적으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보도자료와 기사를 비교 검색해 기사가 보도자료를 몇 퍼센트가 그대로 옮겨 적는지 계산해주는 웹사이트인 처널리즘닷컴에 따르면 지난 2011년 영국 언론에서 보도자료 일치 비율이 70~80%나 되는 기사가 적지 않았다. 또한 BBC 방송의 기사도 처널리즘에서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해외든 국내든 언론사들은 수익의 적지 않은 부분을 광고에서 채우고 있기 때문에 기업 등의 보도자료를 기사화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문제는 이러한 보도자료가 홍보성의 내용이 많다는 것이다. 객관적인 기사를 써야 하지만 시민의 눈높이가 아닌 소위 높은 사람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

디지털 시대가 되면서 더욱 심각해진 ‘처널리즘’. 기사의 질보다 양이 관건이 된 현실이 안타까운 상황이다. 언론사에서는 하나의 정보에 대해 꼼꼼한 사실 확인과 추가 취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일반 정보를 수용하는 입장에서도 정보의 가치를 판단하고 걸러낼 수 있는 안목을 지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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