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뉴스 조재휘 / 디자인 최지민] 왕성한 식욕으로 다른 생물을 잡아먹는 불가사리는 최근 전 세계의 바다에서 개체 수의 급격한 증가로 생태계를 파괴하고 어촌에 피해를 주는 등 해적 생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불가사리의 수가 이렇게 늘어난 것에는 다 이유가 있다. 다름 아닌 인간이 바다를 오염시키면서 청정한 곳에서만 살 수 있는 생물들이 많이 죽고, 대신 생명력 강한 불가사리들이 늘어나게 됐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해 불가사리의 천적인 나팔고둥을 사람들이 마구잡이로 채집해 가면서 불가사리의 수는 더 늘어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모든 불가사리가 해로운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바닷가에서는 거미불가사리, 별불가사리, 빨강불가사리, 아무르불가사리의 4개 종을 흔하게 볼 수 있는데 이 중에서 갯벌 생태계에 피해를 주는 불가사리는 아무르불가사리 정도뿐이다.

별불가사리는 움직임이 둔한 데다 다리가 짧고 두꺼워 조개를 잘 잡아먹지 못한다. 이들은 해저에 가라앉은 각종 동물의 사체 혹은 유기물을 먹어 치워 바다의 오염을 막아주며 양식장에 큰 피해를 주는 아무르불가사리를 잡아먹기도 한다. 빨강불가사리와 거미불가사리의 경우 애초부터 조개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그래서 불가사리가 해롭다는 인식 때문에 닥치는 대로 잡아 죽이면 안 된다.

최근에는 불가사리를 활용해 환경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20대 젊은 청년들로 구성된 스타트업 기업이 불가사리를 활용한 친환경 제설제 개발에 성공했다. 이들이 선보인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는 불가사리 추출성분을 통해 염화이온을 흡착하고 염화이온으로 생기는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한다.

기존 제설제와 비교 실험 결과 초기 융빙 성능과 제설 지속력이 약 2배 뛰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트업 기업 대표는 “경제적 손실을 일으키는 환경 폐기물로 분류되는 불가사리를 활용해 불가사리를 처리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던 어민들과 수협의 고충을 해결했다는 점에의 의의가 있다"고 전했다.

이미 불가사리를 고위생 퇴비로 만드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되었으며 하수 슬러지에 전자선을 조사한 뒤 불가사리 분말을 혼합해 유기 영농에 필수적인 고위생 퇴비(녹생토)를 생산하는 기술을 개발, 국내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기술은 중금속이 덜 함유된 하수 슬러지에 전자선을 조사해 대장균 등 인체에 해로운 미생물을 멸균시킨 뒤 미량의 화학물질을 제거하고, 여기에 유기칼슘 성분이 풍부한 불가사리 분말을 혼합해 질이 우수한 비료를 생산하는 방법이다.

불가사리는 인간의 식량 생산에 주는 피해는 많은 데 비해 별로 쓸모는 없는 생물로 여겨졌지만 제설제, 퇴비로서의 용도 이외에도 계속해서 다른 용도를 찾기 위한 시도가 거듭되고 있다. 불가사리가 나쁘다는 선입견만 가지고 무차별적으로 잡아 죽이기보다 환경을 위해 어떻게 잘 활용할지에 대한 연구가 더 활발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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